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케이블TV(SO) 업계와 홈쇼핑 업계가 송출수수료 협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부 SO에서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돼 블랙아웃(방송 송출 중단 사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협상 중에는 전년도 계약을 적용해 송출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일부 홈쇼핑 사업자들은 감액을 통보하는 등 현실에서 전혀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태가 블랙아웃으로 이어질 경우 정부 책임론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블랙아웃은 홈쇼핑 채널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케이블TV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일반 채널 콘텐츠 비용으로 지급하는 재원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30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홈쇼핑은 공지사항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자 딜라이브 강남케이블TV와 방송 송출 계약이 종료됐다고 밝혔다. 상황이 지속될 경우 10월 1일 자정부터 해당 지역 딜라이브 가입자는 롯데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단 예정일 1개월 전부터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문자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케이블TV 사업자는 권역별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채널 계약은 대체적으로 전체 권역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진행한다. 권역별로 채널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만큼 개별로 계약하지 않는다. 하지만 딜라이브 강남의 경우 계약서를 따로 작성해 딜라이브 전체 권역이 아닌 이곳만 대상으로 채널을 종료하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에 이어 현대홈쇼핑도 LG헬로비전을 상대로 채널 계약 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송출 중단을 진행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LG헬로비전의 경우 딜라이브와 달리 서비스하는 권역 전부에 대해 송출이 중단될 예정이다. 송출 중단 시기는 다음달 29일 자정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송출 수수료란 홈쇼핑이 SO에 콘텐츠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지불하는 채널 사용료를 말한다. 뉴스, 예능, 드라마 등 일반 콘텐츠와 달리 물품을 판매하는 채널이기 때문에 오히려 PP(프로그램 제공 사업자)인 홈쇼핑이 비용을 내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상파 채널 등 이용자 선호도가 높은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이 위치하는 것이 유리해 예전에는 경쟁이 치열했으며 인기 채널로 들어가기 위해 송출 수수료 역시 높게 책정됐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롯데홈쇼핑 등 홈쇼핑 업계는 수익이 계속 줄고 있다는 이유로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의 경우 올해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롯데홈쇼핑의 경우 각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7%, 92.8% 감소했다. 현대홈쇼핑도 1분기에는 52%, 2분기에는 70%가 줄었다.

사정이 어려운 것은 케이블TV 업계도 마찬가지다. 이용자에게 받은 유료방송 이용료는 정해져 있지만 CJ ENM 등 PP에게 제공해야 하는 콘텐츠 대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업계는 토로한다.

그런 만큼 송출수수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방송사업자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케이블TV 방송사업 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1.9% 수준이다. 

케이블TV 매출 역시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약 2조원대 매출을 유지했으나 이듬해 1조원대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약 1조80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더 심각하다. 2018년 3105억원이었으나 지난해 1309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용자의 요금을 인상할 수 없는 현실적인 상황에서 케이블TV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줄어들 경우 이는 결국 케이블TV에 제공되는 콘텐츠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재원적 한계에 부딪히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개별SO에 대한 방송 송출 중단을 시작으로 위성방송, IPTV(인터넷TV)까지 갈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기정통부의 가이드라인 개정안 개념도 [이미지 : 과기정통부] 
과기정통부의 가이드라인 개정안 개념도 [이미지 : 과기정통부] 

이런 상황 속에 과기정통부는 지난 3월 홈쇼핑 수수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내놓았지만 문제 해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예전부터 나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협상 중에는 전년도 계약을 적용해 송출수수료를 지급해야 하는데 일부 홈쇼핑 사업자들은 감액을 통보했다.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못할 때 홈쇼핑 재승인 평가에 영향이 갈 수 있지만 재승인 취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따르면 분쟁 발생 시 중재를 위한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협의체가 중재에 나서도 이 같은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협의체는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와 대가산정 고려요소 값을 검증하는 역할만 하기 때문이다. 송출 대가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산식에 적용된 데이터 정확성만 검증한다.

가이드라인 개정안은 나올 때부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산정식을 구성하는 고려요소 값은 명확해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비율로 산식에 반영할 것인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유료방송 상생협의체 회의 당시 제시한 2단계 협상 계획안을 철회한 바 있다. 원안은 송출수수료 협상 시기를 이원화하고 정부가 구체적 수수료 산정 기준을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과기정통부 측은 “대가 산정은 기업간 자율 협상 사안”이라며 “정부에서는 공정거래가 이뤄지는지, 공정하게 협상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블랙아웃까지 가지 않도록 사업자들에게 계속해서 협상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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