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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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 시 필수로 자리잡은 고객확인제도(KYC) 인증 사기가 해외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KYC 인증을 위한 배우까지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블록체인 전문 보안 감사 업체 서틱에 따르면 KYC 사기 행각 중 하나로 KYC 인증 전용 배우가 등장했다. KYC 인증 배우란 특정 가상자산 업체가 내부자 해킹이나 투자 회수 사기를 감행하기 전 커뮤니티에서 신뢰를 얻기 위해 업체 대신 KYC 인증을 하도록 고용된 대행인을 뜻한다. 

서틱에 따르면 KYC 인증 배우는 주로 텔레그램, 디스코드 등 인증 절차가 간편한 SNS를 통해 채용된다. 고용 업체와 배우는 장외거래 시장에서 인건비를 협상해 주로 에스크로 서비스로 이체한다. KYC 인증 배우 고용 업체의 대다수는 동남아시아에 집중돼 있으며 추정 활동 인원은 4000명에서 30만명 사이다. KYC 인증 배우 채용을 위한 암시장과 가짜 KYC 인증 서비스 구매자와 판매자 숫자는 50만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YC 인증 배우는 신분증을 위조해 은행 계좌 개설이나 거래를 위한 가짜 KYC만 하는 경우 배우는 8달러 정도를 받는다. 가상자산 프로젝트 대표 대행 등을 할 때는 주간 최대 500달러(65만원)까지 받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KYC 인증 배우 등급 [사진:서틱]
KYC 인증 배우 등급 [사진:서틱]

서틱은 자체적으로 275개 프로젝트를 분석해 KYC 배우 등급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하위권 배우들은 자신의 신분증을 팔아 가짜 인증 역할을 한다. KYC 배우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중위권 배우들은 가상자산 프로젝트 책임자 행위를 하며 사기 행각에 가담한다. KYC 배우 비중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고위급 배우는 보통 마케팅 경험을 갖고 있으며 전체 KYC 배우 중 약 5분의 1 가량 된다.  

서틱에 따르면 한 러시아인 KYC 배우는 미국인에게 고용돼 실제 가상자산 프로젝트 설립자인 것처럼 활동했다. 서틱에서 조사해보니 KYC 배우를 고용한 실제 설립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 200만달러(26억원)를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중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미 법무부가 차단한 가상자산 믹싱 서비스에도 KYC 배우가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법무부는 2017년부터 2023년 3월까지 랜섬웨어, 다크넷 등에서 30억 달러 이상의 가상자산을 세탁한 믹싱 서비스 칩믹서를 중단 조치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칩믹서 관계자 중 베트남인 민꾸옥 응우옌을 찾고 있다. 그는 2022년 4월 폐쇄 전까지 세계 최대 다크넷 시장인 하이드라 마켓에서 고객을 대신해 6000만달러(784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자금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신용카드, 해킹된 계정, 네트워크 침입 등을 통해 도난한 데이터를 사고 파는데 3500만 달러(457억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활용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KYC 사기로부터 비교적 안전한다는 평가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KYC 인증을 마친 계정은 약 690만개다. 국내에서는 KYC 인증 시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실제 신분증인지 진위 여부를 확인 후 정부24에서 실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기가 일어날 확률은 적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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