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게임산업 중심지인 경기 성남시가 게임을 알코올·약물·도박과 동일한 '4대 중독물질'로 분류한 콘텐츠 제작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게임업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이달 초 '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 모집 공고를 통해 '4대 중독(알코올, 약물, 도박, 인터넷게임) 예방'을 주요 공모 주제로 제시했다. 성남시가 주최하고 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이 공모전의 총 상금 규모는 1200만원이다.

공모전에서 사용된 '4대 중독' 개념은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서 비롯됐다. 해당 법안은 정부의 게임 관리와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게임을 알코올·도박·마약과 함께 중독유발 물질로 규정했다.

성남시 판교역 주변 지역은 넥슨,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웹젠,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집중된 '한국 게임산업의 메카'로 통한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공모전에 대한 업계의 비판이 더욱 거세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 대표를 역임한 남궁훈 게임인재단 공동 이사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게임사들이 밀집한 판교 성남시에서 게임을 4대 중독이라고 표현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하는 공무원들이 성남시에 있다"고 비판했다.

남궁 이사장은 성남시와의 협력 관계 재검토 의사도 밝혔다. 그는 "성남시와 친밀감을 가지고 성남시 청소년을 위해 최근에도 게임인재단에서 1억원을 지원하는 등 여러 행사를 함께했었는데, 그만하자고 건의해야겠다"고 밝혔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신상진 성남시장의 의사 출신 배경을 언급하며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0일 만에 이 정도면 거의 저격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 공동위원장을 지낸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판교는 국내 게임 매출 60%가 발생하는 지역"이라며 "이재명 대통령도 성남시장 시절부터 꾸준히 게임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게임을 중독으로 보는 건 과거 탄압의 재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e스포츠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게임 중독을 마약 중독처럼 규제하는 바람에 당시 중국에 추월당했다"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게임을 약물 중독처럼 취급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