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SK 판교 캠퍼스 A동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 불로 현재 카카오톡, 포털사이트 다음 등 통신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15일 오후 3시 경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장시간 멈췄다. 카카오T,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까지 전국적 장애로 이어져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네이버의 경우 서비스 전체가 문제 된 것은 아니지만, 뉴스와 검색, 쇼핑 등의 일부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20년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플랫폼) 기업들 반발로 무산된 ‘인터넷데이터센터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오후 3시19분경 전기실에서 발생했으며, 3시22분 서비스 전원이 차단됐다. 현재 SK C&C와 소방당국은 현장에서 배선을 점검 중이며, 점검 결과 문제가 없을 경우 순차적으로 전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SK C&C 데이터센터에는 카카오, 네이버,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등이 입주해있다.

카카오의 경우 화재 발생 이후인 오후 3시30분께부터 카카오톡, 다음, 카카오맵, 카카오 계정 등 서비스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서비스 재개를 위한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네이버는 서비스 중단은 없었지만 검색·뉴스·쇼핑 등 서비스 일부 기능에 오류가 발생했다. 현재 네이버 서비스는 부분적으로 복구가 완료됐으며, 전면적인 서비스 정상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날 15:30분 경부터 먹통이 된 카카오는 8시간이 지난 이날 24시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18:50분 트위터를 통해 “전원 공급 재개시 2시간 안에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가 복구될 것”이라고 했지만, 복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날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전국 여러 곳의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해 두고 있지만, 이런 화재가 처음인 데다 데이터 양이 방대해 기능을 재가동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한 곳에 불이 났다고 이렇게 오래 서비스가 멈춘다는 것은 사실상 SK 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 한 곳에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원화 시스템의 취지 자체가 지진, 화재, 테러 등으로 특정 데이터센터가 멈췄을 경우를 가정해,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데이터 서버를 분산하고 실시간 백업체계를 갖추는 것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이원화 시스템이 부실했거나 재난 대응 메뉴얼도 제대로 갖췄는지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이날 함께 피해를 입은 네이버의 경우, 네이버 쇼핑, 스마트스토어 등 일부 서비스 장애가 발생했지만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통해 대부분 정상 가동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서비스간 이중화, 구축, 관리 등으로 서비스 중단은 없었다”며 “일부 기능에 오류가 있었던 것들은 빠르게 복구 중이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해 카카오에 예비 서버 장치를 확보하고 자체 장애 대응 지침을 손보라는 권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데이터센터를 한 곳을 두는 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여러 곳을 쓰면 (이원화 체계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면 지금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데, 이게 비용 문제가 들어간다”고 말했다.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유무에 따른 차이로 보는 해석도 있다.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없는 카카오는 목동 KT 데이터센터와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 등을 빌려 사용한다. 하지만 카카오 자체 센터가 아니기 때문에 백업이나 복구가 원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통해 자사 데이터를 직접 챙기고 있지만, 카카오는 첫 번째 자체 IDC를 2023년 안산시 한양대 캠퍼스혁신파크 부지에 준공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8년 11월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이후 추진됐다가 인터넷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된 ‘데이터센터 재난관리계획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를 ▲기간통신사업자 ▲지상파 방송사업자 ▲종편방송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는  방안을 정부가 2년 전에 추진했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결국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재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했으나, 당시 법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는 60건을 넘는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부가통신사업자의 통신서비스 중단 현황’에 따르면 2020년 9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부과된 5개 부가통신사업자의 올해 서비스 장애는 국내 사업자를 중심으로 발생했다.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의무가 부과된 부가통신사업자(구글, 메타, 넷플릭스, 네이버, 카카오)의 서비스 장애가 5년간 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카카오톡 장애와 관련해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은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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