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 [사진: 셔터스톡]](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03/438628_421645_140.jpg)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올해 하반기면 풀릴 것으로 내다봤던 반도체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대만 등에 지진이 발생해 일부 반도체 공장이 가동을 멈췄다. 반도체 칩 원판인 웨이퍼 수급마저 불안해지면서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유시보 등 대만 현지 언론은 지난 23일 새벽 대만 남동부 화롄 해역에서 진도 6.6 규모 지진이 발생, 인근 TSMC 등 반도체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대피한 직원 대부분은 생산라인에 복귀했지만 일부 장비 등이 지진 여파로 가동이 자동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UMC도 지진 여파를 받았다. UMC는 일부 장비에서 보호 셧다운 기능이 작동해 재가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지만, 1분기 실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TSMC 역시 중단된 생산라인은 일부로 전체 생산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만 지진 여파로 생산라인 복구에는 얼마 걸리지 않을 전망이나 피해는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수백개 공정을 거치는 과정 특성상 한번 멈추면 곧바로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재가동에 상당한 시간이 들고 투입된 웨이퍼를 비롯한 원재료는 다시 쓸 수 없어 폐기해야 한다.
당초 반도체 수급난은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점차 해소될 전망이었다. 그러나 급증한 반도체 수요가 칩 메이커를 비롯한 소재·장비 업체 등이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벗어나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수급 차질이 발생한 영역은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주로 만드는 8인치(200mm) 웨이퍼다. 8인치는 12인치(300mm)보다 수익성과 생산성이 떨어지는 영역으로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컸다.
2020년 말 발생한 코로나19 발생, 반도체 수요 예측 실패 등 공급 불균형으로 상황이 변했다.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주요 8인치 파운드리로 쏠렸다. 파운드리 업체는 생산 능력을 풀 가동하며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다. 신규 장비 도입이 어렵고 불확실성이 큰 8인치 사업 특성상 획기적인 생산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환경 조성이 한몫했다. 비대면 업무가 늘면서 영상, 통신 등 IT산업의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 8인치 중심 공급난이 반도체 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졌다.
수요 대응과 반도체 패권 확보를 위한 각국 설비투자 러시도 공급 부족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기존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을 포함해 미국, 유럽, 중국의 설비투자가 급증하자 장비업체들이 과부하가 걸렸다.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장비 발주가 크게 늘면서 리드타임도 길어지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 부족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가 납기일을 맞추더라도 고객사의 웨이퍼 부족으로 납기가 지연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웨이퍼 제조사들은 최소 2026년까지 웨이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가 공급망 위기와 지진 등 변수를 맞이한 가운데 웨이퍼 부족마저 발생, 반도체 수급 정상화는 자꾸 미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