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미국 관세 장벽 강화에도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의 부품 특성을, LG전자는 글로벌 생산기지 다변화를 각각 전략적 강점으로 내세우며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러나 세트 업체의 생산 전략 변화와 시장 수요 변동에 따른 이차적 영향은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등 무역 장벽 강화 움직임 속에서도 국내 대표 수출 기업인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각기 다른 사업 구조와 전략적 대응을 통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방향과 영향 예측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경영 활동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들이 전반적으로 기존에 협의된 메모리 수요를 큰 변화 없이 유지하고 있다고 우려와 달리 관세 정책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가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유는 자사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특성 때문이다. 메모리는 완제품이 아닌 핵심 부품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거쳐 다양한 지역에서 최종 제품으로 조립된다.
컨퍼런스콜에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 고객향 매출 비중은 법인 소재지 기준 약 60%로 높지만, 관세 부과 기준은 미국으로 실제 선적되는 물량"이라며 "메모리 제품의 선적은 미국 외 지역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미국 직접 수출 비중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관세 효과까지 보고 있다. 일부 고객사들은 단기적인 공급 풀인(Pull-in), 즉 수요를 앞당기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게다가 PC, 스마트폰과 같은 IT 소비재는 당분간 관세 적용이 유예될 가능성이 있고, AI 기능 탑재 신제품 출시 효과도 기대된다고도 전망했다. 최종 소비자 입장에서도 가격 인상 전 구매를 서두를 가능성이 있어 교체 수요를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측은 "향후 관세가 발효되는 시점에 고객과 긴밀히 협의해 공급 안정성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며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전자 역시 미국의 관세 영향이 현재로서는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지난 24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특별강연 후 "현재 10% 수준의 기본관세는 운영 효율화나 재고 순환 등 내재화된 역량을 통해 감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재확인됐다. LG전자는 "저희 제품이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며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 문제를 발생시키거나 이슈가 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가격 인상 압력에 대한 부분도 현재는 없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관세 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핵심 요인은 선제적인 생산기지 다변화와 현지화 전략에 있다. LG전자는 이미 미국 테네시주에서 세탁기, 건조기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또 북미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에서는 생활가전(냉장고, 조리기기)과 TV를, 베트남에서는 냉장고, 세탁기 등을 생산하며 공급망을 최적화했다. 이를 통해 미국으로 직접 수출되는 물량을 최소화하고 관세 장벽을 효과적으로 회피할 수 있도록 구축있다.
LG전자는 이러한 '스윙 생산' 체제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더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나라의 생산 물량을 관세율이 낮거나 제조 원가가 저렴한 국가 공장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LG전자는 "세탁기, 건조기 물량을 미국 테네시 공장으로 이전해 미국 생산 물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증량된 물량을 기준으로 미국향 가전 매출의 10% 후반까지 커버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 [사진: LG전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4/563760_527840_282.png)
물론 향후 관세 인상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조 CEO는 "관세 인상 폭이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미국향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관세 대응 관련 제조 원가 개선, 판가 인상 등 전체 로드맵은 이미 준비돼 있으며, 고객사 협의도 완료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공장 증설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 CEO는 "미국 생산 기지 건립은 마지막 수단"이라며 "우선 생산지 변경이나 가격 인상 등 순차적인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본격적인 관세 효과는 올해 2분기 실적부터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SK하이닉스와 LG전자는 각각 부품 공급망 특성과 생산기지 현지화라는 다른 방식으로 미국의 관세 압박을 비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해서 관세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관세는 부품 업체보다는 최종 제품을 만드는 세트(완성품) 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LG전자 관계자는 "관세 부분은 세트 업체가 직면한 문제"라며 "세트 업체의 생산지 전략이 어떻게 바뀌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SK하이닉스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는 PC, 스마트폰, 서버 등 세트 업체들이 관세 부담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거나 생산지를 이전할 경우, 이는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수요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같은 기업 내에서도 사업부별로 관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LG디스플레이의 경우, TV용 대형 패널 사업은 세트 업체의 관세 영향에 민감할 수 있지만, IT용 패널 사업은 또 다른 시장 변동성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LG전자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상호관세 부과 영향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장기화로 (IT 제품) 수요 변화에 대한 지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까지 생산지 전략을 수정 중인 세트 업체는 감지되지 않았지만, 향후 정책 변동성에 따라 일정 수준의 가격 변화 가능성은 열어둔 셈이다. LG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3, 4분기에 상호관세가 본격화되면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그 영향에 대해서는 2분기에 고객사와 별도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멕시코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상호 관세 목록에서 멕시코가 제외되면서 멕시코 생산 기지 활용 방안이 중요한 포인트로 떠올랐다. LG전자는 멕시코에서 TV와 생활 가전을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는 30일 컨퍼런스콜을 앞둔 삼성전자의 관세 대응 전략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스템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 부품 사업과 스마트폰, TV, 가전 등 세트 사업을 모두 영위하고 있어,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복합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트 업체 생산과 시장 수요에 따른 2차 영향이 존재한다"며 "우선 모니터링을 하면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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