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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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이름 만으로 반은 먹고 들어가는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을 키워보려 하고 있지만 조금 들어가 보면 저마다 딜레마에 빠져 있는 모습이 엿보인다. AI 때문에 사업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투자자들로부터 지적을 받는 장면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AI 관련 이슈 때문에 최근 주가가 하루 만에 7% 이상 하락하는 '불편한' 상황을 경험했다.

애플 고위 경영자가 법정에서 사파리를 사용하는 자사 기기들에서 구글 검색 트래픽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말 한마디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애플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 큐 부사장은 5월초 검색 관련 구글 반독점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지난달 사파리에서 구글 검색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이는 챗GPT나 제미나이(Gemini) 같은 AI 검색엔진 영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는 이를 구글 입장에서 피하고 싶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구글 검색 지배력이 AI 경쟁자들에 의해 잠식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후 구글은 애플 기기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자사 검색이 상장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투자자들 불안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구글이 빈말을 한 건 아니었다. 1분기 실적을 보면 AI 경쟁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알파벳 검색 및 광고 부문은 건재를 과시했다. 알파벳 1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8.5% 늘어난 668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그럼에도 구글을 투자자들로부터 재평가를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팩트셋(FactSet) 데이터에 따르면, 앞파벳 주식은 지난 12개월 동안 약 12% 하락했다.

애플도 구글을 위로할 처지는 아니다. AI만 놓고 보면 오히려 구글 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야심차게 내놓은 애플 인텔리전스가 기대에 못미치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음성 AI 비서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 등 내놓기로 한 프로젝트들도 지연되면서 애플이 AI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AI와 관련해 애플이 겪고 있는 시행착오는 단순한 실수로만 보기 어렵고 내부 조직 간 갈등, 과도한 비용 절감,  인재 유출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애플은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를 연기했을 뿐 취소한 건 아니다. 애플은 올해 가을 사진 편집과 친구에게 사진 전송 기능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시리를 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 일부 경영진은 구글과 메타 등도 아직 AI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시 지연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제대로 된 제품을 출시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에게 AI 기능 관련 지연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지연은 품질을 대한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점을 부각했지만 애플 AI 전략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해하는 주변 시선은 여전하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운영하는 메타도 AI 차세대 성장 동력이라고 포장하며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AI가 친구같은 존재가 되는 시나리오를 미래로 제시하고 있지만 모든 이들이 그의 비전에 공감하는 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심리학 전문가들을 포함해 일각에선 AI로 인해 사회적인 고립과 온라인 의존도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도 AI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AI 회사인 xAI를 앞세워 오픈AI 등을 상대로한 추격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테슬라만 놓고 보면 AI는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다. 테슬라는 오는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자사 차량을 이용한 AI 기반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지만 구글 관계사인 웨이모상 상대로 경쟁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다. 로보택시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밋밋하면 테슬라에 대한 회의론은 더욱 불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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