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산업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사진: Reve AI]
모빌리티 산업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사진: Reve AI]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이동 서비스를 넘어 데이터 기반 기업으로 진화한 모빌리티 플랫폼들은 축적된 방대한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의 본격적인 적용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슈퍼앱의 초월적 데이터, AI의 양분이 되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서비스 특성상 지속적이고 가치 높은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사용자의 위치, 이동 경로, 이동 시간, 거래 내역, 선호 경로, 차량과의 상호작용 데이터는 물론, 이동과 연관된 소비 습관 데이터까지 축적된다.

이는 다른 많은 산업에서는 확보하기 어려운 독특하고 풍부한 데이터 기반을 제공하며, AI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배포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같은 한국의 모빌리티 기업들은 AI를 서비스 혁신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AI 엔진 제작을 통해 택시 호출 시 승객의 목적지와 위치 정보를 최적 배차 시스템의 근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카카오내비 사용자의 과거 운행 기록은 개인의 선호 경로를 학습하여 맞춤형 길 안내를 제공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티맵모빌리티 역시 2400만 명에 달하는 TMAP 사용자의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강조한다. 이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주행 데이터와 관심 장소 데이터를 결합하여 맞춤형 장소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말 누적 사용자 1600만 명을 돌파하며 데이터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러한 데이터 활용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택시, 내비게이션, 주차, 대리운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슈퍼앱' 형태의 플랫폼이 갖는 경쟁 우위다. 단일 서비스 앱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다차원적인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용자가 내비게이션으로 특정 목적지를 설정하고, 이후 해당 목적지 근처에서 택시를 호출하거나 주차장을 이용하는 패턴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면, AI는 사용자의 전체 이동 여정에 대한 깊이 있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동안 중국 내 발생하는 이동 데이터 추이 [사진: 디디추싱]
하루 24시간 동안 중국 내 발생하는 이동 데이터 추이 [사진: 디디추싱]

해외에서도 이러한 슈퍼앱 전략을 통한 데이터 시너지 창출이 두드러진다.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우버(Uber), 리프트(Lyft), 그랩(Grab), 디디추싱(Didi Chuxing)과 같은 선도 기업들이 일찍부터 대규모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을 도입해 서비스를 고도화해왔다.

우버는 전 세계적인 운영 규모를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AI 및 머신러닝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버에 따르면,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승차 공유 최적화하고, 고객 관계 관리(CRM)를 개인화했다. 또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자체 머신러닝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AI 기술을 심도 있게 적용하고 있다.

리프트 역시 과거 운행 데이터와 실시간 교통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머신러닝 모델을 통해 매우 정확한 도착 예정 시간(ETA) 예측 및 최적의 픽업 장소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해당 시스템은 특정 시간대의 교통 패턴, 계절적 요인, 심지어 사용자들이 특정 픽업 장소를 회피하는 행동 패턴까지 학습한다.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슈퍼앱인 그랩은 더욱 복잡한 AI 기반 요금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동 거리, 예상 소요 시간, 실시간 교통 상황, 지역별 수요와 공급 예측, 날씨, 과거 데이터 등 다양한 변수를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하여 실시간으로 요금을 변동시키는 동적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은 '디디 AI 랩스(AI Labs)' 와 '스마트 교통 브레인(Smart Transportation Brain)' 을 설립하여 AI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용자만 해도 4억 5000만 명 이상이다. 이들 사용자를 확보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교통 흐름 분석, 스마트 신호등 제어, 수요 예측 등 도시 교통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15분 내 수요 예측 정확도 85% 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로 보면 운영 규모와 데이터 축적량은 AI 모델의 정교함과 직결된다.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한 모델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 KPI 혁신의 열쇠, 모빌리티에 스며든 AI

이러한 AI 도입은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측정 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 기반은 이제 운영 효율성 향상과 KPI 개선이라는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AI 기반 배차 시스템은 승객과 기사 간의 매칭 성공률을 높이고, 승객의 대기 시간을 단축하며, 기사의 운행 효율성을 높였다. 또 AI를 활용한 대리운전 수요 예측 및 주차장 만차 예측 기능 역시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인 사례다.

티맵모빌리티는 티맵 대리 서비스에 데이터 분석 도구(Mixpanel) 도입 등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세스로 2년 만에 약 30배 성장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쏘카는 AI를 활용한 차량 파손 및 오염 자동 탐지 시스템으로 차량 관리 및 유지보수 효율성을 향상시켰다.

쏘카에서는 2만대 이상의 차량을 관리하게 되면 차량 관리 효율화가 필요해지자 'AI세차' 기능을 고안했다. 사용자가 반납 시 촬영한 차량 사진을 AI(딥러닝 모델)로 분석하여 차량 상태(청결도)를 분류하고 세차 필요 여부를 판단, 운영을 자동화하고 있다.

