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아이온2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아이온2 [사진: 엔씨소프트]

[디지털투데이 이호정 기자]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하이브IM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이 올해 하반기 내놓을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대작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1092억원을 기록하며 1998년 이후 26년 만에, 상장 후로는 처음으로 적자에 빠졌다. 카카오게임즈는 2024년 영업이익이 65억원으로 전년 대비 91.6% 감소했으며, 하이브IM은 2022년 21억원, 2023년 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실적 반전의 확실한 카드, 바로 '한방'의 트리플A(AAA)급 대작이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2'를, 카카오게임즈는 '프로젝트Q'를, 하이브IM은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을 각각 하반기 출시 목표로 개발 중이다.

엔씨소프트의 승부수 '아이온2'

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듯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반기부터는 게임 본연의 가치에 충실한 타이틀들로 시장과 소통하며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본사 인원을 5000명에서 3000명대 초반으로 줄이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자신했다.

'아이온2'는 올해 말 한국·대만 출시를 시작으로 북미·유럽 시장에 단계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 게임은 PvP(이용자 간 대결) 중심의 기존 MMORPG와 달리 경쟁보다는 함께 즐기는 방대한 PvE(플레이어 대 환경) 콘텐츠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는 2분기부터 게임 플레이 영상 공개를 시작으로 촘촘한 간격의 콘텐츠 공개 및 이용자와의 소통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 '프로젝트Q' [사진: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카카오게임즈 '프로젝트Q' [사진: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카카오게임즈, 멀티플랫폼 대작으로 '반격'

카카오게임즈는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들의 자연스러운 매출 감소로 인해 지난해 매출 7388억원, 영업이익 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크게 후퇴했다. 하지만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올해 하반기 라인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프로젝트Q'는 모바일과 PC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트리플A급 MMORPG다. 한상원 프로젝트Q PD는 "북유럽 신화의 대서사시 '에다'를 바탕으로 개발 중"이며 "인간, 요정, 난쟁이, 거인, 반신 등 북유럽 신화 속 다양한 종족과 직업을 결합해 56가지의 캐릭터 자유도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서구권 이용자를 겨냥해 과금 요소를 최소화하고 월정액 중심의 수익 모델을 채택한 점도 특징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게임즈는 PC·콘솔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픈월드 액션 RPG '크로노 오디세이'는 상반기 글로벌 이용자 대상 비공개테스트(CBT)를 진행하고,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하반기에 첫 CBT를 계획하고 있다. 한상우 대표는 "글로벌 이용자들을 타깃으로 한 멀티플랫폼 기반의 대작들을 올해 하나씩 공개하며, 지금까지 쌓은 서비스 노하우를 기반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하이브IM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사진: 하이브IM]
하이브IM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사진: 하이브IM]

하이브IM, MMORPG '아키텍트'로 반등 노린다

하이브IM은 그간 게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내면서, 모회사 하이브로부터 약 1600억원의 누적 투자를 받고도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어려움 속에서 하이브IM이 준비 중인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은 회사의 향후 게임 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중요한 타이틀로 꼽힌다.

이 게임은 '리니지2 레볼루션'의 개발자 박범진 대표가 참여한 첫 AAA급 MMORPG로, 비행, 수영, 암벽 등반과 같은 특수 이동을 통해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6km×6km 규모의 심리스 오픈월드와 논타깃 액션 전투를 강조해 기존 MMORPG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재상 하이브 대표는 "포트폴리오 균형과 새로운 캐시카우 발굴을 위해 게임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올해 아키텍트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MMORPG, 여전히 효자 장르...글로벌 오히려 성장세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MMORPG 장르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게임사들에게는 주요 수익원이다. 센서타워 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MMORPG 장르 비중은 2020년 78.8%에서 2024년 56.2%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비중이 50% 이하까지 하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MMORPG 시장 규모는 2025년 253억4000만달러에서 2029년 422억2000만달러까지 연평균 10.75% 성장할 전망이다.

엔씨소프트의 '쓰론 앤 리버티(TL)'는 글로벌 서비스 한 달 만에 계정 수 453만개, 플레이 타임 1억3308만 시간을 기록하며 서구권 시장 진출의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이처럼 국내 게임사들은 국내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어려운 시기지만 결국 좋은 게임이 시장을 살린다"며 "세 회사의 신작들은 단순한 실적 반등을 넘어 K-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시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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