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 백악관]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법안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지난 4일 시행되면서 이차전지 업계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 전기차 보조금 조기 폐지로 인한 수요 급락과 함께 북미에 기반을 둔 배터리 업계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OBBBA는 지난 7월 1일 상원에서 51대 50으로 J.D. 밴스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로 통과됐다. 3일 하원에서도 218대 214로 민주당 만장일치 반대에도 불구하고 통과되면서 10년간 4조5000억달러 규모 대규모 재정이 투입된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전기차 세액공제의 조기 종료다. 원래 2032년 말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던 개인 전기차 구매자 대상 최대 7500달러 세액공제가 올해 9월 30일로 7년 앞당겨졌다. 한국산 전기차도 혜택을 받던 상업용 전기차 세액공제 역시 같은 시점에 종료된다.

이로 인해 전기차 구매가격 상승으로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가 예상되며, 한국산 리스 전기차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iM증권은 북미 전기차 침투율이 2030년 28%에서 20%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캘리포니아 주의 배출가스 규제 재량권 철회까지 겹치면서 미국 신차 시장의 40~50%를 차지하는 17개 주에서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가 법적 강제성을 사라졌다.

전기차 구매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미국 내 배터리 공장 가동률 하락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다행히 배터리 셀과 소재 생산 기업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45X)는 기존 일정을 유지한다. 

iM증권에 따르면 조기 폐지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세액공제 금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2033년부터 폐지하기로 결정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양극재·음극재·전해액·바인더·분리막은 각각 10달러/kg, 배터리 셀은 35달러/kWh, 배터리 모듈은 10달러/kWh의 세액공제가 단계적 축소 후 2032년 종료 예정이다. 

조기 폐지 피했지만 북미 전기차 수요 둔화로 현지 배터리 생산량이 축소되면 세액공제 혜택 규모 변동에 따른 실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에너지솔루션]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정부 세액공제로 받는 금액은 영업익을 뛰어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로 약 1조5000억원을 반영해 전체 영업이익 5750억원을 크게 상회했다. 올해도 약 2조원의 수혜가 예상됐다. 앞서 7일 공개된 2분기 잠정실적에서도 4908억원 반영됐다. 이 금액을 제외한 순수 영업이익은 14억원 수준이다.

삼성SDI도 2025년과 2026년 각각 약 5000억원, 1조 2000억원의 세액공제 혜택이 예상된다고 iM증권은 분석했다.

이후 소비자 세액공제 종료로 인한 수요 둔화가 나타나면 2025년 하반기 실적 추정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 중국 LFP 배터리의 저가 공세로 국내 업체 점유율이 2021년 71%에서 2025년 1분기 36%로 급락한 상황에서 북미 시장까지 위축되면 실적 컨센서스의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산 원자재를 일정 비율 이하로 사용하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공급망 다변화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게 됐다.

중국산 소재 사용 규제에서는 일부 완화 조치가 나타났다. 기존 IRA 규정상 일정 비율 이상 중국산 소재 사용 시 AMPC를 받을 수 없었으나, 일정 비율 이하 사용 시 AMPC 인정이라는 예외 규정이 명확화됐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 부담을 일부 완화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속된다고 iM증권은 분석했다.

◆직격탄 맞았지만...ESS 시장 기회 확대는 호재

이차전지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라는 직격탄을 맞았지만 배터리 제조 세액공제 유지와 ESS 시장 기회 확대라는 전환점을 확보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변화도 긍정적인 요인의 하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OBBBA 3장 70308조에 따라 첨단 제조 투자 세액공제가 25%에서 35%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배터리 관련 반도체 부품 투자 활성화로 일부 상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상황 변화가 배터리 업계에 호재다. iM증권은 현재 미국 ESS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80~9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OBBBA와 함께 상호관세 정책으로 변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025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 셀에 부과되는 총 관세율이 기존 10.9%에서 40.9%로 상승하고, 2026년부터는 58.4%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그 여파로 NCM에서 LFP 배터리로의 전환 속도도 빨라지게 됐다. iM증권에 따르면 ESS는 전기차 배터리와 달리 공간 제약이 적어 에너지밀도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LFP 배터리 전환이 필수적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ESS 구매자 세액공제가 사실상 중국 배터리 셀, 소재 업체에게 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 갈등 상황 속에 이를 규제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6월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LFP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했고, 삼성SDI도 2027년부터 LFP 셀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미국 내 LFP 배터리 셀 예상 가격이 90달러/kWh 내외 수준으로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미-중 갈등 심화와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 수입 규제 확대는 중국산 배터리의 북미 시장 진입을 점차 어렵게 만들고 있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는 의미 있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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