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 쿠팡]
김범석 쿠팡 의장 [사진: 쿠팡]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쿠팡이 내수침체 어려움에도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개 분기 연속 20%에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보여 지난해 말 회사가 제시한 연간 성장 목표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고객경험 혁신을 위해 로켓배송 제품군 확대, AI 자동화 인프라 및 신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것이 고성장의 배경이라는 평가다. 

6일(한국시간) 김범석 쿠팡 의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고객에게 '와우 모먼트'를 선사하기 위한 수십년간의 여정에서 초기 단계에 있다"며 "상품 셀렉션·가격·서비스 개선을 통해 고객 참여를 강화해 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고객과 판매자, 브랜드를 위한 '가치의 선순환'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 경험 혁신의 배경에는 지속적인 AI 자동화 물류 투자가 자리한다는 시각이다. 그는 "고객 경험을 혁신하고 운영 탁월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자동화와 AI의 잠재력에 기대가 크다"며 "이러한 역량에 더 투자해,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의미 있는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그는 컨퍼런스콜 투자자 질의에서 "AI는 수년간 쿠팡 운영의 핵심으로, 이런 기술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추천, 재고 예측, 경로 최적화 등 고객 경험을 모두 개선했다. 쿠팡은 AI를 매출 성장과 마진 확대의 장기적 동력으로 본다"며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 즉각적인 효과를 보는데 초기 구현 단계의 신규 개발 코드의 최대 50%가 AI로 작성되고 있다. AI로 자동화와 휴머노이드 로봇 강화 등 쿠팡 운영에 변혁(transformative impact)을 일으킬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역대 최대 분기 실적...연간 20% 성장률 목표 다가서

이날 쿠팡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 제출한 2분기 연결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2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인 11조9763억원(85억2400만달러·분기 평균환율 1405.02)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9% 늘어난 수치다.

앞서 쿠팡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 안팎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직전 1분기(20%)에 이어 2분기도 비슷한 성장세를 유지한 상황이다.

쿠팡이 6조 물류 투자 결실을 보고 있다 [사진: 쿠팡]
쿠팡이 6조 물류 투자 결실을 보고 있다 [사진: 쿠팡]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93억원(1억4900만달러)으로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342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쿠팡은 지난해 2분기 실적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1628억원)을 반영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은 1.7%로 직전 1분기(2%) 대비 0.3%포인트(p) 하락했다. 

당기순이익은 435억원(3100만달러)으로 당기순손실 1438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2분기 대비 양전환했다. 매출 대비 순이익률은 0.4%를 기록하며 1분기(1.4%) 대비 1%p 하락했다. 주당순이익(EPS)은 전년 동기 대비 0.06달러 늘어난 0.02달러로 집계됐다.

◆로켓배송 확장, 지속 성장 배경...당일·새벽배송 주문 40%↑

사업 부문별로 쿠팡의 주 사업인 프로덕트 커머스(로켓배송·로켓프레시·로켓그로스·마켓플레이스)는 2분기 10조3044억원(73억3400만달러)의 매출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17% 늘어난 수치다. 활성고객은 2390만명으로 전년 동기(2170만명) 대비 10% 증가했다. 활성고객당 매출은 43만1340원(307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가 올랐다.

쿠팡은 배송 속도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를 지속적으로 재정의하는 동시에 로켓배송 제품군을 빠르게 확장한 전략이 프로덕트 커머스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지난 2분기에만 로켓배송에 50만개 신규 상품을 추가했고, 고객들의 당일·새벽배송 주문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면서 고객 경험에 대한 투자가 고객 참여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정체된 한국 소매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성장세를 지속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또 그는 "2분기 신규 활성고객 증가가 가속화됐고, 활성 고객당 지출액도 크게 늘었다"며 "이번 분기 매출 성장은 기존 고객들이 견인한 것으로, 가장 성숙한 고객군을 포함한 모든 고객집단(cohort)에서 두자릿수대의 견고한 지출 증가율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고객 선호도에 맞춰 선택의 폭이 넓어지며 기존 고객들이 더 많은 카테고리에서 쿠팡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수확한 참외를 들고 웃고 있는 성주 월향농협 강도수 조합장 [사진: 쿠팡]
수확한 참외를 들고 웃고 있는 성주 월향농협 강도수 조합장 [사진: 쿠팡]

신선식품 카테고리에 대한 중요도도 커졌다. 김 의장은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주목해야 한다"며 신선식품 매출 성장률(원화 기준)이 2분기 25%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지난 분기 쿠팡은 농산물과 육류, 해산물 등을 대폭 확대했다. 그 덕에 고객들의 신선식품 구매가 대폭 늘고 여러 카테고리로 반응이 이어졌단 설명이다.

