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금융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기존 통신 업계의 시선은 다소 복잡하다.
그동안 국내 알뜰폰 시장은 중소업체와 MNO(이동통신)로 불리는 이동통신 자회사가 주도해왔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 중 처음으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이 3년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금융사들의 사정권에 알뜰폰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리브모바일) 가입자는 2020년 말 9만1000명에서 지난해 10월 약 35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국내 알뜰폰 업체 52곳 가운데 7위로 올라섰다.
4일 이동통신 및 알뜰폰 업계에 따르면 토스 앱 운영업체 비바리퍼블리카(이하 토스)가 지난해 7월 말 인수한 중소 알뜰폰 업체 ‘머천드코리아’(가입자 약 7만8000만명)를 기반으로 올해 초 새 알뜰폰 서비스 ‘토스모바일’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요금제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토스 앱을 통한 통신요금 조회·관리를 비롯해 24시간 고객센터 운영과 같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용자가 가입한 요금제에서 제공되는 기본 데이터 양보다 사용량이 적은 달에는 요금 일부를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페이백’ 혜택과 토스페이로 요금을 결제할 때는 추가 할인을 해주는 혜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폰은 자체 통신망을 소유하지 않은 중소 업체들이 통신 3사의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1년 도입했다. 현재 52개 업체가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는 올 10월 현재 1246만명이다. 전체 시장의 약 16%에 해당된다.
토스는 지난 7월부터 토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사전 선호도 조사를 진행해 왔다. 중소 알뜰폰 업체의 사업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선에서, 이용자가 선호하는 소수의 요금제만을 출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토스의 요금제 선호도조사 항목을 살펴보면 ▲월 2만5000원(10GB) ▲월 2만원(5GB) ▲월 3만원(25GB) ▲월 3만5000원(50GB) ▲월 4만5000원(100GB) ▲월 6만9000원(무제한) 등이다. 요금제 모두 데이터를 소진하면 5Mbps 속도로 이용 가능하며, 통화·문자는 모두 무제한이다. 이에 따라 앞서 설명한 요금제가 출시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운영하는 ‘금융권 1호’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은 최근 발표된 한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 통신3사를 모두 제치고 3회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리브엠은 지난달 22일 컨슈머인사이트가 만 14~64세 3만5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이동통신 서비스 조사’에서 만족률 78%로, 기존 알뜰폰 업체들과 통신3사인 SK텔레콤(61%), KT(47%), LG유플러스(51%)를 모두 앞질렀다. 앞서 지난 2021년 하반기와 2022년 상반기 때도 리브엠은 줄곧 전체 1위였다.
리브엠은 알뜰폰 최초로 5G 요금제와 웨어러블 요금제를 도입했고 적금상품 금리 우대 쿠폰과 같은 혜택도 선보였다. 또 출시 초반에 기존 알뜰폰이 갖고 있던 ‘어르신이 사용하는’ 이미지를 깨고 고객층을 MZ세대로 확장하기 위해 세계적 K팝 그룹 BTS를 홍보 모델로 내세웠다. 이 같은 노력에 가입자 규모는 2020년 말 9만1000명에서 지난해 10월 약 35만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시장 진출 3년 만에 국내 알뜰폰 업체 52곳 가운데 7위로 올라선 것이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NH농협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금융사들의 행보에 이통사 자회사와 중소 업체 등 알뜰폰 업계는 물론 이동통신사들까지 긴장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의 알뜰폰 시장 진출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혜택도 많아진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출혈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알뜰폰 시장 점유율(사물인터넷 회선 가입자 제외)은 KT엠모바일·LG헬로비전·SK텔링크 등 통신3사의 자회사 5곳이 전체의 50.4%를, 중소 알뜰폰 업체 45곳이 43.9%를 차지하고 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KB국민은행이 2019년 12월 사실상 LTE 무제한 요금제를 반값에 제공한 후 리브엠으로의 번호이동이 급증했다”며 “기존 영세한 알뜰폰 업체에서는 절대 내놓을 수 없는 가격 할인이다. 금융 대기업의 등장으로 알뜰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망도매대가를 인하하고 이통3사 자회사가 선불폰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관련기사/[단독] 과기정통부, 알뜰폰 활성화 대책 22일 발표...MNO 3사 자회사 선불폰 못해) 정부는 우선 이통3사 자회사가 선불폰 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도록 했다. 먼저 선불폰 신규가입부터 중단한다.
정부는 올해 망도매제공 의무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의해 종량요금과 수익배분 요금을 모두 낮췄다. 종량요금은 사용량만큼 도매대가를 납부하는 방식이다. 데이터는 기존 1MB당 1.61원에서 1.29원으로 지난해보다 19.8% 더 인하해 1원 초반대에 진입했다. 음성은 1분당 8.03원에서 6.85원원으로 14.6% 인하했다.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경쟁력을 제고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할 것”이라며 “향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개별 알뜰폰사의 경쟁력이 향상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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