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저속노화 트렌드가 유통업계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혈당이 급격하게 치솟지 않는 '저당식'을 테마로 잡곡, 저당 간편식, 애플사이다비니거(애사비·사과식초) 등이 특히 인기다.
19일 컬리에 따르면 지난달 마켓컬리에서 '파로(엠머밀) 500g'의 판매량은 전월 대비 65% 증가했다. 2월 현재도 1월 말 판매량에 근접하는 등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파로는 높은 섬유질과 낮은 당 함유량으로 쌀과 함께 섞어 밥을 짓거나 샐러드 등에 올려먹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전통밀로 국내에선 생소한 곡물이지만 유명 연예인들이 유튜브에서 소개하며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 소비자들이 주식인 흰쌀밥을 두고 비정제 곡물에 관심을 가지는 배경에는 저속노화 유행이 자리한다. 저속노화는 노쇠를 늦추는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식사, 운동성, 정신건강, 수면 등에서 종합적인 건강을 추구한다.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은 혈당 관리다. 채소, 견과류, 베리류, 올리브오일, 통곡물, 콩류, 가금류, 생선 등의 섭취를 강조한다. 당분, 정제곡물, 패스트푸드, 붉은고기와 유제품은 절제한다. 당부하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혈당 변동성이 커져 노화를 부르는 각종 호르몬이 활성화한다는 논리다.
애사비는 혈당 관리 식품의 대표 주자다. 식전 섭취시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지며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맛이 강해 음용이 쉽지 않아 분말로 가공해 씹어 먹는 형태로 만든 크런치, 젤리 등 다양한 가공식으로도 나온다. 펀딩 플랫폼으로 애사비 관련 아이디어 상품을 다수 판매하는 와디즈에서 지난달 애사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배가 늘었다. 지난해 전체로는 애사비 제품의 펀딩 및 선주문 금액이 26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3년 대비 40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연예인 홍진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파로를 홍보하는 모습 [사진: 유튜브 갈무리]](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2/553912_518096_335.png)
![와디즈에서 판매되는 크런치 형태의 애플사이다비니거 [사진: 와디즈 홈페이지 갈무리]](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502/553912_518095_334.png)
설탕, 액상과당 등 단순당이 '혈당 스파이크'의 주범으로 알려지며 대체당의 출시도 활발한 상황이다. 천연 감미료로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 장 흡수가 더딘 저에너지 단당류 알룰로스 등이 대표적이다. 대체당 시장은 아직 '백설' 등과 같은 국민적인 인지도의 브랜드가 없는 까닭에 중소 업체들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실제 쿠팡 입점 중소 푸드테크 기업 펄세스의 '스테비아 커피믹스'는 2024년 예상 매출 100억원을 냈다. 액상 알룰로스 '몽크슈'를 개발한 케이에스코퍼레이션도 쿠팡 입점 후 연매출을 50억원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대체당이 대세로 자리잡자 삼양, 대상, CJ제일제당 등 대형 업체들도 관련 신제품을 잇따라 내논 상태다.
업계는 저성장·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며 저속노화 유행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생산가능연령을 늘리려는 노력이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3년 83.5세로 약 21년 늘어났다. 반면 2023년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73%는 2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4.1종의 약을 복용한다.
자극적인 콘텐츠와 음식 등 나빠진 생활환경에 노출된 젊은층 사이에서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자가 늘어난 탓도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9년 41.8%였던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은 2020년 48%까지 높아졌다. 이중 30대와 40대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각각 58.2%, 50.7%로 과반을 넘어섰다. 또 2020년 기준 국내 당뇨 인구는 610만명으로 20대와 30대의 당뇨병 유병률은 각각 0.7%, 4.4%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헬시플레저, 저속노화 등 키워드만 달리한 혈당 건강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며 "젊은 당뇨인이나 고혈압 환자가 증가 추세인 것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젊은 세대가 노화를 두려워하기 보다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