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손뼉 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오른쪽) 손뼉 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다음 달 금리 결정을 앞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역대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한은만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방에서 안정되고 경기 부양을 위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이 집행되지만 올해 1%대 경제성장률을 장담하기 어려운 여건은 한은이 통화 완화를 서둘러야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가 향후 국내 기업 수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은은 이날 공개된 협상 결과 여파를 점검하며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수도권 부동산 과열이 다소 진정되기는 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지 않을지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게 한은 안팎의 중론이기도 하다.

◇연준 "경제전망 불확실성 여전히 높아"

연준은 3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유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9월(-0.50%p), 11월(-0.25%p), 12월(-0.25%p) 연달아 낮아진 뒤 올해 1월, 3월, 5월, 6월에 이어 이번까지 다섯 차례 연속 동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초부터 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해왔지만, 연준은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전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하반기에도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와 대부분 위원은 제한적인 통화정책이 부적절하게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지 않으며 완만하게 제한적인 정책이 적절하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FOMC에서는 위원 12명 중 미셸 보먼(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연준 이사) 위원이 기준금리 0.25%p 인하를 주장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해 눈길을 끌었다.

연준 이사 2명 이상이 동시에 소수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에, FOMC 위원 2명 이상이 소수의견을 낸 것은 2020년 이후 5년 만에 각각 처음이어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높였다.

◇한미 금리차 역대 최대…금융 불안정도 여전

이번 연준의 결정으로 한미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인 2%p로 유지됐다.

금리차가 더 확대되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에 바짝 다가선 만큼 지난 1월과 4월처럼 고환율 우려가 통화정책의 핵심적인 고려 요소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 금통위원은 "자본 유출 등 외환 수급에 애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내외 금리차를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적절히 유지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흐름과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추이도 중요한 변수다.

6·27 대출 규제 이후 은행권 가계대출 신규 신청 금액이 6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수도권 일부 지역 아파트의 신고가 경신이 계속되는 등 정책 효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시점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작년 8월보다 빠르다"며 "그때보다 경계감이 더 심하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이어 "가격이 잡혀야 한다"며 "해피엔딩이 금방 올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美 관세 기존 전망에 부합…아직은 '시계 제로'

한은 금통위 회의가 8월 28일로 한 달 가까이 남은 만큼 통화정책 방향도 현재로선 시계 제로에 가깝다.

한은은 이날 오전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 결과가 발표된 직후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등의 향후 수출 영향 등 경제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고, 자동차에도 15%의 품목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는 한은의 기존 전망과 거의 부합하는 수치로 평가된다.

한은은 조만간 열릴 한미정상회담 결과 등을 추가 점검하면서 금통위 회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간 무역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교역여건 변화가 국내 경제 각 부문 및 금융·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 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체 물가 수준을 높여 통화 완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집행되는 2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1%p 높일 것으로 예상되고, 2분기부터 민간 소비를 중심으로 내수가 모처럼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다.

한은은 다음 달 금리를 결정하면서 수정 경제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지난 5월 29일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 0.8%, 1.6%로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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