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재생에너지 증가 추이. 한국전력공사(KEPCO)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은 6배 증가했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공급된 발전량은 3배 증가에 그쳤다. [사진: IEEFA]](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6/570232_534086_2446.png)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한국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지난 10년간 6배 늘었지만 실제 발전량은 3배 증가에 그쳤다. 용량만 늘린 한계를 드러낸 가운데 새 정부가 추진하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이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부와 환경부에 분산된 기후·에너지 기능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추진한다. 송배전망 현대화 지연과 경직된 전력구매계약(PPA) 제도 개선을 통해 AI·반도체 시대 에너지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탈탄소화 압력이 거세지면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운영 중인 RE100 회원사만 160개 이상에 달하며, 이중 36개사가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국제에너지경제재정분석연구소(IEEFA)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RE100 회원사의 31% 이상이 이미 2022년 전력구매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했다. 하지만 한국의 수출 지향 기업들은 20.2%만이 직접 PPA나 제3자 PPA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산업이 국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친환경 에너지 공급 체계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한 결과 실질적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KEPCO)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은 6배 증가했지만, 실제 소비자에게 공급된 발전량은 3배 증가에 그쳤다. IEEFA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아직 국가 전력망에서 의미 있는 재생에너지 성장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미쉘 김 IEEFA 에너지금융 분석가는 "그리드 건설과 현대화 지연이 국제 기업들의 산업 경쟁력과 탄소중립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그리드(grid)'는 전력을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전송하는 송배전망(transmission and distribution systems)을 의미한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송배전망 확충 지연, 비효율적인 PPA 제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쉘 김은 "송배전 인프라 확장과 현대화 지연이 한국의 재생에너지 통합에 핵심적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전의 송배전 독점과 재정난이다. IEEFA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KEPCO의 재정적 제약, 그리드 독점이 그리드 프로젝트의 효율적 실행을 방해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용인 대규모 반도체 클러스터와 서울·경기지역 AI 데이터센터 개발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드 현대화 지연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PPA 시장의 경직성도 재생에너지 확산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경직된 규제와 KEPCO 독점으로 인해 PPA 가격이 높고 재생에너지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이에 IEEFA는 "현재 PPA 규칙이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하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재생에너지 개발 효율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RPS 제도 역시 한계다. 직접 재생에너지를 늘리기보다 신재생에너지인증서(REC) 구매로 의무를 이행하는 간접 방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IEEFA는 "많은 발전사와 KEPCO의 발전 자회사들이 직접적인 재생에너지 발전 증대보다 REC 구매를 통해 RPS 의무를 이행하는 데 주로 의존해왔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6/570232_534084_2131.jpg)
이같은 상황 속에서 새 정부에서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대폭적인 재생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정책공약집에서 정부 부처 개편을 통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하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부가 맡고 있는 기후 정책을 통합해 기후위기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후·에너지 업무를 하나로 묶어 정책 효율성을 높이려는 거버넌스 개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산업 전환 문제는 환경 에너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환경은 규제 중심으로, 에너지는 산업 지원 중심으로 가다 보니 충돌한다"며 정책 부처 통합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대한 강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시점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기후 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고 사회·경제 문제도 함께 풀어갈 통합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산업부의 에너지 업무와 환경부의 기후 업무를 한데 모아 기후 위기 대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수립하고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테크사업육성특별법과 탄소중립산업법 제정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사한 성격의 산업 지원 법안으로, 전기차,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더불어민주당 21대 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유상 할당 비중을 확대하고, 기후대응기금도 증액될 예정이다.
RPS 제도 개선도 핵심 과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 REC 의존도를 줄이고 복잡한 PPA 요건을 단순화하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직접 발전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현재처럼 발전사들이 REC 구매로 의무를 회피하는 대신 실제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집중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조성할 수 있다.
IEEF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정부가 협력해 직접적인 정부 입찰을 통해 의무적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달성한다"며 "더 명확한 시장 신호를 제공하고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며 에너지 비용을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은 용량 확대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부문의 질적 성장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이러한 전환은 AI, 반도체 등 신흥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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