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팍스 [사진:셔터스톡]
고팍스 [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강주현 기자] 바이낸스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를 사실상 인수했다. 고팍스를 통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팍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인 레온 싱 풍 바이낸스 아시안태평양 지역 대표가 지난 3일자로 고팍스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앞서 2일에는 스티브 영 김 바이낸스 한국 디렉터와 지유자오 바이낸스 이사가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코팍스 등기임원 4명 중 기타비상무이사인 박덕규 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바이낸스 출신 인사가 임원이 된 것이다. 

바이낸스와 고팍스 모두 공식적으로 인수란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양사 간 인수 절차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고파이 상환이 완료되는 오는 3월 말쯤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바이낸스는 고팍스 지분의 상당 부분을 인수했다. 최대 주주였던 이준행 대표가 보유한 본인 지분 41%를 거의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은 팔았지만 고팍스 경영은 이준행 대표가 계속 맡는다. 바이낸스 관계자는 고팍스 경영 관련 "이준행 대표가 기존처럼 계속 거래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준행 대표 역시 같은 답변을 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상황상 바이낸스가 고팍스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낸스는 본사가 어딘지 불투명하고 전 세계 고객들에게 일일이 고객확인의무(KYC)를 진행했는지 여부를 알 수 없는 가상자산 거래소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오더북(매매장부) 공유 등이 가능한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바이낸스를 통해 중국계 자본이나 북한에서 해킹한 자금이 가상자산으로 국내 자본 시장에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바이낸스는 본격적인 고팍스 경영 참여에 조심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결국 바이낸스가 고팍스가 선택한 방법이 지분 매입을 통한 우회 진출이란 것이다. 바이낸스 이전에도 일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이같은 방법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크립토닷컴은 지난해 8월 코인마켓 거래소 오케이비트를 인수했다. FIU 변경신고를 통해 오케이비트 대표이사로 라파엘드마르코이멜로 크립토닷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름을 올렸다.

바이비트는 한빗코 모회사인 티사이언티픽이 발행한 16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 중 55억원을 사들여 국내 시장에 간접 진출했다. 단 바이비트는 크립토닷컴과 달리 거래소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일부 지분을 사들여 기타주주에 포함된 상태라 FIU 변경신고 대상이 아니었다.

특금법에 따르면 대표이사 변경 시 FIU에 변경신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아직 고팍스는 FIU에 관련 신고를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고팍스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변경신고 이후 바이낸스와 고팍스는 FIU에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원화마켓 거래소 유지에 필수적인 실명계좌 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바이낸스처럼 운영 구조가 불투명한 해외 거래소가 원화마켓 거래소를 운영하는 걸 금융당국이 내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고팍스는 전북은행과  2024년 8월 11일까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고팍스 관계자는 "실명계좌 유지 관련 논의를 전북은행과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변경신고, 실명계좌 유지에 성공해도 바이낸스는 고팍스를 정상화해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17일 기준 고팍스 일 거래량은 50억원 수준이다. 같은 날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거래소 업비트의 일일 거래량은 5조 3002억원인데, 고팍스 거래량은 업비트 전체 거래량의 0.09% 수준이다.

고팍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0.01%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낸스가 많은 이용자를 보유한 비결이었던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 등이 국내에서 불가능한 가운데 고팍스 활성화에 어떻게 나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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