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04/439755_422214_364.jpg)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이름 좀 있는 기존 IT업체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부터 넷마블, 크래트폰 같은 대형 게임 개발사, 여기에 전통적인 대기업인 SK스퀘어까지 암호화폐판에 뛰어드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중량급 기업들이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직접 암호화폐까지 발행했거나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이제 한국에선 어색하지도 놀랄 것도 없는 장면이다. 하지만 글로벌하게 보면 파격적인 행보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디지털 금융 서비스 전략으로 스테이블코인 형태 암호화폐 디엠(Deim)을 준비하다 규제 장벽 속에 접은 사례가 있고 암호화폐 기술에 친화적인 기존 테크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큰틀에서 보면 암호화폐 기반 비즈니스는 여전히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웹3.0을 기치로 내걸고 벤처 투자 회사(VC)들이 다양한 스타트업들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만큼 기존 IT회사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어떻게 활용하고 그걸 기반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지는 한국 회사들에 의해 디테일이 먼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계를 좀더 앞으로 돌리면 2017과 2018년에도 국내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활용에 대한 기존 회사들 관심이 뜨거웠다.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투자도 유치하는 이른바 리버스 ICO 바람도 거세게 불었다.
기존 사업 기반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리버스 ICO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대중화를 이끌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리버스 ICO는 중량급 트렌드가 아니라 반짝 열풍에 그쳤다. 기존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보상으로 주는 모델이 장착된 사례들이 꽤 나왔지만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로에 가까웠다. 규제 불확실성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을 똑같은 상황으로 묶어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우선 기존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접목하는 회사들 급이 다르다.
당시엔 카카오를 제외하면 자리를 잡은 서비스를 확보했다고 보기 어려운 스타트업들이 분위기 반전 카드로 암호화폐를 승부수로 던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이미 잡은 회사들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암호화폐를 주목하고 있다. 리버스ICO 때 처럼 이미 제공하던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붙이는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암호화폐를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는 사례들도 늘었다. 게임이 대표적이다. 위메이드에 이어 넷마블, 컴투스 등이 차세대 전략 게임에 암호화폐를 접목하는데 적극 나섰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인프라 자체 역량도 3~4년 사이에 발전했다. 당시엔 서비스를 쓰면 토큰을 보상하는 주는 방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다 암호화폐를 활용해 좀더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고 암호화폐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이 늘었다.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규제 환경도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해외 법인을 통해 발행했다고 해도 상장사가 암호화폐를 직접 만들고 국내 거래소에도 상장하는 것은 2018년 당시만 해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여러모로 규제 당국 눈치가 보이는 일이었다.
상황이 좀 바뀌었으니 기존 IT회사들과 암호화폐 간 궁합이 좋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아직은 어려워 보인다. 좋아지고 있다 해도 규제 불활실성은 여전히 리스크고 암호화폐를 투입하면 서비스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것도 검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암호화폐를 받아들인 기존 IT업체들은 이게 서비스 자체 경험을 바꿀 것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서비스 경험 향상보다는 서비스에 연동돼 암호화폐 가격이 더욱 관심을 끌면서 투기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기존 IT업체들이 시도하는 암호화폐 모델은 대부분 발행 업체가 많은 권한을 가진 중앙화된 방식이다. 주로 해외 법인이 발행자 지위를 갖고 있지만, 본사가 이를 저렴하게 받아 이익을 취할 수 있고, 문제가 생겨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화 모델과 탈중앙화 속성을 가진 암호화폐 간 공존이 지속 가능할 것인지도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촉매를 활용해 물과 기름의 장점을 버무리는 것이 가능할 수 있지만 화학적으로 섞일 것인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사용성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해도 암호화폐는 여전히 일반인들이 직접 다루기에는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런만큼 암호화폐를 접목하는 것이 대규모 사용자 기반 확보를 목표로 하는 B2C 서비스와 어울릴 것인지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다. 사용성을 이유로 탈중앙성을 약화시키고, 중앙화 성격을 강화하는 타협의 코스를 밟다보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왜 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딜레마에 직면할 수도 있다.
중량급 회사들 참여는 암호화페를 둘러싼 규제 환경 개선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ICT 관계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들간 시너지 창출을 목표로 3분기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4분기에는 상장도 하겠다고 발표한 SK스퀘어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규제를 고려해 플레이 투 언(P2E) 게임 사업을 위해 해외 법인을 통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국내보다는 해외 사용자들을 겨냥하고 있는 게임 회사들과 달리 SK스퀘어는 국내외를 모두 아우르며 SK 계열 다양한 서비스들에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 메타버스, SK플래닛 멤버십∙포인트 서비스 등 SK스퀘어 관계사가 보유한 실물 자산과 암호화폐를 연계해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차원이 다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이 규제와 크게 충돌하지 않고 국내 사용자들을 상대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비즈니스에 속도를 낼 경우 국내 기업들에게 암호화폐 규제 문턱이 낮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SK텔레콤이 어떤 방법으로 어디까지 암호화폐를 기존 사업에 접목할 수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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