김 의장은 B2B2C 사업인 로켓그로스(FLC)가 물량, 상품, 입점 판매자수 등에서 프로덕트 커머스 전체 성장률보다 몇배나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도적인 쿠팡의 풀필먼트 인프라를 활용해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로켓그로스 서비스 개선을 위해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로켓그로스는 수만 곳의 중소기업 성장을 가속화했고, 그 중 70% 이상이 서울 외 지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로켓그로스는 한국의 소외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대만, 성장세 한국 초기와 비슷...올해 투자 확대

2분기 쿠팡의 대만·파페치·쿠팡이츠 등 성장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난 1조6719억원(11억9000만달러)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이다. 직전 1분기 매출(10억3800만달러·1조5078억원) 대비로도 달러와 원화 기준 각각 15%, 11% 성장했다. 

쿠팡은 성장 사업을 새로운 '캐시 카우'로 키운다는 입장이다. 프로덕트 커머스가 쿠팡의 장기 성장 동력을 제공했듯, 성장 사업 역시 향후 수년간 의미있는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이란 시각이다. 

김 의장은 "올해 최우선 과제는 상품군을 넓히고 고성장기에 흔히 발생하는 재고 가용성(availability)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현재 수백개 유명 브랜드와 직접 협력하게 됐으며 지난 분기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고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 폭발적인 고객 반응과 매출 증가율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서비스는 연초 설정한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다"며 이번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 대비 54%, 전년 동기 대비 세자릿수 성장했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3분기 대만 사업의 성장률은 2분기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 대만의 로켓직구 항공 배송 현장. [사진: 쿠팡]
쿠팡 대만의 로켓직구 항공 배송 현장. [사진: 쿠팡]

김 의장은 "가장 고무적인 점은 대만 성장이 주로 재구매 고객 덕분이라는 것"이라며 "추가된 신규 고객이 성장에 기여하고, 활성 고객이 전분기 대비 40% 가까이 증가했지만, 이번 분기 매출 성장은 기존 고객집단 지출이 지속적으로 강화된 데서 비롯한다"고 했다. 그는 "대만은 한국에서 소매 서비스 확장을 시작한 초기 몇 년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어 장기 성장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커지고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신사업 투자로 성장사업의 조정 에비타(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3301억원(2억3500만달러)로 원화 기준 전년(2740억원 손실) 대비 20% 적자폭이 커졌다. 직전 1분기(2440억원·1억6800만달러) 대비로도 증가한 수치다.

관련해 거랍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만 성장 가속화로 성장사업 투자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1분기와 작년 2분기 대비)투자 규모가 증가했음을 보여준 것이고, 주로 대만에서의 성장 가속화로 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확대로 인해 올해 성장사업 손실 전망치를 상향 조정한다는 설명이다. 아난드 CFO는 "성장 사업 가운데 특히 대만에서의 잠재력이 빠르게 커짐에 따라 연간 조정 에비타 손실이 9억~9억5000만달러(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번 투자는 대만 서비스에 대한 장단기적 잠재력에 대한 확신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쿠플, 이츠 등 미개척 시장 존재...성장 여력 충분

쿠팡플레이, 쿠팡이츠 등 다른 신사업들도 성장 모멘텀을 이어갔고 있다는 평가다. 쿠팡의 시장 입지 대비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김 의장은 "쿠팡이츠는 최고의 상품 구성과 최저가격, 빠르고 안정적인 배달 경험으로 강력한 강력한 모멘텀을 이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콘텐츠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인 쿠팡플레이도 고객 만족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쿠팡의 시장 내 입지를 보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가 대부분 아직 미개척 상태로 남아있다"며 "고객 중심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운영 탁월성, 통제된 자본 배분으로 우리의 원칙을 고수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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