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특별전담팀(TF) 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과기정통부]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특별전담팀(TF) 회의'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통신 시장 독과점(카르텔)을 깨기 위해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의 경우 알뜰폰 활성화, 28㎓ 신규 사업자(제4이동통신) 지원이 핵심이지만 둘다 크게 실효성이 없다는 평이다. 알뜰폰 활성화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이 필수고, 28㎓ 신규 사업자의 경우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2022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상황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KISDI는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 ‘경쟁 활성화’ 상황으로 추정했으나, 5G 등 예외적 상황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알뜰폰(MVNO)을 제외한 SK텔레콤 총 가입자 점유율 추이는 2019년 41.8%에서 2020년 41.5%, 2021년 41.0%, 2022년 6월 40.5%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세대가 바뀐 5G 이동통신에서 SK텔레콤 점유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MVNO를 제외한 SK텔레콤 5G 가입자 점유율은 2019년 44.6%에서 2020년 46.2%, 2021년 47.2%, 2022년 6월 47.5%로 50%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국내 통신요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KISDI는 분석했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시장환율 기준 23.24달러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 9번째 수준이다. 다만 1GB당 ARPU는 시장환율 기준 1.79달러로 37개국 중 18번째 수준이다. 이는 우리나라 이용자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가입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업셀링(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 Up-selling)이 심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통신사의 수익성도 비교적 낮은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마진은 23.4%로 OECD 22개국(한국 제외) 평균인 34.0%의 68.7%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통신 품질이나 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을 고려하면 설비투자비(CAPEX)에 많은 지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나라에 비해 마케팅비용 역시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실적에서 SK텔레콤은 영업이익율 10%를 넘어서는 등 선전하고 있다. 그동안은 7%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금융과 통신 시장 독과점을 언급했고,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이 지난달 초 통신사 카르텔로 오해를 살 수 있는 모든 정책 결정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KISDI의 ‘2022년도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에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상황은 ‘미흡’하다고 결론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6일 과기정통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이 기대와 달리 미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 중에 제 4이동통신에 관심 있는 사업자가 사실상 없고, 28㎓ 신규 사업자 유치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에서 알뜰폰 활성화만 가지고는 통신시장 활성화는 더 이상 어려워 보인다. 알뜰폰 가입자가 800만명을 돌파하고 가입자 점유율이 10%를 훌쩍 넘은 상황에서 풀(FULL) MVNO(설비 시설을 갖춘 알뜰폰 사업자)가 나오지도 못했다. 더 이상 알뜰폰 시장 활성화가 3사의 카르텔을 깨지 못한다는 얘기다.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 왔는데, 더 이상 인하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 이동통신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한 도매의무제공제도가 유효기간 만료로 2022년 9월 일몰된 상황이다. 알뜰폰 망 도매의무제공이 일몰될 경우 SK텔레콤은 정부와 망도매대가 협상에 나설 의무가 없다. 때문에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도매제공 의무제공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법 개정은 현재로서는 국회 통과가 어렵고, SK텔레콤 등이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앞으로도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일단 정부는 현재 4만원대부터 시작하는 5G 요금제를 3만원대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데이터 이월제 역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요금을 낮추는 방안과 데이터 이월제 등은 이통사와의 협의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5G 저가 요금제 출시나 데이터 이월제에 대해서 이통사들 입장은 현재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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