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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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한때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 글로벌 2위였던 FTX가 파산한지 1년이 지났지만 국내외에서 FTX발 리스크는 여전하다.

FTX는 바이낸스를 뒤이은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로 군림했지만 지난해 11월 코인데스크가 가FTX 자회사 벤처캐피털 알라메다 리서치의 자금 집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보도하면서 무너졌다. 코인데스크는 알라메다 리서치 부채가 자산의 54%를 넘고 해당 자산의 상당 부분이 유동성이 부족한 FTX 토큰(FTT)인 탓에 FTX 거래소까지 부실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창펑자오 바이낸스 대표는 보유한 FTT 물량을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FTX 거래소에서 출금이 이어지며 11일 파산 신청했다. FTX 파산 여파로 블록파이, 제네시스 캐피털 등 가상자산 대출 업체 및 FTX로부터 투자를 받았던 소규모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사업을 중단했다. 파산을 신청한 제네시스는 현재 제미니 거래소를 비롯한 채권자들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도 FTX 파산으로 인한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는 "FTX 파산으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FTX 전 세계 트래픽 중 한국 비중은 6.1%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데스크탑, 모바일 웹 등을 통한 국내 FTX 방문자 수는 월 평균 29만7229명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 운용사 제네시스가 FTX 파산 이후 유동성 위기로 출금을 중단하며 700억원 상당의 미상환 금액이 발생했다. 고파이 상환을 위해 대주주였던 이준행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주주들은 지원을 나선 바이낸스에 지분을 넘겼다.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자금을 모아 344억원 가량을 두 차례에 걸쳐 상환했지만 아직 355억원의 미상환 금액이 있다. 금융당국에서 변경신고 수리가 되어야 잔액 상환이 가능한데 고팍스는 올해 들어서 대표를 세 차례 변경했는데도 여전히 금융당국의 신고 수리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FTX 파산으로 인해 가상자산 예치·운용 업계도 타격을 입었다. 국내 1,2위 규모 가상자산 예치 업체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가 지난 6월 12일과 13일 잇따라 출금을 중단했다. 두 업체 모두 가상자산 운용 위탁 업체 B&S홀딩스가 FTX 파산으로 손실 사실을 속여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B&S홀딩스가 보유한 FTX 채권은 2000억원에서 3600억원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예치자 변호를 맡은 LKB앤파트너스는 두 업체의 기업 회생을 신청했고 동시에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후 두 업체는 회생 심문 종결 이후 회생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조사를 12월까지 진행 중이다.

서비스 중단 이후 양사 모두 정확한 피해 규모를 밝히진 않았지만 델리오는 전체 예치 자산 900억원 중 피해 규모가 30~50% 규모인 270억~450억원이라고 언급했다. 하루인베스트 예치자들이 자체 집계한 피해 금액은 1030억원을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FTX 파산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대한 불안정성이 커졌다. 바이낸스가 여전히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었고, 가상자산 시장 유입 금액이 급격히 줄었다"며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오태환 INF크립토랩 대표는 FTX 파산 여파가 복합적이라고 보고 있다. 오 대표는 "FTX 파산 이후로 각국에서 규제가 정립되기 시작했고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규제가 명확해져야 생기는 기회가 많고 이는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관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벤처캐피털들도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할 때 '묻지마 투자'를 하던 방식에서 투자 기업의 신뢰, 가치를 꼼꼼히 평가하는 방식으로 뒤바뀌었다"고 말했다. 

황석진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FTX 파산 이후 가상자산 시장은 신뢰를 잃었다. 세계 각국에서 가상자산 규제 논의는 빨라졌고 우리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제정하게 됐다. 하지만 달리 보면 이는 규제 정립을 가속화한 것으로 도리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기폭제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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