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투데이 최지연 기자] 국내 인터넷 업계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에게 올해는 유독 혹독했던 한 해였다. 올 초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영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는 등 글로벌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자 했지만 예상치 못한 플랫폼 갈등과 서비스 장애 등을 겪으며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은 예년보다 주춤한 상황이다. 심해지는 플랫폼 사업의 갈등과 정치권의 압박 또한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강행하면서 글로벌 진출을 위한 풀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엔 네이버와 카카오가 바라는 글로벌 진출이 원년이 될지 주목된다.
네이버·카카오 ‘글로벌’ 도약 외치며 경영진 교체 나서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도약을 위해 경영진 교체에 나섰다. 네이버는 81년생 젊은 대표를 내세우며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했다. 지난 3월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공식 취임 후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최수연 대표는 북미 최대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를 2조3000억에 인수하는 등 글로벌 커머스 사업 확장에 나섰다. 또한 웹툰·웹소설 등의 콘텐츠 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을 선포하고 프리미엄 웹소설 플랫폼 ‘욘더’를 선보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카카오도 새 얼굴을 내세우며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하고자 했지만, 올해 자회사를 포함해 수장이 4번이나 교체되는 잔혹사를 겪었다. 카카오는 올 초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에서 여민수·류영준 체제로 변화를 꾀할 예정이었으나 카카오페이 대표던 류영준 대표가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을 대량매도하면서 모럴해저드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올해 1월 자진사퇴했다. 이에 지난 3월 남궁훈 대표가 구원투수로 나서면서 단독 대표로 취임했다.
남궁훈 대표는 ‘비욘드 모바일, 비욘드 코리아’를 외치며 카카오의 신사업 및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톡 중심의 메타버스 사업을 강조했다. 관계 기반의 카카오톡 서비스를 관심사 기반으로 확장, 카카오 유니버스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지난 7월 ESG 강화를 내세우며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센터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 남궁훈·홍은택 각자대표를 출범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발생한 판교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건이 발생하면서 남궁훈 대표는 취임한지 7개월만에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카카오는 홍은택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T 모빌리티 서비스.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12/467185_436647_4528.jpg)
부동산 갑질 논란·모빌리티 매각 논란 등 플랫폼 사업 갈등
상반기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두 플랫폼 사업에서 갈등을 겪었다. 네이버는 부동산 매물정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네이버가 부동산정보업체와 제휴 계약 당시 경쟁사 카카오에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추가했는데, 이부분을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했다고 본 것.
이에 지난 9월 검찰은 네이버가 부당하게 경쟁사업자(카카오)를 배제하기 위해 거래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에 지난 11월에 열린 첫 재판이 열렸다. 당시 네이버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시장 독점 문제를 떠나 부동산 매물 정보 제3자 제공 금지 조항은 부당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카카오의 자회사 모빌리티에서 논란이 발생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앱 호출 시장 90% 점유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택시기사 단체는 이런 부분을 지적, 시장 독점 위치를 이용해 가맹직영 택시에 배차를 몰아주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부담을 느낀 카카오는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시도했다. 독과점 논란 등 카카오 공동체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 갈등을 피하기 위함이였다. 하지만 결국 임직원 반대로 무산됐다.
카카오 서비스 먹통에 전국이 멈췄다...원인 파악·보상안 주목
지난 10월에는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핵심 서비스 먹통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이 멈췄다. 데이터센터의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전체 서버의 3분의1 전원이 꺼진 것. 카카오톡, 카카오T, 카카오웹툰·페이지, 멜론 등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들이 먹통됐고 이로인한 불편은 약 5일간 지속됐다.
이번 사태로 남궁훈 대표는 책임을 통감하면서 대표직에서 사퇴, 카카오는 홍은택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안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문제가 된 이중화 조치를 보완하고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카카오는 먹통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 모두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카카오로 피해를 입은 사례를 모집하고 보상안 마련에 돌입했다. 그러나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 규정과 선례가 없어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 대표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 및 피해 보상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 카카오]](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12/467185_436648_4556.jpg)
올해도 ‘플랫폼 국감’ 정치권 압박↑...거세진 규제 후폭풍
한편 이같은 전례없는 먹통사태로 인해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카카오에 진상규명을 촉구, 무료서비스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까지 보상해야 한다는 압박을 이어갔다. 이어 정치권은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등의 창업주를 불러들였다. 카카오 먹통사태에 대한 진상조사를 하기 위함이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국감도 ‘플랫폼 국감’이 되버렸다. 정무위원회(정무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등 대부분 국감에 플랫폼 기업을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이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후폭풍도 만만찮다. 플랫폼 업계 전반의 규제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일환으로 최근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또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 제정에 힘을 쏟고있다. 연말까지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초 개정에 착수할 계획이다.
사실상 자율규제에서 플랫폼 규제로의 정책 전환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자율규제 원칙이 무색해지고 있다며 지나친 플랫폼 규제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해외 기업들 대비 국내 토종 플랫폼이 오히려 규제의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 다각화 속 성장 주춤에도 투자 강행...글로벌 진출 풀 확대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는 예년보다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한 금액 대비 성과가 아직 미비하기 때문. 또한 불안한 글로벌 정세와 높아진 금리, 얼어붙은 증시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규제 심화, 사업 다각화로 인한 성장세 주춤 속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를 계속 강행하고 있다. 혹한기 내에도 옥석은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기술력을 기반으로한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지속하는 것.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노리는 모양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 D2SF는 올해 26건, 약 167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주로 커머스,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의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카카오벤처스는 올해 43개 스타트업에 500억원을 투자했다. 디지털헬스케어, 중고거래, 콘텐츠 등이 주요 분야다.
이에 내년에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최대 숙원인 글로벌 진출 성과를 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네이버는 내년 포쉬마크 인수를 완료해 글로벌 커머스 사업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한 ‘오픈링크’를 내년 상반기에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관심사 기반의 채팅 서비스가 글로벌에서도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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