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시청역 근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기정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항우연]
10일 오전 서울 시청역 근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기정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항우연]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최근 논란이 된 발사체 조직 개편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오는 5월로 예정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을 위해 인력을 포함해 필요한 지원은 계속 진행하지만, 발사체 조직의 팀제를 폐지하고 매트릭스(matrix) 조직으로 전환한 조직 개편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누리호 3차 발사는 5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은 10일 오전 서울 시청역 근처 한 식당에서 이상률 원장이 참석한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상률 원장은 “동시에 여러 임무를 맡는다면 매트릭스 조직이 결론적으로 맞다”며 “우주 경제 시대로 가기 위해 필요한 산업화와 경쟁력 강화를 생각하면 (매트릭스 조직 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매트릭스 조직은 다른 부서에 속한 연구원들이 프로젝트에 따라 한시적으로 팀을 꾸리는 것을 뜻한다. 항우연은 한정된 인력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매트릭스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우연은 앞서 지난해 12월 발사체연구소 신설 등 내용을 담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발사체연구소에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고도화를 위한 반복 발사사업을 전담하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단을 비롯해 차세대발사체사업단, 소형발사체연구부 등이 포함됐다.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성공에 이은 고도화 사업 및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 등 주요 국가 연구개발(R&D)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효율화는 물론 도전적 연구과제 활성화 등 연구원 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원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리호 발사 주역인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머리만 있고 수족은 모두 잘린 상태”라는 입장과 함께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연구소 산하 여러 조직 분산 체제로 인해 주요 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조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주요 보직자 이탈로 향후 누리호 3차 발사나 차세대발사체 개발 등 차질을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조직개편으로 기존 발사체 조직이 와해됐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R&D 관점에서 보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었다”며 “조직개편으로 인한 누리호 3차 발사 악영향은 기우”라고 반박했다. 실제 항우연은 발사체연구소 신설과 함께 기존 발사체 조직 인력 242명 외 별도 인력이었던 미래 발사체 기술개발 인력 등 19명을 더해 261명으로 인원을 증원했다. 일부 우려와 달리 발사체 고도화 사업,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 등을 더욱 견고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에 반대해 보직 사퇴를 한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겸 누리호고도화사업단장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 계속 설득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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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시청 근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기정통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항우연]

이 원장은 “고 본부장이 계속 휴가를 쓰다 지난 3일 출근을 해서 한 시간 정도 대화했고, 그 이후에도 5일과 9일에 추가로 만나서 계속 대화를 했다”며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필요한 인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다 지원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 발사체 조직에 있던 팀을 부활하는 것에 대해선 여러 이유로 힘들다고 설명했고 대신 태스크 리더(TL) 제도를 제안했지만 아직 이야기가 수렴되지는 않았다”며 “차세대 발사체와 누리호 고도화 사업 등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자원(인원)은 한정됐기 때문에 매트릭스가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 본부장이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는 반발하는 게 사람 심리”라며 “결국 의견이 수렴할 것이라고 보지만 무한정 늘어질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상태로 계속 있을 순 없고 어느 시점에 결정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항우연의 젊은 연구원에 대한 처우 개선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항우연 초봉이 3800만원인데 공공기관 정보공개사이트에 공개된 25개 과기 출연연 중 21위에 불과하다”며 “초봉을 4200만원까지 올리고 젊은 연구원들에 대한 여러 처우를 개선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 부분은 노동조합이나 다른 기관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가능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반기 내 발사를 목표로 추진되는 누리호 3차 발사는 문제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항우연 측은 밝혔다. 

최환석 발사체연구소장은 “3월 말 정도에 발사 운영 조직이 별도로 구성이 되면 5월 초 발사는 지금 문제가 없는 것으로 돼 있다”며 “오는 11일 과기정통부에서 (3차 발사체에 실릴) 위성을 점검하는 회의가 예정됐다. 위성이 준비되면 3월 말부터 운용 조직 등 발사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도 “3차 발사에 대해서 현재까지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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