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장보기·쇼핑(위), 네이버 지금배달 [사진: 각사]
배달의민족 장보기·쇼핑(위), 네이버 지금배달 [사진: 각사]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퀵커머스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다. 고성장 가도를 달려온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음식배달 등이 어느 정도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신 사업으로 퀵커머스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는 신규 퀵커머스 서비스인 '지금배달'을 선보였다. BGF리테일 운영 편의점 CU 3000점포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제휴 업체를 늘려갈 예정이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 인터넷 사업자로 이미 지도·예약·결제 등 퀵커머스에 필요한 사업 제반을 갖추고 있었다. 2021년부터 네이버페이와 제휴한 장보기 업체들 배달 주문을 중개해왔다. 최근 전사적으로 쇼핑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성장성이 담보된 퀵커머스를 재단장해 영역 확장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퀵커머스 진출에 배달의민족(배민)은 이례적 마케팅 대응에 나섰다. 전국 8000개 배민 제휴 CU에서 퀵커머스 주문 시 최대 8000원의 할인을 제공한다. 2019년부터 배민은 퀵커머스를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자체 운영 B마트와 입점사들 상품을 직접 배달 및 배달 중개하고 있다. 

배민 퀵커머스는 배달 방식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 배민이 이미 보유한 라이더 풀을 활용해 주문을 즉시 처리한다. 평균 배달시간은 27분에 불과할 정도로 빠르고, 자체 배달 비중은 전체의 50%가 넘는다. 

배달 인프라 덕에 입점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배민 장보기·쇼핑에는 이마트·GS리테일·홈플러스 등 롯데를 제외한 국내 주요 소매 체인들이 모두 입점을 완료했다. 이들 중 일부는 자체적으로 퀵커머스를 시도한 바 있으나 온라인 기반이 약한 탓에 사업이 대중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다. 배민 입점 효과는 뚜렷하다. 작년 7월 배민에 입점한 GS더프레시는 올해 1분기 퀵커머스 매출 신장률이 42.1%에 달했다. 전년 동기(19.2%)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사진: CJ올리브영]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 [사진: CJ올리브영]

CJ올리브영, 다이소 등 오프라인 사업자들도 퀵커머스로 외연 확대장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아 고객 인근 매장에서 상품을 보내주는 방식이다. 전국 단위 매장을 집품·집배시설(PP센터)로 활용할 수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

올리브영은 2018년에 업계 최초의 퀵커머스 서비스인 '오늘드림'을 도입했다. 올리브영이 파는 뷰티·헬스 상품을 주문 후 3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다. 화장품은 식품에 비해 빠른배송 수요가 적을 것이란 초반 우려를 뚫고 고성장 중이다. 지난해 오늘드림 배송 건수는 1500만건으로 2022년(600만건) 대비 150% 증가했다.

다이소도 올 초 '오늘배송'이란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범 도입했다. 오후 7시 이전 주문한 상품을 1~2시간 내 이륜차로 배달해준다. 현재는 서비스 지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일부로 한정되나, 점진적 확대가 예상된다.

국내 업계는 퀵커머스를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한 돌파구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퀵커머스 매출 전망치는 2025년 31억9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를 거쳐 2030년까지 43억달러(약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구 등 한정된 시장 규모로 이커머스, 배달 등 대고객 플랫폼들이 성장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이미 보유한 인프라로 최대한 많은 영역에서 사업 확장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전체 유통시장 대비 높은 성장률 등 잠재력도 크다"고 설명했다.

도어대시(DoorDash) [사진: 셔터스톡]
도어대시(DoorDash) [사진: 셔터스톡]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한 해외 상황도 국내와 비슷하다. 세계 최대 내수시장인 미국은 아마존, 월마트, 타겟 등 오프라인 소매 체인들과 도어대시, 우버이츠 등 배달앱들이 퀵커머스를 시도하고 있다. 

북미 최대 배달앱 도어대시는 시장 강자로 꼽힌다. 2020년부터 식료품 배달을 시작해 미국 10대 식료품 체인 중 6곳과 제휴했다. 자이언트이글, 세이브마트, 컴패니언즈 등 지역 기반 식료품점들 다수도 도어대시에 입점했다. 도어대시에 따르면, 매달 700만명이 도어대시에서 식료품을 배달 주문한다. 이는 도어대시 전체 고객수(3700만명)의 20%에 불과한 수치로 회사는 퀵커머스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퀵커머스 시장을 보유했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926억8000만달러(약 129조원)으로 미국(653억5000만달러)에 앞선 1위 규모다. 특히 2030년앤 이용자가 4억7000만명에 이르는 등 고성장이 예상되는 탓에, 대형 플랫폼들 참전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알리바바, 징둥, 핀둬둬 등 이커머스와 메이퇀 등 대면 서비스들이 중국 퀵커머스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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