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사진: AFP 연합뉴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사진: AFP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황현정 기자]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이란 북서부 산악지대에서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동아제르바이잔 주에서 열린 양국 공동 건설 댐 준공식 참석 후 라이시 대통령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 등 9명 태우고 귀환하던 헬기가 추락하고 만 것. 관련해 이번 사고의 원인이 내부의 적이거나 이스라엘의 소행일 수 있다는 음모론이 번지고 있다.

가자지구 전쟁, 히잡시위 등 이란은 이미 국내외적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와 함께 국가 권력 서열 2위 대통령 사망이라는 악재에까지 직면하게 됐다. 사고 발생 하루 만인 20일, 이란 정부는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수습된 시신은 타브리즈시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 내각은 성명을 통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가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지치지 않는 대통령"이라고 라이시 대통령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날 이란 주식시장 역시 휴장했다. 이란 국영 TV 등도 연일 이슬람 기도 방송을 내보내며 라이시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란 정부의 공식 발표에 이란의 우방국들 역시 연이어 애도를 표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카타르, 시리아 등 중동 국가 모두 "이슬람 공화국은 고통스러운 비극에 빠졌다"며 애도를 표했다. 특히 레바논은 20일부터 3일간을 라이시 대통령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왜 발생하게 된 것일까.
사고 직후 이란 국영 TV, IRNA 통과 이코노미스트 등 국내외 언론은 악천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비행 당시 비가 많이 내리고 안개가 심하게 껴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던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대 또한 곧바로 현장에 진입할 수 없었고, 드론도 사고 현장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이란 내 많은 시민과 일각에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사진: 셔터스톡]
이란 내 많은 시민과 일각에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사진: 셔터스톡]

그러나 이란 내 많은 시민과 일각에선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 당일 3대의 헬기가 같은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타고 있던 헬기만 추락했다는 점 때문이다. 음모론은 자국 내 암살 여론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암살 여론으로 좁혀졌다. 

라이시 대통령은 과거 반체제 숙청을 주도하고, 지난 2022년 이란에서 시작된 히잡시위에 유혈 진압으로 대처하기도 했다. '테헤란의 도살자'라고 불릴만큼 그는 자국 내에서도 적이 많은 편이었다. 이에 국내 적이 라이시 대통령을 제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것이라는 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이스라엘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시선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실제로 중동 내 오랜 앙숙관계로 꼽힌다. 지난 4월에도 이스라엘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고, 이란은 보복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라이시 대통령의 암살을 꾸몄을 것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 실제로 모사드는 과거부터 이란의 저명한 핵 과학자 등을 암살해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공식적으로 사고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단,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만이 이란 대통령 사망 사건에 대해 자국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비밀 공작이 상대국 국가 원수를 암살하는 수준까지 이른 적은 없다. 여러 외신 역시 자칫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판국인 만큼 이스라엘 정부나 모사드가 라이시 대통령의 암살을 계획했다는 음모론은 자칫 어리석은 판단이 될수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 정보당국 역시 "이스라엘의 암살 및 타살 시도의 혐의점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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