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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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북한이 지난해 처음으로 만든 금융감독법이 베일을 벗었다. 북한은 금융감독법을 통해 조선중앙은행과 북한 금융기관들의 금융감독 관련 역할을 명확히 하고 처벌 조항도 마련했다. 특히 북한은 IT 시스템을 활용해 금융기관 등의 활동을 감독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했다.

2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최근 ‘2024년 북한법령집’을 발간했다. 국정원은 주기적으로 북한 법규들을 정리한 법령집을 발간하고 있다.

2024년 북한법령집에는 처음으로 북한의 금융감독법이 수록됐다. 북한은 지난 2023년 10월 1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8차 전원회의를 열고 금융감독법을 채택(제정)했다. 이는 북한의 첫 금융감독 관련 독립법안이다.

하지만 북한은 금융감독법 전문을 공개하지 않아 그동안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에 2024년 북한법령집을 통해 전문이 공개된 것이다. 

우선 북한은 금융감독법을 통해 조선중앙은행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1946년 설립된 조선중앙은행은 한국의 한국은행(금융통화), 금융위원회(금융정책), 금융감독원(금융감독)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은행이 북한의 모든 금융기관들을 관리, 통제하고 있다.

조선중앙은행은 이미 금융감독 기능을 수행해왔지만 다른 법들의 일부 조항을 통해 포괄적으로 규정돼 있었다. 이번에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금융감독 역할이 법으로 정해진 것이다.

법 제1조는 사명으로 북한 금융감독법은 금융감독사업에서 제도와 질서를 엄격히 세워 금융활동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발전을 보장하는데 이바지한다고 돼 있다. 제3조 금융감독사업에 대한 지도는 내각의 통일적인 지도 아래 중앙은행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6조 금융감독기구의 조직은 금융감독 사업을 위해 중앙은행과 금융기관에 금융감독을 전문 맡아하는 부서 또는 간부를 둔다고 돼 있다. 조선중앙은행 뿐 아니라 사실상 모든 북한 금융기관에 금융감독 관련 부서와 담당 직원을 두도록 법제화한 것이다.

제7조는 조선중앙은행의 금융감독 임무를 명시하고 있다. 조선중앙은행이 북한 내 금융기관 설립과 영업허가, 명의변경, 위치변경, 해산 및 통합, 영업중지 등을 심의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 금융기관과 다른 나라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관계를 심의하며 다른 나라 금융감독기관, 국제금융감독기구와 필요한 협력도 주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이 북한에서 금융사업을 하거나 지사, 지점 등을 개설하기 위해서는 조선중앙은행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 금융감독법은 특히 IT에 관한 내용을 명시해 놨다. 제10조는 조선중앙은행과 금융기관이 금융감독사업과 관련한 정보자료기지(DB)를 구축해 금융 감독사업에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제17조는 금융감독을 하는 담당자가 실시간결제체계와 금융감독정보체계를 통해 금융기관과 거래자의 금융 활동을 감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은 금융감독에 있어서 IT 활용을 법으로 못 박은 것이다. 

북한 금융감독법에는 각종 처별, 징계 규정도 담겼다. 제27조는 금융감독을 바로하지 못해 사고를 발생시켰을 경우에는 책임 있는 금융감독 담당자에게 자격정지, 자격박탈처벌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제28조는 금융감독 과정에 적발된 위법행위로 얻은 돈과 물건, 위법행위에 이용된 설비와 물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몰수하도록 하고 있다.

제30조는 금융감독과정에 비밀자료를 누설했을 경우, 거짓문건 또는 중요한 자료가 반영되지 않은 문건을 제출해 금융감독에 지장을 주었을 경우, 승인 없이 계좌를 조사하거나 계좌 또는 자금을 동결시켰을 경우, 부당하게 금융감독사업에 간섭하거나 금융감독을 받는 것을 거절했을 경우, 금융감독 직원이 직권을 남용하고 직무를 태만하며 부정부패행위를 했을 경우 3개월 이상의 무보수노동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무보수노동처벌은 흔히 생각하는 감봉이 아니라 매우 강력한 처벌이라고 한다. 북한 행정처법법에 따르면 무보수로동처벌은 직무수행과 관련해 무거운 위법행위를 한 사람을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이 아니라 어렵고 힘든 부문에 보내 육체 노동을 시키는 처벌이다.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탄광, 벽오지 농장 등으로 보내 육체 노동을 시킨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은 금융 부문의 제도와 질서를 철저히 세워 금융활동을 원활히 보장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이 법을 만들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향후 금융 부문의 확대, 개편 등을 추진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제도 정비부터 진행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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