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초전도체라 주장하는 'LK-99'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308/484606_451959_2339.png)
[디지털투데이 AI리포터] 과학계 난제 중 하나인 '상온 상압 초전도체'에 관한 논문 한 편이 국내외 학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단은 지난달 22일(한국시간)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한국 과학자들의 초전도체 관련 논문이 올라오면서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국내 연구진이 약 30℃ 상온에서 전기저항이 없는 초전도체를 발견해냈다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
초전도 현상은 금속 등에서 전기저항이 어느 온도 아래에서 0이 되는 물질로 흔히 '꿈의 물질'이라 불린다.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카멜린 온네스가 처음 초전도 현상을 발견했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실현이 극히 어렵다. 최소 -200℃ 이하의 초저온과 일상적인 대기압의 수십만~수백만 배 초고압이라는 특별한 조건에서만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일상적인 온도와 압력에서도 초전도 현상을 보이는 'LK-99'라는 물질을 개발했다며 관련 논문을 공개했다.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저항이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 자기부상열차나 전력망 등 사용처가 무궁무진해진다. 일각에서는 실제로 기술이 구현된다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라고 치켜세웠다.
LK-99 바라보는 해외 연구진의 다각적인 시선
초전도체 논문을 두고 학계는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미국·중국 등지에서 한국 초전도체 개발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랐다.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화중 과학기술대학교는 "초전도체의 특성인 '공중부양' 현상이 부분적으로 나타났다"면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음날인 2일 미국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는 "이론적으로 초전도체 구현 가능성이 있다"며 희망의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세계 주요 연구기관의 분석이 쏟아지며 '꿈의 물질'에 대한 회의론이 붉어지고 있다.
지난 8일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진은 아카이브를 통해 "LK-99 샘플에서 자기부상이나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9일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는 "LK-99에서 나타난 '플랫 밴드' 현상은 초전도가 아니라 자기 불안성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베이징대 국제양자물질센터에 이어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 등에서도 그런 특징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플랫 밴드 현상은 특정 물질에서 전압 강하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즉, LK-99 샘플에서 나타난 성질을 종합 분석한 결과 초전도체가 아닌 일종의 '자석'일뿐이라는 의미다. 앞서 인도 국립물리연구소와 중국 베이항대에서도 연구진이 성공했다고 주장한 LK-99 샘플을 합성했지만 초전도체로서의 뚜렷한 특징이 보이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과학계 학술지도 회의론에 무게 둔 LK-99
세계적인 과학계 학술지 '사이언스', '네이처'가 논문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지난 10일 학계에 따르면 사이언스는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센터의 이 대표와 동료들의 주장이 뒷받침된다면 모든 분야의 기술에서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물리학자들은 매우 회의적이다. 논문을 두고 일부 데이터를 제시한 방식이 수상하다는 주장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사이언스는 아직 LK-99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선을 그었다.
![LK-99 발명자 이석배 박사 [사진: 이석배 페이스북]](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308/484606_451974_2915.jpg)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인 실험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고, LK-99를 발견한 한국 퀀텀에너지연구소 등도 아직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만큼 회의적 시각이 짙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사이언스에 앞서 네이처도 LK-99 진위 여부에 비관적인 태도를 보이며 세계 각국의 실패 사례 및 부정 전망을 전한 바 있다. 네이처에 따르면 LK-99에 대해 이론적 낙관을 내놓았던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가 "초전도성을 증명하거나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발을 뺐다. 다만 네이처도 사이언스와 마찬가지로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단언은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어떠한 연구도 LK-99에 초전도성이 있는지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퀸텀에너지연구소 "추후 구체적 내용 발표하겠다"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은 현재 국제학술지 'APL 머티리얼즈'(Materials)에 LK-99 관련 논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문 심사 종료 후 설명회를 열어 LK-99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이달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LK-99 샘플의 자체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샘플 재현을 위한 재료 수급 기간 등을 감안하면 샘플 합성은 이달 중하순 중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