쏘카 AI팀이 개발한 차량 상태 대분류 모델 (Car State Classifier) [사진: 쏘카]
쏘카 AI팀이 개발한 차량 상태 대분류 모델 (Car State Classifier) [사진: 쏘카]

해외 기업들도 AI를 활용한 KPI 개선에 적극적이다. 

리프트는 앤스로픽(Anthropic)의 언어 모델 '클로드(Claude)'를 고객 지원 AI 어시스턴트에 통합한 결과, 평균 고객 서비스 문제 해결 시간을 무려 87%나 단축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머신러닝 기반 ETA 예측 시스템을 통해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픽업 ETA 오차를 1분 이내, 도착 ETA 오차를 2분 이내로 유지하는 정확도를 달성했다.

대만의 라인 고(LINE GO, 구 TaxiGo)는 구글맵스 플랫폼(Google Maps Platform)의 거리 매트릭스(Distance Matrix) API를 활용했다. 해당 API는 두 위치의 좌표를 입력하면 이를 기반으로 운전, 자전거, 도보, 대중교통 등 이동 수단에 대한 거리와 소요 시간을 계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ETA(도착 예정 시간) 정확도를 20% 향상시키고, 배차 문제의 90%를 해결했다. 이는 플랫폼 데이터를 외부 AI 기반 도구와 결합하여 핵심 기능을 강화한 사례다.

챗GPT 출시 이후 AI, 특히 생성형 AI에 대한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 T 퀵·배송 서비스에 구글 AI '제미나이 플래시'를 도입해 신규 이용자 서비스 접수 시간을 평균 24% 단축했다.

도어대시(DoorDash)는 배달 기사용 IVR에 생성형 AI(Amazon Bedrock 기반 Anthropic의 Claude)를 도입하여 상담원 연결률 49% 감소, 최초 문의 해결률(FCR) 12% 증가, 일일 수십만 건 통화 처리, 2.5초 이하 응답 속도를 달성했다. 이처럼 AI는 단순 기술을 넘어, 광범위한 플랫폼 역량 강화제로서 기능하고 있다.

◆ 보이지 않는 AI: 지속 가능한 사용자 경험의 미래

그러나 아무리 AI를 활용해 기술적 역량 강화와 KPI를 개선해도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수천만 사용자를 확보했음에도 여전히 수익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AI는 서비스 경험 향상을 통해 사업 모델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목표는 마치 AI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즉 '보이지 않는 AI'를 구현하는 것으로 방점이 찍힌다.

보이지 않는 AI 개념은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지난해 'IFA 2024' 개막 전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벤자민 브라운 삼성전자 구주총괄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삼성전자는 AI 기술이 사람을 돕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활용한 제품이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역시 '서비스로서의 모빌리티(MaaS)'에서 진화한 '기능으로서의 모빌리티(MaaF)' 개념은 이러한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다. 

MaaF는 모빌리티를 독립적인 서비스가 아닌,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플랫폼 내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기능'으로 제공한다. 그 기능의 예로는 보험, 전자상거래, 호텔 예약 서비스 등이 있다.

이미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은 해당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나, 그 폭과 깊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티맵모빌리티는 운전습관 연계 보험(UBI) 상품을 제공 중이며, 쏘카는 카셰어링 이용과 호텔 예약을 결합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카카오 T 앱 내에서 택시 호출뿐만 아니라 기차, 버스, 항공권 예매와 더불어 호텔 예약까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작동 시연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 T에 구글 제미나이를 결합한 카카오모빌리티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 생성형 AI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으로의 진화

이러한 국내외 기업들의 움직임에서 주목할 만한 경향은 생성형 AI 활용의 플랫폼화(Platformization)다. 단일 생성형 AI 모델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외부 모델과 자체 개발 모델을 목적에 맞게 선택적으로 사용하거나 조합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모빌리티 특화 생성형 AI 엔진 구축을 목표로, 보유한 방대한 이동 데이터와 핵심 기술 역량을 결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단순 정보 검색을 넘어 사용자의 이동 맥락을 이해하고, 더욱 개인화되고 예측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도다. 향후 생성형 AI를 카카오 T 앱에 통합하여 '여행 플래너', '운행기록 AI', '운행리뷰 AI' 등 기능을 선보일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는 AI 기반 장소 탐색 및 추천 서비스 '어디갈까'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으며, 향후 생성형 AI를 통해 맥락 정보 기반으로 추천의 질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AI 장소 에이전트'로의 진화가 목표다.

쏘카는 생성형 AI 기반의 AICC(AI 컨택센터) 구축에 적극적이다. LLM과 RAG 기술을 활용하여 정확하고 맥락에 맞는 고객 응대를 제공하고, '제로 할루시네이션'을 목표로 하는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은 AI를 활용하여 단순한 이동 지원을 넘어 사용자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생성형 AI를 통해 기존의 최적화 중심의 AI 활용을 넘어, 초개인화된 경험 제공, 자연어 기반 서비스 연동, 대고객 서비스 개선 등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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