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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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경기 침체에도 2024년 국내 금융회사들은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이에 과도한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난은 올해도 피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금융사고가 발생하고 연말 비상계엄에 탄핵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올 한해 금융권은 '살얼음판'을 걸었다.  

디지털 금융, 핀테크 부문에서는 티메프 사태 등의 여파 속에서도 금융혁신을 위한 노력이 계속됐다. 금융권 망분리 개선 방안, 인공지능(AI) 확산 방안 등이 마련됐다. 또 연말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 레이스를 본격화하면서 내년 출범을 예고했다. 

◆4대 금융그룹, 3분기 누적 당기순익 사상 최대치...눈총에 금융지원 나서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4조2654억원으로 전년 동기 13조6107억원 보다 4.8% 증가했다.

4대 금융그룹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지난 2021년 12조2114억원에서 2022년 13조8544억원으로 급증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3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3조6049억원으로 하락했다가 올해 다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것이다.

KB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4조3953억원을 시현했으며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조9856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하나금융그룹은 경영실적 발표를 통해 2024년 3분기 누적 연결당기순이익 3조2254억원을 시현했으며 우리금융그룹도 올해 3분기 누적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한 2조6591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금융그룹은 2024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31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2701억원) 성장하며 우리금융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권은 국내 4대 금융그룹의 2024년 총 당기순이익이 15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은 최고 실적에도 웃을 수 없었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 금융권이 손쉬운 이자수익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은 다양한 지원 방안을 내놔야 했다. 23일 조용병 은행연합회장과 20개 사원은행 은행장들이 김병환 금융위원장,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하고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연 6000억~7000억원의 은행권 이자부담을 경감, 출연을 통해 연 25만명, 대출액 14조원에 대한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금융권 사건사고도 어김없이 발생했다. 2024년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이었다.

2024년 8월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 등에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은 내부적으로 이미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금융당국은 사전 신고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결국 금감원은 관련 의혹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우리금융그룹, 우리은행 등을 압수수색하고 손태승 전 회장, 조병규 전 우리은행장 등이도 조사했다. 조 전 은행장은 연임에 실패했는데 이번 사건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모습 [사진: 연합뉴스]

서민들은 대출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금융회사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수백 억원을 대출해줬다는 의혹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괘해야 했다. 

12월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몇 시간 후 해제됐으며 이로 인해 14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됐다.

비상계엄 사태의 경제적 여파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총력전에 나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2월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어젯밤 상황과 관련해 경제팀에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며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영 활동,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도 4일 오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도 4일 오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4일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수시로 대책 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 마련에 고심했다. 

정부는 올해 주가를 부양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가치가 저평가돼 주식시장이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에게 밸류업 참가와 자사주 소각 등 주가 부양 방안을 요구했다. 이와 맞물려 2025년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세 폐지 문제도 논란이 됐다. 여당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동의하면서 금투세는 폐지됐다. 그러나 비상계엄, 탄핵 사태로 그동안 기울여왔던 기업 밸류업에 대한 노력이 도로묵이 됐다. 

◆티메프 사태 폭탄...AI 확산, 망분리 규제 개선, 제4인터넷전문은행  

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티메프 사태의 여파가 금융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올해 7월 한국 경제를 강타한 티몬, 위메프 정산 사태의 여파가 핀테크 업계도 흔들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피해 규모는 1조6000억원, 피해자는 약 33만명에 달한다.

티메프 사태는 e커머스 업계의 문제였지만 전자결제 등이 연계되면서 핀테크 업계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물건, 서비스 등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구했지만 티몬, 위메프와 모회사 큐텐이 지불할 여력이 없었고 전자결제 업체들에 환불을 요구했다. 결국 업계와 금융당국에서 소비자 보호를 우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각 회사들이 수십 억원에서 수백 억원, 일부 기업들은 1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금융위는 티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전자지급결제대행업(PG) 회사의 미정산자금 100%를 별도관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 금융위는 PG사의 정산자금 전액이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지급결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PG사의 미정산자금 전액(100%)에 대해 별도관리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이은 국내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선정 작업도 시작됐다.

금융회사들의 높은 이자 수익 문제가 지적되면서 금융권 경쟁 확대를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하는 방안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제4 인터넷전문은행을 승인하기로 하고 심사기준과 절차를 마련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4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심사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 11월 제20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보고했다.

금융당국은 심사기준에서 기본적으로 대주주(한도초과보유 주주)의 자금공급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주요 주주가 제출한 납입확약서 등을 토대로 자금조달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도 점검한다.

또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관련해 사업계획상 중점 고객군 대상 자금공급을 위한 ‘신용평가모형’이 혁신적인지 여부를 평가한다.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금융권에서 자금공급이 충분치 못했던 분야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필요도 있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추진하는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더존뱅크,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5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컨소시엄은 내년 1분기 신청 전까지 IT,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모습 [사진: 강진규 기자]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 모습 [사진: 강진규 기자]

2024년 금융권에 IT 관련 최대 화두는 인공지능(AI)이었다. 올해 8월 말 열린 국내 최대 핀테크 행사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에서 기업들이 AI를 선보였다.

‘핀테크와 인공지능, 금융의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총 85개 부스에서 109개 기업·기관들이 핀테크 서비스와 기술을 소개했다.

금융당국도 금융권 AI 확산 지원에 나섰다. 금융위는 12월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를 열고 금융권 AI 플랫폼 구축을 포한하는 금융권 생성형 AI 활용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행사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금융연수원, 보험연수원,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UNIST, 하나은행, 신한은행, KB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생명, 현대해상, BC카드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가운데)이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권 AI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금융위는 금융권 오픈소스 AI 서비스 개발 및 활용을 통합 지원하는 ‘금융권 AI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플랫폼에서는 금융분야에 적합한 성능과 안전성을 지닌 오픈소스 AI 모델, 데이터 등을 전문가 그룹이 선별해 제공한다. 또 금융위는 금융 분야 AI 학습 등을 위한 금융권 특화 데이터를 구축한다.

또 금융권에서는 10년 만에 망분리 규제가 개선되게 됐다. 금융위는 2013년 12월 금융권 망분리가 도입된 후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변화된 IT 환경을 감안해 규제 적정성 등 종합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자율보안과 결과, 책임 원칙에 입각한 신 금융보안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보안을 추진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핵심은 디지털금융보안법(가칭)을 제정해 ‘규칙(Rule)’ 중심에서 ‘원칙(Principle)’ 중심으로 보안 규제를 바꾸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법령을 통해 주요 보안 원칙·목표를 제시하고 구체적, 기술적 보안 통제사항은 가이드로 모범사례 제시(준수 의무사항은 아님)한다.

금융위는 내년 중 디지털 금융보안법(안) 입법을 추진해 2026년 이후 시행을 준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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