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알뜰폰(MVNO) 시장에서 이동통신3사(MNO) 자회사 중심으로 ‘0원 요금제’가 등장하면서 활기를 띄었던 번호이동 수요가  6월 이후 크게 줄었다.  ‘0원 요금제’ 프로모션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가입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출혈경쟁이 심했기 때문에 수능 시즌 때까지는 당분간 번호이동 시장이 잠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발표 이후 알뜰폰 지원 후속 대책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발표한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번호이동 건수는 총 48만4626건으로, 전월대비 2.3% 감소했다. 지난 5개월 동안의 번호이동 건수를 살펴보면 ▲2023년 2월 41만2386건(10.9%↑) ▲3월 42만3926건(2.8%↑) ▲4월 43만8686건(3.5%↑) ▲5월 52만6909건(20.1%↑) ▲6월 49만5970건(5.87%↓)이다.

알뜰폰 가입자 순증폭도 감소했다. 지난달 이통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한 가입자는 전월대비 21.17% 줄어든 총 6만2201명이었다. 올 4월과 5월 각각 두 자릿수씩 증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번호 이동이 줄어드는 이유는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가입자들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알뜰폰 정보 제공 사이트 ‘알뜰폰허브’ 등에 따르면 이번달 ‘무약정 0원 요금제’(0원~100원)는 4개 수준이다. 이 중 가장 좋은 요금제는 데이터 7GB+1Mbps(속도 제한) 요금제(음성/문자 무제한)로, 데이터 7GB를 소진하고 나면 1Mbps의 속도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하지만 1Mbps 속도는 HD 화질 유튜브 영상을 제대로 보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 6월까지 인기를 끌었던 ‘15GB+50GB+3Mbps’, ‘11GB+2GB+3Mbps’ 등의 요금제들은 기본 제공하는 데이터 양도 많은 데다 데이터를 다 쓰고 나서도 추가로 제공하는 속도가 3Mbps였다. 7월부터 이들 요금제들이 사라지면서 ‘0원 요금제’ 경쟁도 끝났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알뜰폰 0원 요금제 경쟁이 없어진 건 SK텔레콤 등 이통3사들이 그동안 알뜰폰 사업자들에 지급하던 정책지원금(리베이트)을 큰 폭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알뜰폰 업체들은 이통3사가 지급하는 리베이트를 받고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0원 요금제’를 선보였으나, 지난 6월 중순부터 이통3사가 리베이트를 대폭 줄이면서 알뜰폰 업체들도 과열 경쟁에서 발을 빼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가 주도하던 알뜰폰 시장에 SK텔레콤까지 갑자기 가세하면서 리베이트 경쟁이 불을 붙였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MVNO 영업팀을 신설했고 그 이후 알뜰폰 경쟁이 본격화됐다. 알뜰폰 망도매대가를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이 경쟁 활성화를 보여주기 위해 MVNO 영업팀을 신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0원 요금제 경쟁이  잠잠해진 것과 관련해 SK텔레콤 등 이통3사가 과기정통부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 발표 전까지  공격적으로 경쟁에 나서다가 발표 이후 소극적인 모드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같은 움직임은 적어도 수능 시즌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 행보도 변수다. 7월 초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지원책을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을 내놨다. 

알뜰폰 사업자가 장기적 관점에서 설비 등에 투자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설화 하고 도매대가 산정방식도 다양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3사 대상으로 도매제공 의무제공 상설화에 성공할 경우 지금보다 알뜰폰 도매대가 계속 낮아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알뜰폰 시장을 성장시켜 3사를 견제하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생각인데, 이미 알뜰폰 시장은 커질 만큼 커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정부는 더 좋은 알뜰폰 요금제가 나오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망도매대가를 더 인하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관련기사/[단독] 과기정통부, 알뜰폰 망도매대가 산정에 상호접속 방식 도입 추진) 

그런 만큼 정부는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 등을 대상으로 알뜰폰 망도매제공의무를 연장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알뜰폰 망도매제공의무가 연장되지 않을 경우 알뜰폰 활성화를 골자로 한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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