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택시 호출 서비스로 시작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카카오 T 출시 40일 만에 누적 호출 100만건을 돌파하며 국내 모빌리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지 10년 만에 38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통합 교통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 10년은 국내 이동 패러다임의 전환사다. 2015년 이전까지 택시는 길거리에서 손을 흔들어 잡거나 전화로 호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길거리 택시' 문화에서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서 간편하게 부르는 '호출 택시'로 이동 문화를 탈바꿈시켰다.

서울창업허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카카오 T의 누적 가입자 수는 3800만명에 달하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1336만명을 기록했다. 택시 호출에서 시작된 서비스는 이후 버스, 대리운전, 주차, 셔틀,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포괄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현재 카카오 T는 택시, 바이크, 대리, 주차, 내비, 시외버스, 기차, 항공, 퀵·택배 등 모든 이동 수단을 아우르는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만큼 비중도 가장 크다. 올해 1분기 사업별 매출 구성을 보면 플랫폼 서비스가 99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3.5%를 차지했다. 이중 모빌리티 서비스가 482억원(30.7%), 라이프스타일 서비스가 474억원(30.2%)을 기록했다. 플랫폼 인프라 부문은 573억원(36.5%)의 매출을 올렸다.

◆길거리 택시→호출 택시→AI 배차→자율주행...패러다임 4단계 진화

10년을 기점으로 카카오모빌리티는 플랫폼에서 AI 기반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성장을 넘어 AI, 자율주행, 글로벌화, 로봇 배송 등 신기술과 신사업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먼저 AI를 자사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적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 AI가 도입 단계를 넘어 응용 단계라는 판단이다. 일례로 승객과 기사의 빠른 매칭을 위한 AI 배차 시스템 도입으로 배차 성공률이 9%포인트 증가하고 승객 대기 시간이 평균 43% 단축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대외 리스크로 성과를 공개하지 않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또 최근 개최된 '구글 I/O 2025'에서 카카오 T에 적용한 하이브리드 AI 기술 사례를 소개했다. 구글의 온디바이스 AI 모델 '제미나이 나노'와 클라우드 AI를 결합한 방식을 통합교통 서비스에 적용한 내용으로, 'AI 주소 자동 붙여넣기' 기능 출시 한 달 만에 접수 완료 소요시간을 24% 단축시켰다고 전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 도로 환경에 특화된 대규모 AI 학습용 데이터셋을 구축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자율주행 지능학습 데이터 수집·가공 핵심기술 개발' 사업에 참여해 레벨4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4년간 3만km 주행 데이터를 수집·가공해 15만 건의 데이터셋을 구축한 성과는 국내 자율주행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올해부터 카카오모빌리티는 로봇 배송 서비스 '브링'의 본격 상용화에도 나선다. 로봇 배송 플랫폼 '브링-온'은 다양한 서비스 니즈와 로봇을 연결하는 오픈 API 플랫폼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택시 중심의 서비스 영역을 물류·배송까지 확장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는 지난달 29일 ITS 아태총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은 유럽 산업혁명의 증기기관차에 비견될 정도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러한 변혁의 시기에서 카카오모빌리티는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다양한 경쟁력을 지속해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브링 플랫폼이 탑재된 배송 로봇 [사진: 석대건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브링 플랫폼이 탑재된 배송 로봇 [사진: 석대건 기자]

