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디아 브리프]
[사진: 인디아 브리프]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이르면서 글로벌 전자기기 제조사들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인도가 새로운 전자제품 생산 허브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어 주목된다. 애플, LG전자,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를 새로운 허브로 주목하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인도 정부 역시 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인센티브 프로그램 등 전자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전자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위협으로 글로벌 IT기업들의 생산기지 이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애플은 중국산 아이폰에 대한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인도산 아이폰을 미국으로 대량 선적하는 단기 대응과 함께, 2026년까지 인도산 아이폰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장기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아이엠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의 스마트폰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85% 급증했는데, 이는 애플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대응으로 인도산 아이폰 출하를 늘렸기 때문이다. 미국이 글로벌 아이폰 판매의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내년부터는 인도산 아이폰으로 미국 수요를 전부 대응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노트북의 경우도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21년 당시 미국의 노트북 수입액 중 중국산 비중이 93%에 달했으나, 2024년 기준으로는 66% 수준까지 축소됐다.

미·중이 관세율 인하에 합의하면서 추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장기적으로 IT기기 제품 가격 인상 흐름은 불가피해 보인다. 

DS투자증권 이수림 연구원에 따르면 "IT 기기에 대한 높은 관세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중간재인 메모리 반도체는 수급 상황에 따라 시장가가 형성되는데, 관세로 인한 IT 기기 수요 감소 시 가격 하락 압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관세 부담은 중국 내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출하량 기준 글로벌 1위 스마트폰 소비국인 중국은 내수 시장도 가격 민감도가 높아 전반적인 소비 심리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미국 역시 IT 기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몇 주 이내로 재고 수준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세트 제품 대상으로는 불확실하면서도 부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PC 대부분은 생산지가 중국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관세 리스크가 존재하며, 이에 노트북 ODM과 EMS 업체들은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 이전을 가속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인도 스리시티 LG전자 공장 조감도 [사진: LG전자]
인도 스리시티 LG전자 공장 조감도 [사진: LG전자]

미중 무역갈등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안으로 인도 정부의 전자 산업 육성 정책, 그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확대로 '인디아 일렉트로니카'의 성장세는 주목받고 있다.

인도 정부는 전자·반도체 산업 육성, 부품 현지화, 대규모 인센티브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 투자청 '인베스트 인디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반도체 분야에 100억 달러 규모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이는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고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특히 대만의 TSMC와 같은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인도가 반도체 제조 단위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투자청을 설명했다.

인도는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분야에서도 대만과의 협력을 강화해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강력한 전자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공장을 이전 중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상반기부터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공급업체 폭스콘 공장에서 에어팟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인도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중동 및 남아시아와 같은 인접 지역을 위한 수출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인도 내 세 번째 가전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지난 8일 안드라프라데시주 스리시티에서 착공식을 가졌으며, 이 공장은 100만 평방미터(여의도의 약 1/3 크기)에 건설될 예정이다. LG전자는 이 시설에 6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이 공장은 연간 80만 대의 냉장고, 85만 대의 세탁기, 150만 대의 에어컨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LG전자는 2026년 말부터 에어컨 생산을 시작으로 2029년까지 세탁기와 냉장고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레드시어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인도 시장에서 냉장고 28.7%, 세탁기 33.5%, 에어컨 19.4%, TV 25.8%로 모든 주요 카테고리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의 스리시티 공장은 인도 국내 시장과 수출용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제조할 예정이다. 이 공장의 위치는 남동부 도시 첸나이와 인도양에 가까워 방글라데시나 중동 등 남아시아 국가로의 수출에 특히 적합하다.

또 인도 텔랑가나주는 대만 산업 지구와 '포모사 타운'을 조성해 '차이나+1' 전략에 따라 대만 기업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얼리전스 그룹과 텔랑가나주는 이 지역 최초의 대만 산업단지 건설 계약을 체결하고 영구 토지 소유권과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에이서 자회사인 알토스 컴퓨팅의 재키 리 사장은 "2025년이 엔터프라이즈 AI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특히 인도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예상했다. 이를 위해 알토스는 인도 현지 EMS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메이드 인 인디아' 로 서버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통신 기업 NTT 역시 인도에 2027년까지 15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 용량을 약 2.4배 확장한다. 이인도의 경제 성장에 따른 디지털화 및 AI 수요 증가,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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