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마중 받으며 출근하는 윤석열 당선인 [사진 : 연합뉴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마중 받으며 출근하는 윤석열 당선인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의 구성이 완료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을 담당하는 경제2 분과의 경우 이창양 카이스트(KAIST) 경영공학부 교수, 왕윤종 동덕여대 국제경영학과 교수, 유웅환 SK텔레콤 고문,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가 임명됐다.

고산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SK 관련 인사다. 산업 정책과 일자리 대책 등을 담당하는 경제2 분과에 SK 관련 인사가 대거 포진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간사를 맡게된 이창양 교수는 2018년까지 SK하이닉스에서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왕윤종 교수 역시 지난 2012년 ㈜SK 중국경제연구소장(전무)이었다. 유웅환 SK텔레콤 고문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SK텔레콤에서 임원으로 일했으며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을 맡았다. 경제2 분과는 윤 당선인의 산업(ICT 등) 정책과 일자리 대책 전반 등을 디자인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제 2분과 간사와 인수위원을 추가로 발표했다.  

간사인 이창양 교수는 제29회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하고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과장 등 중앙부처에서 15년간 공직 생활을 했다. 이후 2000년부터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규제 혁파, 민간 주도의 실용적 산업 정책 등을 주도한다.

인수위는 “학식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추신 분으로 특히 기술혁신경제학 분야에서 명성이 높고 시장 구조와 기업 전략에 대해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분”이라며 “이번 인수위 경제2분과 간사를 맡아 좋은 일지라를 창출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등 기업·산업계가 원활히 소통하는 민간 주도의 실용적 산업 정책 입안에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왕윤종 교수는 디지털 경제와 신산업 분야의 전문가다. 강단에 서기 전에는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세계지역연구센터장을 지냈다. 특히 SK경영경제연구소장에서 근무할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제교사’로도 불렸다.

유웅환 고문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을 비롯해 보스턴컨설팅, 맥킨지앤컴퍼니, 삼성전자, 현대차, SK텔레콤 등 글로벌 기업을 두루 거친 반도체 설계 기술자다. 인수위에서는 한국 반도체 산업 전략과 함께 새로운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모델을 만들 예정이다.

고산 대표는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로 선발된 적이 있다. 김 대변인은 “고 대표의 도전정신이 윤석열 정부의 일자리 문제 해결과 산업 상태계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산업 정책과 일자리 대책 등을 담당하는 경제2 분과에 대부분 SK 관련 인사로 채워졌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2 분과는 산업통산자원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부문(2차관실) 등을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데, 차기 정부조직 개편 등에서 특정 기업의 입김이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경우 대표적 규제산업인 통신 주무부처인데 SK텔레콤 관련 인사가 경제2 분과에 들어가게 됐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제교사로 불린 왕 교수 역시 공교롭게도 경제2 분과에 합류했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의 경우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이 인수위원 및 간사를 맡게 됐다. 과학기술교육 분과는 과기정통부 기초과학 및 우주 분야(1차관실 및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담당하는데,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과학기술교육 분과를 맡게되면서 ICT 업무 역시 과학기술교육 분과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외에 남기태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와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가 인수위원으로 발탁됐다. 과학기술과 교육이 합쳐진 분과이지만 교육계 인사는 포함되지 않았다. 김창경 교수는 미국 MIT공대 재료공학 박사이자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했다. 남기태 교수는 한국차세대과학기술 한림원 회원이며 2018년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2008년 신설됐던 ‘교육과학기술부’가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정부의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에서는 현 과기정통부에서 ‘과학기술’을 분리하고, 이를 교육부와 합쳐 ‘과학기술교육부(가칭)’로 출범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ICT 업무를 과학기술교육 분과에서도 담당하는데다가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과학기술부총리 주장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부처가 커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철학대로 작은 정부로 가기 위해서는 부처 분리보다는 통합 또는 최소 유지가 필요한데, 과학/ICT를 한 부처로 문제없이 10년간 유지해온 만큼 조직 유지가 필요하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초반에 과기정통부 2차관과 1차관 기능을 각각 인수위 경제2 분과와 과학기술교육 분과로 분리한 것도 차기 정부 구성을 고려할 때 효과적이지 않은 결정이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과기정통부는 ICT 국장 2명, 과학기술 국장 2명으로 인수위 자문위원회에 복수의 파견 전문위원 추천 명단을 전했다. ICT(2차관) 분야는 강도현 정보통신정책관, 류제명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이, 과학기술(1차관) 분야는 이창윤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김성수 연구개발투자심의국장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탄핵 여파로 인수위 없이 출범했는데, 그 역할은 대신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때 경제2 분과 위원으로는 ICT가 아닌 과학 인사인 당시 정병선 기초원천연구정책관 1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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