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게임 산업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급격히 확산하면서 게임 개발 생태계 전반에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단순 도구를 넘어 '에이전트' 역할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며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포럼'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게임 산업에 가져온 변화상과 미래 전망을 제시했다. 게임과학연구원과 구글코리아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AI가 바꾸는 창작, 미래가 묻는 균형'을 주제로 열렸다.

김도균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팀장이 '에이전트 시대, 게임 제작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김도균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팀장이 '에이전트 시대, 게임 제작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AI 활용률 96% 돌파...게임 제작 현장의 변화

김도균 크래프톤 AI 트랜스포메이션 팀장은 "2024년 기준 52%의 게임 스튜디오가 AI를 활용했지만, 2025년에는 96%의 개발자가 AI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1년 만에 40%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김 팀장은 "게임 제작의 노동집약적 구조와 디지털 기반의 복잡성으로 인해 AI가 게임에 적용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AI가 도입됐을 때 큰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게임 제작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나규봉 엔씨 AI 사업전략팀장은 조연 캐릭터의 페이셜 애니메이션을 AI로 자동 생성하거나, 기존 음성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대사를 합성하는 기술 등이 실제 게임 개발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 팀장은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보다는 창작 과정에서 개발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간소화해주는 기술들이 즉각적인 효능감을 준다"며 "귀찮지만 꼭 해야 하는 반복 작업들을 AI가 대신하면서 창의성이 증강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래프톤의 경우 콘셉트아트 작업에서 기존 16시간 걸리던 업무를 1시간으로 단축했고, UI 생성이나 이펙트 제작에서도 상당한 시간 절약 효과를 얻고 있다.

나규봉 엔씨 AI 사업전략팀장이 '생성형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으 패러다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나규봉 엔씨 AI 사업전략팀장이 '생성형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으 패러다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 이호정 기자]

◆에이전트 시대, 누구나 게임 크리에이터 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AI 도구' 단계를 넘어 'AI 에이전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균 팀장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을 통해 내러티브 디자인, 코딩, 3D 모델링 등 각각에 특화된 에이전트들이 협업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게임 개발자의 역할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팀장은 "사람은 게임에 대한 비전 제시, 창의적 아이디어 발굴, 최종 의사결정, 윤리적 판단 등에 집중하게 되고, 에이전트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반복 작업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규봉 팀장은 "AI 기술 발전으로 게임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음악 제작 도구의 대중화로 많은 사람들이 개인 앨범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처럼, 게임 제작도 비슷한 변화를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 원장은 기조연설에서 "AI가 패턴 인식에는 뛰어나지만 패턴에서 벗어나는 창의성은 여전히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며 "게임은 인간을 주체로 만드는 피드백 시스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용 연세대 교수는 "향후 멀티 AI 모델을 혼합한 서비스가 주류가 될 것"이라며 "비용 최적화와 성능 향상을 위한 AI 오케스트레이션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가 게임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창작자 중심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 AI를 창의력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닌 증강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AI 기술과 게임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한국 게임의 성장 ▲게임 및 콘텐츠 진흥과 균형 등 세션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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