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정원장이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훈련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사진: 국가정보원]](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309/487183_454120_2714.jpg)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사이버안보법 제정이 다시 안갯속이다. 대통령 지시에 유관부처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던 기존 제정안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7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가정보원과 유관부처들이 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을 전면 재논의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가사이버안보 기본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법안은 사이버보안 강화를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위원장을 국가안보실장이 맡도록 하고 있다.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과거 국정원은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려 했지만 다른 부처들이 반발하면서 사이버안보법 자체가 무산됐다. 그러나 국정원이 한발 물러서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되도록 하면서 좀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 국가안보실과 국정원 등에서 유관부처와 여야 정치권을 대상으로 사이버안보법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사이버안보법 제정안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했다.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내용을 담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북한 등이 해킹으로 탈취한 가상자산을 추적해 동결하고 해킹 조직 활동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고 한다. 또 사이버안보에 지장을 주는 제품에 대한 제조, 수입, 판매 등을 금지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정원이 지난해 11월 입법 예고한 제정안과 크게 다른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입법 예고된 제정안을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운 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정원 관계자는 “현재 법안을 만들고 있는 상태이며 국정원을 포함한 유관기관들이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관계자들은 사이버안보법 제정안이 바뀌게 되면서 원점에서 다시 논의를 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킹 조직 활동 무력화하는 것은 정부가 사이버공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는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또 사이버안보에 지장을 주는 제품에 대한 내용은 IT업계에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다. 미국 등에서는 화웨이, 틱톡 등 중국 IT기업의 제품, 서비스에 보안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한국이 중국 IT기업을 제재하는 것이 된다. 국제 통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민간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관 사안이다.
그동안 정부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안보법 필요성을 설명하고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의원 298명 중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8명으로 약 56%를 차지하고 있다. 야당을 설득하지 않으면 사이버안보법 제정이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정을 지시하면서 정치적 이슈가 돼 버렸으며 앞으로 여야가 사이버안보법을 놓고 논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국가안보실 2차장 교체가 검토되는 것도 사이버안보법 진행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은 국가안보실이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하고 선언하고 직접 주요 현안을 챙겼다. 임 2차장이 큰 관심을 보이고 직접 교통정리를 하면서 유관부처들의 기싸움도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임종득 2차장을 교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체가 이뤄질 경우 신임 2차장이 사이버안보에 얼마나 관심을 둘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처럼 미묘한 상황으로 인해 사이버안보법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때처럼 또 사이버안보법 제정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