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지난해 2021년 9월 비트코인을 공식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 지난해 말 암호화폐 급등기를 거치면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의 급진적인 경제 실험은 기적처럼 성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올 들어 암호화폐 빙하기가 닥치면서 하락한 비트코인의 가치만큼 엘살바도르 경제도 나락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13일(현지시간) 경제매체 CNBC는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경제 실험에 대한 분석 기사를 전했다. 추락하는 국가 경제 지표와 달리 엘살바도르 현지 시민이 겪고 있는 경제적 불편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이브 부켈레 정부의 선전과는 달리 엘살바도르 실물 경제가 비트코인과 직접 연동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사실을 CNBC는 지적했다. 부켈레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에도 큰 변화는 없다. 부켈레 대통령 지지율은 85%를 넘고 있다. 

다만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법정화 법안이 발효되면서 기대했던 부의 낙수효과도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치보(Chivo) 암호화폐 지갑 보급률이 60%에 이른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지갑 앱 설치율이 아닌 실제 이용률은 지극히 낮다는 것이 현지 금융인들의 견해다.

지난 4월 실시한 미국 경제조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의 보고서에는 치보 지갑 앱 설치율이 전 국민의 20%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엘살바도르 현지 언론 조사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국민의 70%가 비트코인 법정화가 실물 경제에 기여한 부분이 거의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엘살바도르 중소기업과 상공인이 비트코인 결제를 지원하는 비율은 24% 수준에 그치며, 전체 기업 중 20% 미만의 기업만 비트코인을 취급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여전히 대다수 상점과 쇼핑몰에서 비트코인 결제는 이뤄지지 않으며, 미국 달러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쓰인다. 맥도날드나 대형 쇼핑센터 등 소수의 가맹점과 개인 거래에서 비트코인이 오갈 뿐이다.

 
비트코인 투자 손실 적지 않아, IMF 구제금융 길도 잃어

일반 시민과 달리 엘살바도르 정부의 재정 상태는 위기에 빠졌다. 엘살바도르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비트코인 투자로 6000만달러(약 865억원)의 손실을 보았으며, 관련 인프라 구축과 제반 비용을 포함하면 엘살바도르 정부가 입은 전체 손실은 3억7500만달러(약 5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비트코인 실험에 쏟아부은 투자액의 60%는 그 가치를 잃었고, 정부는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엘살바도르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거의 87%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대출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연쇄적인 신용 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커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2022년 10월 현재 엘살바도르는 채무불이행에 취약한 신흥 시장 국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JP모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엘살바도르 정부는 2023년 1월 유럽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한 총 8억달러(약 1조1550억원) 규모의 유로 본드(Euro Bond) 상환 기간이 도래한다. 현재 엘살바도르 정부가 이를 막을 방법이 묘연한 상황이다. 유로 본드 외에도 다자간 부채와 국내 부채가 혼재된 상황이다.

나이브 부켈레 정부 출범 이후 IMF 구제금융 조달도 어렵게 됐다. 당초 13억달러 규모의 지원금을 IMF로부터 조달받는 협상을 진행한 바 있으나, 부켈레 정부 출범 이후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여기에 달러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선정함에 따라 다른 남미 국가들이 곧잘 취하는 현금 발행을 통한 양적 완화 정책도 쓸 수 없는 처지다. 

CNBC는 엘살바도르 경제의 운명이 비트코인의 등락과 함께하고 있다면서 국가 전체가 디폴트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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