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위원장 모습 [사진: 금융위원회]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임기를 1년도 채우기 못하고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 위원장은 ‘독이 든 성배’ 같은 자리를 맡아 특유의 뚝심으로 정권 교체 시기 금융 분야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조만간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17일 대통령실은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김소영 서울대 교수를 임명했으며, 그는 18일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이에 금융위원장도 곧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5월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사의를 표명했으며 새로운 금융위원장으로는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되면 지난 8월 31일 취임한 고승범 위원장은 약 9개월 만에 퇴임하게 된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사의를 표명해 조만간 새 금감원장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고승범 위원장 취임 전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했다. 대통령이 바뀔 경우 핵심 요직인 금융위원장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었다. 

당시 금융권에는 코로나19 대응, 가계부채 폭증, 정권교체기의 불안정성, 가상자산업 등록, 빅테크와 금융권의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1년도 근무하지 못하는 금융위원장 자리를 주요 인사들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바뀐 후 차기 위원장을 노리는 것이 안정적인 임기도 보장받으면서 정권 초기에 강하게 금융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시한부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이런 예상 속에서 취임한 고승범 위원장은 특유의 뚝심을 보여주며 현안들을 하나씩 해결했다. 고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가계부채 대책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주문했다. 시중 은행, 인터넷 전문은행, 저축은행 등이 신용대출 금액을 조정하고 일각에서는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고승범 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을 미룰 수 없다며 대출 관리, 규제 방침을 고수했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할 수 있었다. 이는 현 정부의 부담을 줄여줬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때도 고 위원장은 원칙을 고수했다. 일각에서 9월 24일 신고 기한을 연장해달라거나 신고 기준을 완화해달라고 했지만 고 위원장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신고를 앞두고 가상자산 업체들의 불만을 호소하고 일부 기업들은 문을 닫았지만 원칙을 고수함으로써 제도가 안착돼 가고 있다.

금융회사들과 빅테크의 갈등과 힘겨루기 그리고 디지털금융 혁신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고 위원장은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이야기하면서도 기존 금융권과 빅테크, 핀테크의 갈등 완화에 주력했다. 고 위원장은 공정경쟁의 기반 위에서 다양한 금융플랫폼 출현을 지원하겠다며 금융회사들을 달랬다. 

올해 신년사에서 고 위원장은 “은행, 보험 등 금융회사들이 신사업에 진출하고 다양한 사업모델을 영위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 등을 폭넓게 확대하겠다”며 “빅테크, 핀테크가 혁신과 경쟁을 선도하도록 뒷받침하면서도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율은 균형 있게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2년 상황도 녹록하지 않았다.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격하게 대립하며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금융관련 이슈를 부각시켰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말을 아끼고 중립을 유지하며 정치 풍파를 비껴갔다.

2월 말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국제 경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졌다. 고 위원장은 직접 금융시장 점검회의에 참석하며 국내 금융시장 안정에 힘썼다. 고 위원장이 금융권에 소방수 역할을 한 것이다.

이렇게 고 위원장이 안정적으로 금융 분야를 이끌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 금융위원장을 맡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고 위원장은 바뀐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고 위원장은 다양한 현안들과 정권 교체 상황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안정적으로 금융당국을 이끌었다”며 “그런데 1년도 근무하지 못하고 퇴임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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