순탄한 성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현재 국내 택시호출 시장의 94%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때문에 독점적 지위 남용 우려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질수록 공정 경쟁, 소비자 후생, 기존 산업과의 상생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규제 당국의 면밀한 검토 대상이 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유사한 현상이다. 게다가 성장 과정에서 모기업인 '카카오톡'의 카카오 지원도 컸다는 점도 작용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반값 수수료 가맹택시 등 새로운 상생 모델을 도입해 택시업계와의 조화를 노력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향후 3년간 200억원을 출연하는 상생재단을 출범시켜 택시기사 의료비 안심 지원, 도로 위 히어로즈, 교통약자 '택시 대신 불러주기'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87%에 달하는 순이익 축소를 감수해야 했다. 회사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9.4억원으로 전년 동기(76억원) 대비 87.7% 크게 감소했다. 카카오모빌리티상생재단 출범으로 기금 50억원을 출연하는 등 영향으로 감소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왼쪽부터)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윤상욱 병원장, 카카오모빌리티상생재단 김수 사무처장,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왼쪽부터)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윤상욱 병원장, 카카오모빌리티상생재단 김수 사무처장, 아이들과미래재단 김병기 본부장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그럼에도 기술 중심 기업 전환 과정에 긍정적인 환경은 조성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 271억원과 시정명령에 대해 모두 취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일반 앱호출 시장과 택시가맹 서비스 시장을 각각 다른 개별 시장으로 판단하고, 가맹기사와 비가맹기사 간 차별 취급이 부당하지 않다고 결론내렸다.

공정위가 지난 2년간 카카오모빌리티와 관계 기업에 부과한 1000억원 이상의 과징금 중 상당 부분이 2심에서 뒤집히고 있다. '콜 차단' 사건 과징금도 724억원에서 151억원으로 약 80% 줄었다. 이전 윤석열 정부 시절 제기됐던 '부도덕하다'는 지적도 21대 대선과 함께 자연스럽게 벗어나게 됐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나온 법원의 판결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나 방향성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형성했다.

◆남은 과제는? 글로벌·자율주행·공공모빌리티 3축 전략 추진

남은 과제는 이후 10년에 대한 사업에서도 지금까지의 성장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내건 미래 사업 키워드는 크게 '글로벌', '자율주행', '공공 모빌리티'로 꼽을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번째 미래 키워드는 글로벌화다. 2024년 6월 처음 선보인 '케이라이드'는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동남아 주요 국가 등 해외 12개국 현지에서도 해당 국가의 주요 모빌리티 업체와 연동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메일 간편 가입, 100여 개 언어 자동 번역, 해외 신용카드 및 간편결제 지원 등 외국인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케이라이드는 출시 10개월 만인 2025년 3월 기준, 국내에서 외국인 대상 택시 호출 60만 건, 전 세계 100여 개국 앱스토어에서 누적 다운로드 60만 건을 돌파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카카오 T 앱을 통해 해외 30여 개국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주요 여행지에서는 렌터카 예약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용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융합형 3D 동적객체 검출 추적 학습 데이터국내 환경 맞춤형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차량용 카메라-라이다-레이더 융합형 3D 동적객체 검출 추적 학습 데이터국내 환경 맞춤형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자율주행 상용화 플랫폼으로 전환도 주목할만하다.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자율주행 알고리즘과 차량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수집한 대규모 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인식, 판단, 제어 알고리즘의 성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2020년 세종시에서 국내 최초 플랫폼 기반 유상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판교, 강남, 대구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했다. 2024년에는 서울시 자율주행 운송플랫폼 통합운영을 카카오 T 앱에서 시작하며 상용화 기반을 다지고 있다. 자율주행 차량 배차, 관제, 경로 생성 등을 수행할 통합 서비스 플랫폼 개발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제시하는 미래 비전의 중심에는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가 있다. '에이전틱 AI'는 사용자의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이동 수단과 경로를 능동적으로 제안하는 지능형 에이전트 기술이다. '피지컬 AI'는 자율주행차, 로봇 배송 등 물리적인 이동 수단을 통해 실제 생활에서의 이동 기술을 포괄한다.

장성욱 카카오모빌리티 미래이동연구소 부사장은 이 두 가지 AI 기술의 결합이 단순히 이동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일상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단순한 중개 플랫폼을 넘어, 미래 이동 기술을 직접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기술 중심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포부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운데)와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오른쪽),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장(왼쪽)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가운데)와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오른쪽), 박권수 전국개인택시연합회 회장(왼쪽)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공공 모빌리티 역할론도 과제다. 민간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 공공 교통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카카오 T 앱에서 교통약자 전용 호출 서비스 등을 비롯해 기차·버스 등 공공 교통 서비스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 T 앱에서 대중교통 정보를 통합 제공하고, 교통카드 결제 및 환승 정보 제공 등 공공 교통 서비스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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