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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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 중 하나인 금융권에도 인공지능(AI) 무한경쟁의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당국이 AI 활용 지원에 적극 나섰고, 주요 금융 회사들도 AI 도입을 필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올해가 금융권 AI 확산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인공지능(AI) 플랫폼 구축을 포함하는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은 AI 인프라와 데이터 부족, 생성형 AI 활용에 대한 명확한 거버넌스 부재 등 애로사항을 제기해 왔다”며 “이러한 의견을 종합해 금융권 AI 활용 인프라, 금융권 특화 데이터 지원, 금융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 등 금융회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지원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금융권 생성형 AI 이원(Two-track) 활용 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망분리, 자체 보안규정 등으로 인해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오픈소스 AI 모델, 데이터 등을 다운로드 받아 내부망에 설치하는 데 제약이 있다. 또 오픈소스 AI 모델은 누구나 수정 및 재배포가 가능한 특성으로 인해 수많은 변형 모델이 난립해 금융회사가 AI 모델의 성능 및 안전성을 검증하고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또 생성형 AI 서비스 개발은 초기 비용이 매우 많이 들어 실제 개발에 착수하기 전에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미리 테스트(PoC)하는 절차가 필수적임에도, 테스트 환경과 자원이 부족하다는 애로사항도 제기됐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권 오픈소스 AI 서비스 개발 및 활용을 통합 지원하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에서는 금융 분야에 적합한 성능과 안전성을 지닌 오픈소스 AI 모델, 데이터 등을 전문가 그룹이 선별해 제공한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오픈소스 AI 모델, 어플리케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최적의 조합을 탐색하고 혁신적인 AI 서비스 아이디어를 실험해 볼 수 있는 기능테스트(PoC) 환경과, AI 모델, 데이터 등을 금융사 내부망에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프라도 구축할 예정이다.

또 금융위는 금융 분야 AI 학습 등을 위한 금융권 특화 데이터를 구축하고 금융 분야 AI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융권 AI 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그간 가이드라인, 안내서 등을 제시해왔으나 생성형 AI 등 급격한 기술 발전과 금융권 내부통제강화 등 제도 변화에 따라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금융위는 금융권 오픈소스 AI의 설치‧활용을 지원하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올해 상반기 구축을 목표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 금융위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인공지능(AI) 활용 등 금융권 환경 변화에 맞춰 법제도를 전면 정비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AI 가이드라인 개정,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 등 AI 활용 활성화를 지원한다고 재차 확인했다.

챗GPT를 통해 만든 은행의 AI 활용 그림 [사진: 디지털투데이]
챗GPT를 통해 만든 은행의 AI 활용 그림 [사진: 디지털투데이]

금융권 AI 활용은 선택 아닌 필수

보수적인 금융당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AI에 대응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AI로 인한 금융 변화가 예견되기 때문이다. 

2022년말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후 금융권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미국 포브스는 2023년 은행 및 핀테크 산업 5대 트렌드 중 하나로 AI 챗봇을 선정했다. 또 2023년 조사에서 이미 글로벌 은행 직원들의 30%가 AI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제금융센터는 2024년 글로벌 은행산업의 4대 관전 포인트 보고서에서 글로벌 은행들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은행 혁신의 핵심 요소이자 최우선 투자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위원회는 금융연구원에 의뢰해 2024년 10월~12월까지 '2024년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연구를 진행했다. 금융위는 이 조사에서 처음으로 국내 금융회사들의 AI 현황을 포함시켰다. 

조사 결과 21개 은행 중 8개인 38.1%가 AI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 25개 보험사 중 24%인 6개 회사가, 17개 증권·선물사 중 23.5%인 4개 회사가 AI를 도입했다. 

아직 AI를 도입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은행 13개 중 2개 은행은 AI 모델 개발 및 도입 계획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10개사는 ‘보통’이라고 밝혔다. AI 도입 계획이 없다고 한 은행은 1개였다.

또 AI 교육 및 훈련 관련 조사에 응답한 916개 금융회사들 중 필요성에 대해 ‘매우 그렇다’가 51개, ‘그렇다’ 323개, ‘보통’이 508개로 집계됐다. 필요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곳은 34개였다. 전체 금융회사 중 96.3%가 직원들이 AI를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응답한 은행 20개, 증권·선물사 16개는 100% 직원들에 대한 AI 교육 및 훈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 은행 AI 담당자는 “4대 금융그룹과 주요 은행들 모두 AI 도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금융지주, 은행들이 AI 도입을 위한 내규 정비와 거버넌스 구축을 추진했고 올해는 실질적인 AI 플랫폼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초까지 생성형 AI 플랫폼을 오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역량을 높이고 고객 응대 서비스도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4대 금융그룹 AI 전쟁 돌입

실제로 지난해 12월 KB금융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 인공지능(AI) 조직을 강화했다.

