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사태에 각종 에너지 자원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포격받은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발전소 [사진: AFP 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충돌 사태에 각종 에너지 자원 및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포격받은 우크라이나 루간스크 발전소 [사진: AFP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해결 기미가 안보이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특히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과 반도체 공정용 가스에 이어  니켈·구리·알미늄 가격 등이 고공행진을 벌여 국내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선제적인 비축분 확보와 장기 계약 등으로 당장 생산·수익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향후 원자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충돌 위기감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양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 가입 추진이 계기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가 등이 가입한 나토가 러시아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까지 손을 뻗쳤고, 위기감이 커진 러시아가 군사적 대응으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이 뚫린 에너지 자원의 지정학적 요충지다. 러시아 역시 니켈, 알루미늄, 구리 등 광물이 다수 매장돼 있다. 만약 이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에너지 자원은 물론 각종 원자재 수출입마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광해광업공단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2일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니켈 가격은 지난달(24일, 2만3500달러) 대비 9.1% 오른 톤(t)당 2만5650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갱신했다. 탄산리튬도 kg당 350.5위안에서 444.5위안으로, 알루미늄은 톤당 3044달러에서 3420달러로 상승했다. 구리의 경우 지난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 세계 주요 상품 거래소의 구리 재고량이 일주일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생겼다.

니켈과 리튬, 알루미늄, 구리는 배터리 소재를 만들기 위한 핵심 광물이다. 니켈과 리튬은 양극활물질을, 알루미늄은 양극활물질이나 알루미늄박 등에 사용한다. 구리는 동박으로 불리는 음극박을 만들기 위한 재료다.

현재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당장 원자재 수급에 피해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원자재 공급망이 러시아가 아닌 호주,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른 지역에 분포돼 있어 공급처 확보가 가능하다. 이미 배터리 소재-배터리 셀-완성차 간 협력을 통해 광산 등 원료 업체와 장기계약을 맺는 등 사전 준비를 해둔 상태다. 

배터리 소재 업계 관계자는 "이미 배터리 광물은 지난해 전부터 오름세였고, 각 업체들이 이에 맞게 장기계약과 비축분 확보 등으로 대응하고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해당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차기 공급 계약을 맺을 때 인상된 가격이 반영되거나 공급에 차질을 빋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광물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국제 금속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겨 향후 추가 공급 계약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광물 가격 급등이 완제품 생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막 본격화된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을 떨어뜨려 소비자의 접근성을 늘려야하는 게 핵심이다. 만약 전기차 원가의 40%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소재 가격이 계속 오르게 된다면 전기차 가격 유지에도 부담이 생긴다. 여기에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생산 차질까지 고려한다면, 전기차와 배터리업계는 원가 상승 부담에 공급량 감소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된다.

광물 수급난의 대안으로 폐배터리 재활용이 떠오르고 있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전기차 배터리 잔량이 70% 이하로 떨어지거나 불량이 발생한 배터리에서 금속을 추출해 다시 쓰는 방식이다. 잔량 70% 이하의 폐배터리가 발생하려면 최소 5~7년 이상이 걸린다.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폐배터리 금속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적어도 2025년 이후나 가능하다.

국제적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국내 기업들은 당분간 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채산성은 99.1을 기록했다. BSI는 100이상이면 '긍정', 100 이하면 ‘부정’을 의미한다. 채산성 전망치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기준선(100.0)을 밑돌고 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