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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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국민들의 금융회사, 금융회사 직원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금융권 전반에 대한 신뢰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일 금융회사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관계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30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 사고에 대한 수시검사를 마쳤다.

지난 4월 우리은행은 내부 감사 과정에서 기업구조개선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A씨가 수백 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파악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A씨는 4월 27일 밤 서울 남대문경찰서를 방문해 자수했고 바로 28일 금감원이 수시검사에 나섰다. 수시검사가 종료됨에 따라 향후 우리은행과 관계자들에 대한 제재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A씨는 우리은행이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한 이란 가전업체에 돌려줘야 했던 계약보증금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과거에도 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한 사례가 있지만 최근 금융권에는 내부 감사 체계와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대규모 횡령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대형 횡령 사고가 터진 것이다.

5월 25일에는 새마을금고 직원 B씨가 경찰에 자수했다. B씨는 2005년부터 16년 동안 고객들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맡긴 예금 등 약 40억원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고객들이 새 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맡기는 예치금 등으로 기존 고객의 만기 예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다음날인 26일 새마을금고중앙회는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보상을 약속했다. 중앙회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발생한 지역 새마을금고의 횡령 사고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특별검사를 통해 사고 원인, 경위, 사고 금액 등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금액 전액을 보상해 회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6월 28일 또 사건이 터졌다. 강릉 지역 새마을금고 직원 2명이 경찰에 자수했다. 두 사람은 약 22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13일에는 6년 간 94억원을 빼돌린 KB저축은행 직원 C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C씨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삿돈 94억원을 횡령해 도박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6월 15일에는 지역 NH농협 직원 D씨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NH농협에서 자금 출납 업무를 맡은 D씨는 지난 4월 타인 명의의 계좌로 공금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회삿돈 약 50억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NH농협은 자체 조사를 통해 D씨의 혐의를 확인하고 신고했다. 그는 스포츠 도박 등으로 생긴 빚 때문에 횡령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같은달 24일 또 다른 지역 NH농협은 직원 E씨가 수십억원을 횡령한 정확을 포착했다고 파주경찰서에 신고했다. E씨는 재고 관리를 담당하면서 실제 재고보다 금액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수법으로 약 70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횡령한 돈을 가상자산 투자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했다. 그는 음주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체포되기도 했다.

NH농협금융과 NH농협은행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었지만 지역 NH농협과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어 곤혹을 치렀다. NH농협은행은 횡령 사건과 관련이 없으며 사건이 지역 NH농협에서 발생했다고 소명하기도 했다.

횡령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의 분위기가 흉흉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직원들 중 골프를 자주 치러가거나 외제차를 살 경우 혹시 뭐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이 나온다”며 “단순히 농담이 아니라 직원들이 오해를 받는 것이 아닌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각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으로 내부 감사를 실시하면서 작은 실수라도 있었던 것이 아닌지 고민하는 직원들도 늘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고객 즉 국민들의 금융권에 대한 불신이다. 횡령 사고와 관련된 기사에는 금융권을 비판, 조롱하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금융회사에서는 니돈 내돈 구분이 없는 것이냐. 고객의 돈이 직원의 돈이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고객들에게는 철저히 구두쇠처럼 굴면서 까다로운 금융회사들이 직원들에게는 약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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