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 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오는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금융권에서도 여야 후보들에 대한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중에서는 한때 금융권을 풍미했던 인물들이 다수 있어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는 금융인 700명이 이재명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지지선언 행사에는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시석중 전 IBK자산운용 대표 등 금융인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금융인들은 “지금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제와 금융 격차가 심화되는 위기 상황”이라며 “대자본을 위한 금융이 아닌 민생을 돕는 공정한 금융, 더 많은 사회적 약자와 청년에게 기회의 사다리를 제공해 주는 금융,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약탈적 금융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공고히 하는 공정 금융을 실현 시킬 수 있는 후보가 바로 이재명”이라고 주장했다.

1월 21일에도 전·현직 금융권 임원들은 118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지선언에는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 백국종 전 우리은행 부행장, 심재오 전 KB국민카드 대표, 조기욱 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박종길 전 신한금융투자 부사장, 정기영 상상인증권 전무, 최인우 전 신한생명보험 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1월 21일 금융인 100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더불어민주당]
1월 21일 금융인 100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 더불어민주당]

앞서 지난해 8월 23일에는 금융시장의 전·현직 전문가 100명이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에는 김기준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전 한국거래소 상무, 이응준 전 한화자산운용 본부장, 허용모 하이브인베스트먼트 이사, 최영민 현대자산운용 본부장, 정기영 상상인증권 본부장, 이정원 전 골든브릿지 부사장 등 20명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올해 1월 25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했다.

이들 중 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출신으로 ‘채권’ 관련 사업에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2년 신한금융투자 S&T그룹 부사장으로 영입된 후 실력을 인정받아 신한 출신이 아님에도 신한금융투자 사장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2020년 라임 펀드 사태 여파로 사퇴한 바 있다.

시석중 전 IBK자산운용 대표는 IBK기업은행 출신으로 은행의 스마트금융 혁신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석중 전 대표는 IBK기업은행 후보로 수차례 거론되기도 했다.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재정경제부 공무원 출신으로 한국거래소 이사장, 세계미래포럼 대표, 주택금융공사 사장 등으로 근무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09년 10월 임기를 1년반이나 남겨놓고 사퇴한 바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 관계자들이 이전 정부에서 임명됐다는 이유로 그에게 사퇴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있었다. 이후 이 전 이사장은 부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김기준 전 의원은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금융 관련 이슈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김 전 의원은 지역구 의원 출마를 준비했지만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황희 의원과 경선에서 패배해 출마하지 못했다.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금융권 인사들도 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전직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 등 금융인 110명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

여기에는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 등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성명서에서 "(문재인 정권은) 금융감독의 실패로 라임, 옵티머스 같은 불량 펀드들이 생산 유통되는 것을 예방하지 못해 수많은 투자자의 손실을 불러 왔다"며 "디지털 금융이 활성화되고 가상자산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무정책,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고 주장했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왼쪽 네번째) 등 금융인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금융인 110명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왼쪽 네번째) 등 금융인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금융인 110명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15일에는 전·현직 금융인 1150명이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권오형 전 삼덕회계법인 대표, 윤성복 전 삼정회계법인 대표, 김용규 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 대표, 김훈탁 휘닉스개발투자 대표, 정정희 전 하나은행 부행장, 안병찬 전 한국은행 국제국장, 이기석 전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박원구 전 고려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황영기 전 회장은 금융권의 불사조로 유명한 인물이다. 황영기 전 회장은 2004년~2007년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했고 2008년 K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런데 2009년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황 전 회장이 우리은행 근무 시절 구조화 상품 투자를 확대하려고 은행법과 은행업감독규정을 고의로 위반하고 리스크 심의절차를 폐지했다며 중징계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황 회장은 KB금융그룹 회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후 황 회장은 제재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수년 간 법정 공방 끝에 2013년 황 회장은 제재 취소 소송에서 승리하며 명예회복을 했다. 그리고 2015년 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해 2018년까지 근무했고 2020년 2월부터 1년 간 한미협회 회장으로 근무했다.

이종휘 전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으로 우리은행 수석부행장을 거쳐 2008년 6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우리은행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3년간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으며 미소금융중앙재단(현 서민금융진흥원) 이사장으로도 일했다. 이 전 행장은 2013년 이순우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기도 했다.

민병덕 전 KB국민은행장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KB국민은행을 이끌었다. 이후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석좌교수, 금융산업공익재단 이사장, 동국대 이사 등을 역임했다. 민 전 행장 역시 KB금융그룹 회장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김주하 전 NH농협은행장은 NH농협금융그룹 부사장, NH농협은행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과거 NH농협금융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됐었다.

이밖에도 이름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금융회사 전 고위관계자, 금융당국 전 관계자 등이 여야 캠프 막후에서 금융경제정책 수립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여야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한 금융인들 중 일부는 차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부 인사들은 자천, 타천으로 차기 정부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 현장에서는 명망 있는 금융권 원로들이 정치판에 뛰어들어 편을 나누고 줄서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지지선언과 정치 개입이 금융권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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