디지털플랫폼, AI, 데이터 전 영역의 콘트롤타워인 ‘디지털혁신부’를 신설했다. KB국민은행도 생성형 AI 등 금융권 AI활용이 본격화되면서 기존 금융AI센터를 1, 2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올해 3월 AI 거버넌스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AI 활용이 증가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2022년부터 자체적인 AI 거버넌스 수립을 준비했다.

KB국민은행의 AI 거버넌스는 ▲AI 윤리기준 및 조직문화 ▲위험평가 프레임워크 ▲생애주기별 위험관리정책 ▲금융소비자 보호 등 4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됐으며, AI 기술이 활용되는 모든 과정에서 신뢰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 2월 진옥동 회장 주재로 그룹사 최고경영자(CEO) 및 은행, 카드의 인공지능(AI), 데이터 담당 실무자들과 함께 디지털 전환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진옥동 회장은 AI와 데이턱가 신한금융그룹의 미래를 이끌 핵심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방침에 따라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통합 AI 컨택센터 플랫폼을 활용한 고객 서비스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한은행은 AI 음성봇 서비스를 고도화해 ▲환전, 청약 등 주요 업무에 대한 상담 ▲정기예금 만기시 재예치 사전등록 ▲신용·전세 대출 연기 안내 ▲퇴직연금상품 안내 등을 제공하고 있다.

7월 신한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해 외환 거래 특성을 분석하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상 외화송금을 탐지하는 ‘AI 기반 이상 외화송금 탐지 프로세스’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AI 기반 이상 외화송금 탐지 프로세스’는 AI가 ▲입출금 거래 ▲외화 환전거래 ▲누적 송금액 ▲외화송금·영수거래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외화송금 의심거래를 점검하는 프로세스다.

지난해 3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이 하나금융 AI 윤리강령 선포식에 참석한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하나금융 AI 윤리강령 실천을 다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지난해 3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왼쪽 네 번째)이 하나금융 AI 윤리강령 선포식에 참석한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하나금융 AI 윤리강령 실천을 다짐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하나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3월 고객 중심의 AI 기술 활용의 새로운 방향성을 담은 하나금융 AI 윤리강령을 선포했다. 하나금융 AI 윤리강령은 그룹의 비전인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을 실현하기 위한 윤리적 가치로 ▲포용과 공정성 ▲안전과 책임 ▲투명성 ▲데이터 관리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5대 원칙의 방향성을 담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6월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의 자체 개발 AI 기술을 도입한 ‘AI 수출환어음매입 전산 자동화’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AI 수출환어음매입 전산 자동화 서비스는 비정형화된 수출 서류를 자동으로 분류하고 매입 정보 등 핵심 데이터를 디지털로 빠르게 추출하도록 구현됐으며, 정보 오입력 등 기존 수기 작성 방식에서 발생했던 오류를 최소화함으로써 업무 편의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10월 하나은행은 AI 기술을 활용한 ‘기술력 기반 ML(Machine Learning) 모형’을 개발해 기업평가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11월에는 기업 고객의 이용 편의성 증대를 위해 AI 기반의 대화형 챗봇 서비스 '기업 하이챗봇'을 선보였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5월 생성형 A) 기반 금융상담을 제공하는 ‘AI뱅커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12월부터는 생성형 AI 기술을 대출 상담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의 경우는 지난해 6월실시간 딥러닝 AI기술을 적용해 더욱 정교한 AI금융상품 추천서비스를 NH올원뱅크와 NH스마트뱅킹, 영업점 마케팅허브에 출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AI을 기반으로 기업여신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하는 신기업심사 전략시스템을 선보였다.

금융회사들의 AI 활용은 내부 업무 혁신과 고객 서비스 혁신이라는 두 가자 측면에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요 금융회사들이 AI를 통한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AI 도입에 뒤처지면 금융 시장 경쟁에서도 되쳐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고민해 온 고객 맞춤형 초개인화 서비스가 AI를 통해서 가능해질 수 있다”며 “금융권이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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