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브덴이 새로운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몰리브덴이 새로운 반도체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반도체 산업이 3나노 이하 공정 시대로 본격 진입하면서 새로운 소재 전환의 분수령에 섰다. 그동안 반도체 인터커넥트 금속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던 텅스텐이 물리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몰리브덴이 차세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에 따르면 현재 텅스텐 인터커넥트는 디램(DRAM)과 3D 낸드(NAND)에서 확장성 한계에 근접했다. 텅스텐은 디램에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선로인 워드라인, 3D 낸드에서는 적층 사이를 연결하는 부품, 논리회로 내 전기 연결부에 사용된다. 

반도체 미세화 요구에 따라 점점 더 작게 만들어야 하는 기술적 요구로 인해 업계는 텅스텐으로 구현 가능한 한계 이상이 필요하게 됐다. 특히 고집적 공정에서 텅스텐의 저항 증가 문제가 심화되면서 업계는 몰리브덴으로의 전환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몰리브덴이 차세대 금속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나노스케일에서의 우수한 전기적 특성 때문이다. 램리서치에 따르면 몰리브덴은 나노미터 차원에서 텅스텐 대비 40% 낮은 비저항을 보인다. 모든 금속 필름은 박막으로 증착될 때 벌크 값 대비 저항이 증가하는데, 몰리브덴은 피처 크기와 유사한 평균 자유행로를 가져 텅스텐, 코발트, 구리보다 첨단 디바이스에 적합하다.

게다가 텅스텐이 높은 저항을 가진 보호막을 필요로 하는 반면, 몰리브덴은 주변 절연체로 퍼져나가는 성질이 거의 없어 별도의 보호막이 불필요하다. 현재 모든 금속 배선에서는 티타늄 질화물, 탄탈럼 질화물, 텅스텐 질화물 등 특수 보호 소재 위에 구리나 텅스텐 같은 전도성 금속을 올린다. 이런 보호 소재들은 순수 금속보다 전기가 잘 통하지 않아 전체 배선의 저항을 높여 딜레마였다.

사이언스다이렉트에 게재된 발레리아 파운타 연구진의 몰리브덴 박막 특성 연구에 따르면 물리기상증착으로 제작된 3-50nm 두께 몰리브덴 박막이 텅스텐보다 우수한 두께 의존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몰리브덴의 제조 공정상 장점도 주목받는다. 400도씨에서 박막을 올릴 때 텅스텐보다 전기 저항이 낮고, 기존 반도체 제조 방식과 잘 맞는다. 층층이 쌓는 정밀한 증착 방식으로 작은 구멍까지 빈틈없이 채울 수 있다. 또한 화학 처리 과정에서 절연체를 손상시키는 불소 화합물이 필요 없고, 표면을 깎아내는 후처리 공정도 수월하다.

◆"거의 모든 주요 칩메이커가 몰리브덴 검증 중"

이미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차세대 공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TSMC 2nm 공정은 이전 3nm 노드 대비 30% 전력 개선, 15% 성능 향상, 1.15배 밀도 개선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도 3nm 노드에서 루테늄-코발트 이중층 라이너 최적화를 통해 구리 갭 필 개선을 시연했다고 세미컨덕터엔지니어링은 전했다.

CMOS 공정으로 제조된 PowerPC 750 프로세서 다이. 해당 프로세서는 IBM이 구리 인터커넥트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 IBM]
CMOS 공정으로 제조된 PowerPC 750 프로세서 다이. 해당 프로세서는 IBM이 구리 인터커넥트 기술을 최초로 상용화했다. [사진: IBM]

이같은 흐름 속에서 반도체 업계는 몰리브덴이 2nm 이하 공정과 차세대 메모리 시장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램리서치는 원자 차원이 요구되는 첨단 칩 제조에서 몰리브덴이 텅스텐을 대체할 가장 적합한 소재로 부상하며, 업계에 주요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이한 아쉬티아니(Kaihan Ashtiani) 램리서치 ALD/CVD 금속 부문 기업 부사장 겸 총괄매니저는 지난해 회사 기술 저널을 통해 "거의 모든 주요 칩메이커가 낸드, 디램, 로직 애플리케이션에서 몰리브덴을 다양한 단계로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 흐름은 물밑에서 조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구리와 텅스텐 생산 설비에 투입된 막대한 장비, 소재, 제조법 투자를 고려하면 금속 교체는 점진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IBM에 따르면 구리 도입 시에도 30년 이상 연구해 1997년에야 상용화에 성공했다. 

몰리브덴 역시 화학적 안정성 확보가 관건이지만 보호막이 불필요한 장점으로 구리보다 도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집적도 향상과 배선 미세화를 위해서는 결국 몰리브덴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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