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최종현학술원과 허드슨연구소가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7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북미 외교 재개 시나리오를 담은 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협상, 교착, 그리고 억제: 북미 외교 재개를 위한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북중러 연대 강화 등 급변하는 외교 환경을 반영해 기획됐다. 최종현학술원은 최태원 SK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보고서에는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프랭크 아움 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비핀 나랑 MIT 교수 등 미국의 저명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한국 측에서는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정책 제언 대표 집필을 맡았다.

보고서는 북미 간 외교 재개 가능성을 6가지 시나리오로 분석했다. 미국과 북한의 안정적 공존을 위한 잠정적 합의, 관계 정상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 지도자 간 신뢰 형성을 통한 새로운 외교 모색 등이 포함됐다. 

또 행동 대 행동 원칙 하의 북핵 협상 재개, 완전한 비핵화 고집보다 현실적 대북 관여, 억지력 강화를 통한 협상력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프랭크 아움 전 선임연구원은 북미 간 안정적 공존을 위한 스몰딜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아움 전 선임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실질적인 스몰딜을 성사시켜 나감으로써, 향후 포괄적이고 우호적인 협상의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핀 나랑 MIT 교수는 조급한 외교가 북한에만 이익을 준다며 억지력 강화를 우선시했다. 나랑 교수는 "북한은 2019년 이후 핵과 미사일 능력을 크게 고도화했으며, 러시아와의 밀착으로 제재 해제를 절박하게 요구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나랑 교수는 핵추진 순항미사일 한반도 전진 배치 같은 실질적 조치를 제안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북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이해가 배제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설령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적 접근 방식을 취하더라도,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사전에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며,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일수록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규 한국국방연구원 실장은 "주한미군 감축은 어떤 경우에도 협상 카드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최근 국제적 관심이 관세와 공급망 등 경제안보 이슈에 집중되는 가운데, 한반도 안보와 관련된 불확실성과 돌발 변수는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7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을 계기로, 이번 보고서가 양국 정책당국자에게 실질적인 전략적 시사점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