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가운데)은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가운데)은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지난 3일 밤 벌어진 비상계엄 사태의 경제적 여파를 막기 위해 정부와 금융당국이 총력전에 나섰다. 4일 우려했던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경제부총리 등 경제, 금융 수장들이 사퇴할 것으로 보여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관측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4일 오전 긴급 브리핑을 통해 “어젯밤 상황과 관련해 경제팀에서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며 “정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경제와 기업의 경영 활동,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제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국제신용평가사, 미국 등 주요국 경제 라인, 국내 경제단체, 금융 시장들과 긴밀히 소통하고 신속하게 상황을 공유하겠다”며 “실물경제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경제금융상황점검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하고, 수출에도 차질이 발생하지 않게 관계기관과 함께 철저하게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4일 오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며 "채권시장·자금시장에는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 외환건전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증권금융을 통한 외화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콜 위험 등에도 대응해 나가겠다”며 “거래소 등 증권유관기관들은 투자심리 안정 노력과 함께 주가조작, 공시위반, 시세조종 등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도 4일 오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김병환 금융위원장(가운데)도 4일 오전 금융감독원장, 금융공공기관 등 유관기관장 및 금융협회장들과 '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원회]

또 김 위원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작은 사고나 사건도 시장에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는 만큼 각종 금융사고나 해킹․정보유출 등 보안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시스템을 체크하고 특히 금융보안원에서는 금융시스템에 보안 사각지대가 없도록 전 금융권의 전산 보안체계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오후 최상목 부총리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경제6단체 대표들과 함께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 부총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예정된 투자·고용·수출 등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업계가 당면한 현안을 해소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팀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충격이 크지 않았다. 4일 코스피는 계엄 여파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장중 2%가 넘는 급락세를 보였지만 금융당국의 안정화 조치 등이 이뤄지면서 전거래일대비 36.10포인트(1.44%) 떨어진 2464.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현·선물시장에서 각각 4000억원, 3700억원 동반매도에 나섰지만 개인과 기관이 이들 물량을 적절히 받아냈다. 원/달러 환율도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야간 거래 중 1430.0원까지 뛰었지만 4일 오후에는 1410원대를 기록하며 안정을 찾았다.

한국의 신용평가 저하 우려와 관련해서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최근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미칠 여파에 관해 “실질적 영향이 없다”고 평했다.

킴엥 탄 S&P 전무는 4일 서울 여의도에서 S&P와 나이스신용평가가 공동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의 측정 방식(메트릭스)을 변경하거나 등급을 바꿀 실질적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경제, 금융 사령탑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대통령실 모든 수석비서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여기에는 박춘석 경제수석도 포함됐다. 오후에는 최상목 부총리를 포함한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한 소식이 전해졌다. 경제 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는 물론 금융당국 수장인 김병환 위원장까지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경제, 금융 분야 고위관계자들이 한꺼번에 바뀌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국정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후임자 인선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과 여당 일부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의 극한 대치와 탄핵으로 정국이 격랑에 빠질 경우 한국 경제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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