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이진호 기자]국내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SK텔레콤이 서버를 해킹 당해 고객 유심 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원인과 해킹에 따른 피해가 있었는지는 파악되지 않은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물론 경찰까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는 좀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고객들 입장에선 상황 자체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이에 SKT는 사고가 알려진 다음 날인 23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유심보호서비스'를 전체 고객에게 순차적으로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자료에서 "공지 하루만에 7만2000명이 신규 가입하는 등 호응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는데, 그 만큼 불안해 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이지 싶다.
SKT 유심보호서비스는 23일 하루에만 101만명이 신규 가입했다고 한다.
SKT는 고객 신뢰를 고려해 '유심보호서비스'를 제공하고 나섰지만 예방 측면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보보호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보기도 어려워 보인다.
한국인터넷진흥원 정보보호 공시에 따르면 2023년 SKT 정보보호 투자액은 600억원이다. 유선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합쳐도 868억원으로, KT(1218억원)보다 적다.
이런 가운데 SKT는 최근 AI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영상 사장은 이달초 'SK텔레콤의 르네상스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사내 메시지를 통해 '돈 버는 AI' 성과 창출을 위해 수립한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소개했다. 유 사장은 회사 AI 역량 강화 노력을 나열한 뒤, "고객 신뢰는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는 말로 마무리했다.
유영상 사장은 앞서 사내 메시지에서 창립 기념일을 맞아 모든 임원이 서울숲에서 낙엽을 제거하고 식재 봉사 활동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역시 고객과 사회에 감사를 표현하고 신뢰를 돈독히 하기 위한 노력 일환이다.
신뢰는 단순한 구호나 행사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행동과 변화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그런 만큼, SKT는 정보보호 투자에 좀더 적극적인 필요가 있다. SKT가 강조하는 AI에서 신뢰는 특히 중요할 수 있다.
유 사장은 사고 직후 임원회의를 열어 전사적 대응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들에게는 철저한 보안점검을 당부했다고 한다. 다짐이나 일회성 대책에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