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예슬 기자] 유튜브를 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올린 전혀 다른 주제의 영상임에도 제목과 썸네일이 모두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8일 온라인 매체 기가진에 따르면, 과학 및 생물학 전문 유튜브 채널인 미닛어스(MinuteEarth)는 이 현상을 살아있는 유기체의 수렴진화에 비유했다. 

미닛어스는 수렴진화의 한 예로 십각류 갑각류를 들었다. 새우, 게, 소라 등 대부분의 갑각류를 포함하는 십각류는 전방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데 탁월하다. 다만, 후방 공격에는 약하기 때문에 꼬리를 작게 만들어 몸 아래에 숨기거나 다리를 좌우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등 다양한 진화를 거듭해 왔다. 미닛어스에 따르면 십각류의 50%는 2억년이 채 안 돼 게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형태로 진화했다고 한다. 

미닛어스는 유튜브의 제목과 썸네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십각류는 후방 공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꼬리로 독침을 쏘는 등 극적인 진화는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는 한정돼 있고, 갑자기 할리우드급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2021년 디지털 마케팅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많은 사용자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썸네일을 클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 썸네일은 클릭이 잘 되고, 이러한 동영상은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많은 사람에게 추천된다. 또 유튜브의 경우 동영상 시간이 20분 전후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데, 논문에 따르면 이는 알고리즘이 권장하는 길이라고 한다. 

생물의 수렴진화와 유튜브 영상은 유사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있다. 생물의 경우, 각 종이 독립적으로 무작위로 변화한 결과 비슷한 형태로 수렴 진화한다. 반면, 유튜버들은 다른 인기 동영상에서 이상적인 스타일을 배우고 전략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닭게(오른쪽)는 모래 속을 파고들기 위해 몸통이 길게 진화했다. [사진: 미닛어스]
닭게(오른쪽)는 모래 속을 파고들기 위해 몸통이 길게 진화했다. [사진: 미닛어스]

미닛어스는 유튜브 영상을 생물의 전화와 연관시켜 얻을 수 있는 교훈으로 "유튜브 성공의 열쇠는 닭게(Raninidae)라는 게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닭게는 과거에는 다른 게와 비슷하게 생겼었다. 이후 다른 십각류는 민첩한 다리를 가진 미세한 움직임으로 진화한 반면, 닭게는 모래 속으로 빠르게 뛰어들어 포식자로부터 몸을 숨기도록 진화했다. 모래 속을 파고들기 위해 외형은 게에서 바뀌었으나, 독자적인 진화를 통해 수렴 진화한 종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충분히 생존하고 있다.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인기 동영상도 꼭 알고리즘을 의식해 똑같은 형태로 굳어지는 것이 아니라, 1시간이 넘는 긴 동영상을 올리거나 제목을 단순하게 하는 등 독자적인 전략으로 성공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자연환경도, 유튜브의 상황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로 인해 모든 종류의 새로운 적응 방법이 생겨나고 있다. 

미닛어스는 "다른 종과 같은 형태로 진화하는 것만으로는 특징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선두주자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을 잘 세우고 독자적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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