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준 NH농협금융금융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석준 NH농협금융금융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NH농협금융지주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이석준 신임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취임사가 디지털금융 부문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전임 손병환 회장은 디지털금융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NH농협금융의 디지털전환(DT)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반면 신임 이석준 회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한 '모바일 금융'을 언급하는 등 최근 디지털금융 추세와 인식 차이를 보였다. 심지어 NH농협금융의 디지털전략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의 취임사와 다른 금융그룹 회장들의 발언이 비교되고 있다.

지난 3일 이석준 회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금융과 관련해 2가지를 언급했다. 그는 “금융서비스를 전달하는 채널이 모바일로 바뀌었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매일같이 쏟아진다”며 “비금융기업이 디지털을 이용해 금융업에 진출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NH농협금융이 농협의 유기적인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촉매역할을 하고자 한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생태계가 디지털이든 아날로그이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NH농협금융은 손병환 전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지난 2년 간 어느 금융그룹 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전환을 추진해왔다.

손병환 전 회장은 2021년 1월 4일 취임사에서 “금융산업은 디지털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며 “빅테크 등 혁신 플레이어의 등장과 데이터시장 활성화 등으로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업종 간 경계도 점점 무너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거대 플랫폼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 전 회장은 취임사에서 디지털금융 전략도 밝혔다. 그는 “디지털금융시대를 선도하는 NH농협금융을 만들겠다"며 ”NH농협금융은 디지털금융 혁신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NH농협금융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디지털 선도 금융회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2년 신년사에서도 손 전 회장은 첫 번째 사업 전략으로 고객관점에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의 본질이 고객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차별화된 디지털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 전 회장은 직접 계열사의 디지털전환 추진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우수 조직과 임직원을 격려하는 ‘디지털 현장경영’을 실시했다. 지난해 4월 NH농협금융은 손병환 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 계열사 디지털 부문 최고 책임자가 참여하는 DT추진최고협의회를 개최했다. 또 NH농협금융은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등 다양한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그런데 이석준 회장은 모바일로 금융을 하고 비금융기업이 디지털로 금융업에 진출한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이 회장은 디지털 전략은 밝히지 않았다.

이 회장은 모바일 금융을 이야기했는데 다른 금융그룹 회장들은 모바일 금융을 넘어 플랫폼 금융을 언급했다.

2023년 신년사에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넘버1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금융플랫폼 넘어 일상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재창업을 선언했던 우리는 올해에는 ‘고객 중심 디지털 플랫폼 확장’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부족한 지식과 기술력은 과감한 제휴와 투자를 통해 다양한 파트너십으로 보완하고 가상자산, 메타버스 등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디지털 영역 개척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료 출신인 이석준 회장은 1983년 26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기획재정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 장관급 국무조정실장 등을 엮임했다. 이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12월 NH농협금융그룹 회장으로 추천된 후 올해 1월 3일 취임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이 회장은 취임 전부터 낙하산 논란을 불거졌었다. 오랜 기간 관료로 근무한 이 회장이 격변하는 금융시장에 대응할 적임자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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