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진주 기자] 의료 기술의 발달로 20세기 이후 인간의 평균 수명은 꾸준히 증가해 어느덧 '100세 시대'가 찾아왔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만이 중요한 건 아니다. 긴 여생을 건강하게 잘 사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내일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내가 어떤 병에 걸릴지, 언제 죽을지 등을 알면 인생을 더욱 즐길 수 있을까.

이처럼 인간에게는 자신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한 오랜 갈망이 있다. 그런데 그 갈망이 심했던 걸까. 평생 해소되지 않을 것 같던 미래 예측 분야에 최근 인공지능(AI)이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덴마크에서는 인간의 조기사망률이나 성격의 미묘한 차이 등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모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연구를 이끈 수네 레만 교수는 "우리는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며 "우리 삶에 대한 포괄적인 AI 모델 구축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다만 AI가 인간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윤리적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는데, 이와 관련해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 캠퍼스의 토마스 호프웨버 철학 교수가 입을 열었다. 관련 내용을 31일(현지시간) 온라인 매체 기가진이 보도했다.  

지난주 유튜브 채널 TED-Ed에는 'AI가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까?'(Could AI predict the future?)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호프웨버 교수는 결혼을 앞둔 한 커플을 예로 들어, 이 커플이 원만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는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커플 중 10%가 5년 이내에 이혼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AI는 통계보다 더 개인 집중화된 맞춤형 예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AI 예측이 일반 통계보다 더욱 세밀하게 출력된다고 전했다. 
 

AI에게 부부의 이혼 사유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이혼의 여부만 중요할 뿐이다. [사진: TED-Ed 유튜브]

하지만 호프웨버는 AI의 문제점으로 '불확실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AI가 불확실성이 동반된 미래 예측 결과를 내놓는 경우 인간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 또 이혼의 이유는 제쳐두고 이혼 여부에 대한 예측만 내놔 커플에게서 문제를 개선할 극복 의지를 앗아간다고도 덧붙였다. 

호프웨버 교수는 또 다른 예로 수감자를 가석방해야 하는 사례를 들었다. 만약 AI가 '이 사람은 가석방 이후에도 재수감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판단해 실제 그럴 일이 없음에도 가석방 결정이 최종 불허되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호프웨버 교수는 "AI가 잠재적으로 유용한 예측 모델이라고 인정하더라도 해당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AI가 내린 결정을 따르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개인적인 주제에 대한 예측을 할 때는 정확성보다는 신뢰성을 중시해야 한다"라며 "AI가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선택과 실패를 감수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AI 시스템일지라도 절대적으로 완벽할 수 없다고 호프웨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예측이 정확하다고 해도 20번 중 1번은 틀린 예측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즉, AI를 무작정 신뢰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하며 선택에 따른 책임은 결국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호프웨버 교수의 생각에 공감을 보냈다. 일부 누리꾼은 "개인적 결정을 AI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결정을 내릴 때에는 개인의 관계를 고려해 깊은 논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좋다"라고 동조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는 복권 당첨 번호나 어느 말에 베팅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기계(AI)에 개의치 않는다"라며 AI의 과도한 활용을 경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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