챗GPT가 만든 기사 이미지 [사진: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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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국내 게임업계에 '신작 한 방' 의존도가 심화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 부진과 개발 지연이 겹치면서 하반기 출시 예정인 신작 한 편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2분기 매출 11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4% 감소했다. 2021년 출시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 여전히 주요 수익원이지만 출시 4년차에 접어들면서 매출 기여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다른 게임들의 출시가 지연된데 따른 것이다. 이에 하반기 출시 예정인 '가디스 오더'가 올해 실적 반등의 유일한 돌파구가 됐다.

컴투스도 2분기 매출 1848억원과 14억원의 영업이익으로 6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했지만, 기존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와 야구게임 등 주력 타이틀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졌다는 평가다. 이에 이달 출시되는 '더 스타라이트'의 성패가 중요해졌다. 

드림에이지 역시 2024년 392억원의 영업손실 이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성과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이같은 '신작 한 방' 의존도는 게임업계 전반의 트렌드라는 분석이다. 엔씨소프트 '아이온2'을 포함해 하반기 대작 출시 일정이 집중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비용 급증으로 '선택과 집중' 가속화

가장 큰 요인은 급격히 짧아진 게임 수명이다. 과거 한 번 인기를 끈 게임이 몇 년간 안정적 매출을 보장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이용자들이 새로운 게임을 찾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식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출시 후 3~6개월 내 매출이 급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케팅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작 출시 초기 순위 경쟁이 더욱 심해졌다. 초기 매출 순위가 이후 다운로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순위 확보를 위해 BJ 프로모션, 유명인 마케팅, 대규모 광고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비용은 미리 투입되지만 매출은 게임의 실제 재미와 완성도에 따라 나중에 결정되는 위험한 구조다.

개발비 증가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의 완성도 높은 게임들과 서구권 대작들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게임들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품질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 됐다. 완성도를 높이려다 보니 개발이 지연되고 비용이 더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게임사들은 이런 비용 부담 증가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작 하나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하반기 '한 방 베팅' 위험 커져

이런 변화가 만든 '올인 전략'의 가장 큰 문제는 실패 시 기업에 미칠 타격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카카오게임즈가 '크로노 오디세이' 출시를 1년 연기한 사례처럼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만 해도 분기 실적에 공백이 발생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 대작들이 동시에 출시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점이다. 한정된 이용자들 사이에서 제로섬 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결국 소수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나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같은 몇몇 장수 게임을 제외하면, 대다수 게임은 1~2년 내에 새로운 게임으로 교체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작 실패는 곧바로 경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없어 모든 회사가 같은 위험을 떠안고 있다"며 "실패 시 회사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임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게임 확보 등 근본 대책 필요

전문가들은 현재의 '신작 올인' 방식이 업계 전반에 건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성공과 실패의 폭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기업 경영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다양한 게임 확보가 제시된다. 대형 신작 하나에 의존하기보다는 규모는 작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게임들을 여러 개 운영하는 전략이다.

기존 게임의 수명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분석된다.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와 이용자와의 소통을 통해 게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진출 확대도 대안 중 하나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큰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면 신작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른 관계자는 "하반기 대작들이 동시에 부진할 경우 업계 전반에 투자 위축과 구조조정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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