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살펴본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주식회사 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살펴본 후 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카카오 사태로 디지털(온라인) 플랫폼 규제가 급진전하고 있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자율 규제로 방향을 틀었던 각 정부부처가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일제히 디지털 플랫폼 규제에 다시 달려든 모습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 규제 주무부처를 둘러싼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비스 안정성 의무 강화를 위해 이른바 ‘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는 서비스 안정화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개선에 나서기로 했고, 국회는 2년 전에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온라인(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심사지침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가적 대응’을 언급한 만큼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8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와 인프라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큰 불편을 드린 점은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큰 유감”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중요한 부가통신 서비스와 관련 시설에 대한 점검 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등 제도적·기술적 방안들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넷플릭스법, 즉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7(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등)에 따르면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상대로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 관련 자료 요청을 하려면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거나 중단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현행법상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설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는 “장애 발생 시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하려면 관련 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현재 넷플릭스법(서비스 안정화법,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근거로 카카오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와 관련해 위법 행위 유무를 점검하고 있다. 카카오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제22조의7에 의거,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를 의무적으로 취해야 하는 사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법에서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설비 사전점검 등 기술적 오류 방지 조치, 서버 다중화 등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조치 등을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이번 조사에서 위법 행위가 나타날 경우 과기정통부는 재발방지 방안 이행 권고 또는 시정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 과기정통부는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을 전면 개정해 디지털서비스기본법(가칭)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 중이다. 연내 전기통신사업법 전면 개정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사업자 등)으로 구분하는데, 디지털서비스기본법은 디지털 전송 사업자(이동통신사)와 정보 사업자(콘텐츠 사업자)로 구별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콘텐츠 업체 역시 사업자로 관점을 바꿔 이동통신사와 수평적 규제를 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은 상황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이를 더욱 강화해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부가통신사업자(콘텐츠 사업자)를 동일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럽의회는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디지털서비스 법안을 가결한 바 있다.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은 주로 온라인상의 불법적인 콘텐츠 삭제, 온라인 이용자의 권리 보호 및 강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높은 투명성과 명확한 책임 구축 및 EU 단일 시장 내에서 혁신, 성장 및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DSA에 의한 의무는 중개서비스, 호스팅 서비스,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주요 내용을 보면 불법적인 콘텐츠 삭제, 온라인 이용자의 권리 보호 및 강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이 담겨져 있다.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서비스기본법 역시 EU의 디지털서비스법에서 착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디지털(온라인) 플랫폼으로 불리는 부가통신사업자(정보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수준으로 규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기정통부와 달리 ICT 사후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카카오의 보상 조치를 점검하고 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따른 이용자 피해에 대해 이용약관 등의 절차에 따라 신속한 보상이 이뤄졌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가통신서비스 중단시 사업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이용자 피해구제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용자 고지의무를 강화하고 고지 수단을 확대하는 등 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시장 독과점 문제도 걸려 있다. 이번 장애가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연관 서비스 전반에 걸쳐 발생하면서 카카오의 독과점이 단순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활동의 블랙아웃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카카오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규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번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태와 관련해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망이지만 사실상 국민 입장에서 보면 국가 기간 통신망과 다름없다”며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되거나, 이것이 국가의 어떤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을 때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당연히 국가가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카카오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구체적인 심사지침을 만들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은 초기에 시장을 선점하면 독과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고, 가격이나 생산량 등으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플랫폼이 해서는 안되는 금지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지침이 마련되면 플랫폼의 다양한 위법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승객을 몰아준 혐의를 조사해왔고 제재를 앞두고 있다. 또 이번 화재를 계기로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용 약관에 문제가 없었는 지도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공정위는 플랫폼에 대한 자율규제 기조는 유지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자율규제가 무위로 돌아갈 경우 법제화를 통한 규제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정부 때 정부 입법으로 추진됐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도 불씨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이후 추진됐다가 인터넷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된 ‘데이터센터 재난관리계획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주요 온라인 서비스까지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포함하는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뿐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 등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포함해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과방위 변재일 민주당 의원 역시 카카오처럼 데이터센터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사업자도 데이터센터 보호조치 의무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데이터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각종 물리적·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반면 임차해서 사용하는 경우에는 보호조치 의무가 없고, 서비스 중단 등 장애가 발생해도 보고 의무 등이 없다는 점을 보완한다는 취지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방송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는 방안을 과기정통부가 ‘데이터센터 재난관리계획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라는 이름으로 2년 전에 추진한 바 있다. 당시 소관 상임위인 과방위까지 통과됐지만 결국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재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했으나, 당시 법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가 난 만큼 법 통과가 유력시된다. 

변 의원은 “데이터센터에 재난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하면 통신장애 못지않은 국민생활 마비가 발생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주말 뼈져리게 느꼈다”며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메신저, 택시이용, 이메일, 포털, 인터넷뱅킹 등 각종 어플리케이션 등 주요 서비스가 중단되었던 카카오먹통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속히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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