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우리금융그룹]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여의도 우리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대상 간담회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 우리금융그룹]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당국 최고 수장인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으로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다. 전임 금융위원장이 증인으로 질책을 당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10월 10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임 회장의 증인 채택 사유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 관련 증인으로 명시됐다.

지난 8월 11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모회사인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과 친인척이 실제 자금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에게 모두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중 350억원 규모가 부당하게 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사건을 알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시 우리은행은 부당대출 문제가 금감원에 보고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급기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등이 연이어 이번 사건을 비판하고 현 경영진의 책임을 거론했다.

과거 정무위 국감에서 금융그룹 회장, 은행장 등을 부르는 것에 대해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증인 채택이 불발된 사례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중대성으로 인해 여야 합의로 임종룡 회장을 부르기로 한 것이다. 오는 10일 금융위 국감에서 의원들이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의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추락

금융당국 등 관계자들은 임종룡 회장의 증인 출석에 착잡한 심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금융정책을 총괄했던 5대 금융위원장 출신이기 때문이다. 

역대 금융위원장들의 상당수는 퇴임 후 한발 물러서서 고문, 이사장, 교수 등 원로로써 역할을 해왔다. 1대 전광우 전 위원장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2대 진동수 전 위원장은 숭실대 객원교수를 하고 있다.

또 3대 김석동 전 위원장은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와 한진칼 이사회 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4대 신제윤 전 위원장은 롯데손해보험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을 거쳐 삼성전자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6대 최종구 전 위원장은 율곡연구원 이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7대 은성수 전 위원장은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8대 고승범 전 위원장의 경우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역대 금융위원장들은 금융당국과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자리를 피해왔다. 금융당국에서 근무하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미와 함께 행여나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명예가 손상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반면 임종룡 회장의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금융회사인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2023년 3월 취임했다. 그동안 임 회장은 공직과 민간 금융회사를 오가며 롤러코스터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임 회장은 24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서 근무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을 거쳐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실장으로 재직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2013년 3월 임 회장은 국무총리실 실장에서 물러났다. 이어 바로 2013년 6월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취임하며 세간을 놀라게 했다. 장관급 공직자가 바로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로 갔기 때문이다.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임 회장이 더 이상 공직에 뜻이 없으며 민간 금융인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5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전격적인 발탁으로 임 회장이 5대 금융위원장이 됐다.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던 금융회사 CEO가 금융당국 최고 수장이 되면서 금융권이 술렁였다.

2016년 11월에는 임 회장이 대한민국 경제사령관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다. 임 회장은 경제부총리로써 포부를 밝히며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됐고 2017년 3월 10일 최종적으로 탄핵이 결정됐다. 이로 인해 임 회장은 경제부총리로 제대로 근무하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신으로 분류돼 요직을 맡을 수 없었다. 금융 분야의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임 회장은 금융위원장 재직 시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부인했고 정찬우 전 금융위 부위원장이 여러 사안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의혹을 벗고 처벌도 피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금융위원장이 허수아비였고 실세는 정 전 부위원장이었다는 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에서 와신상담했지만...또 다시 위기 봉착

이처럼 임 회장은 최고의 자리에서 떨어져 고난을 경험하면서 명예회복을 위해 와신상담(臥薪嘗膽)을 해왔고 그것이 주변의 우려에도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맡은 이유 중 하나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2021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이면에서 경제, 금융정책을 만들고 주요 인사를 영입하는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는 경제, 금융 전문가가 부족했는데 임 회장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윤석열 정부 출범 시부터 임 회장이 금융위원장, 경제부총리 등으로 입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임 회장은 이미 장관급 자리를 두 번이나 거쳤기 때문에 총리가 아니면 급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는 추경호 의원이, 초대 총리는 한덕수 전 총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은 우리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지원해 2023년 3월 취임했다.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임 회장은 손 전 회장 관련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는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받게 됐다. 우리금융그룹 회장 자리를 지키냐 물러나느냐를 넘어 체면과 명예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종룡 회장이 민간 기업인 우리금융그룹 CEO로 갈 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며 “금융당국 관계자들 입장에서 대선배인 임 회장이 감독 대상 기업으로 간 것이 부담이었다. 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당국도 임 회장도 난감한 상횡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것이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을 지낸 분이 국회에서 다른 문제도 아닌 부당대출과 관리소홀로 질책을 받는 것을 보는 금융위, 금감원 직원들의 심경이 어떻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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