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의 모습 [사진: 하나금융그룹]](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02/434444_419088_1953.jpg)
[디지털투데이 강진규 기자] 금융그룹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성적을 기록한 가운데 높은 실적을 견인하고 떠나는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금융지주, 은행 CEO들이 저조한 실적으로 교체되거나 잡음을 일으키고 물러났던 것과 달리 말 그대로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8일 하나금융그룹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함영주 그룹 부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단독 후보 추천하면서 김정태 회장의 3월 퇴임이 확정됐다.
김정태 회장은 2012년 3월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10년 간 그룹을 이끌어왔다. 김정태 회장은 2015년 그룹 숙원 사업이었던 외환은행, 하나은행 통합을 진두지휘했으며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하며 하나금융을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금융그룹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그는 수년 전부터 대두된 ESG 금융, 디지털 금융, 핀테크 대응 등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앞장을 섰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디지털 퍼스트’를 화두로 던지며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다”며 “디지털 전환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보다 속도감 있게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태 회장의 가장 큰 성과는 실적이다. 김 회장이 취임하기 전인 2011년 하나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조3031억원이었다. 김정태 회장이 이끄는 하나금융은 2017년 당기순이익 2조1166억원을 기록하며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어섰다. 그리고 지난해 하나금융은 3조5261억원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돌파했다. 하나금융은 선두 주자인 KB금융그룹, 신한금융그룹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하나금융그룹을 무난히 이끌어왔고 최고 실적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금융권에서는 김 회장 연임 가능성도 거론됐다. 김정태 회장은 올해 만 70세로 회장으로 근무할 수 있는 연령 규정에 해당한다. 하지만 규정이 강제적인 법제가 아니기 때문에 연임이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하게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실제로도 3월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최고 실적을 기록한 화려한 퇴장이다.
![21일 서울시 중구 소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2022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고객중심 ‘금융플랫폼 기업 도약’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 우리은행]](https://cdn.digitaltoday.co.kr/news/photo/202202/434444_419089_2023.jpg)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비슷한 이유로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7일 우리금융그룹은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단독 후보로 이원덕 그룹 수석부사장을 추천했다. 이에 따라 2020년 3월 취임한 권광석 은행장은 다음달 퇴임할 예정이다.
권광석 은행장이 취임할 당시 우리은행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DLF 사태는 2019년 독일 국채 금리에 연동된 DLF 상품에서 수천 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행했고 소비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성토한 사건이다. 또 권 은행장 취임과 동시에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융권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권 행장은 어수선한 분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했다.
그는 하락세에 있던 우리은행의 실적도 반등시켰다.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9년 1조5408억원으로 2018년 2조332억원 대비 4924억원(24.2%) 감소했다. 이어 2020년 우리은행은 1조36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2021년에는 1조원이 늘어난 2조3755억원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의 약진은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이 당기순이익 2조5879억원을 시현하며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는데 큰 역할을 했다.
권광석 은행장은 디지털 금융, 메타버스, 인공지능(AI) 금융 등 최신 이슈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직접 메타버스 활동에 참여해 은행원들과 소통을 하기도 했다.
때문에 금융권은 화려한 성과를 뒤로하고 퇴임하는 권광석 은행장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권광석 은행장이 좋은 성과를 보여줬고 아직 더 활동할 수 있는 나이인 만큼 앞으로도 금융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963년생인 권광석 은행장은 60세로 금융그룹 회장 나이 제한인 만70세까지 10년이 남아있다.
지난해 12월 KB국민은행장 임기 만료 후 올해 1월 KB금융그룹 부회장으로 취임한 허인 부회장도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2017년 11월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한 허인 부회장은 KB금융그룹이 국내 최고 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이끈 KB국민은행은 2018년 당기순이익 2조2243억원, 2019년 2조4391억원, 2020년 2조2982억원, 2021년 2조5908억원을 시현했다. 이처럼 KB국민은행이 은행권 최고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이어가면서 KB금융그룹도 성과를 이어갈 수 있었다.
허 은행장은 ‘2+1’ 임기 후 1년 재신임을 받아 4년을 근무했다. 연임 회수로는 3연임이었지만 기간은 4년이었다. 워낙 허 은행장의 KB국민은행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더 근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금융권에서는 허 부회장을 차기 KB금융그룹의 회장 후보로 거론하고 있다.
과거 금융권에서는 좋지 않은 실적으로 물러나거나 구설과 다툼 속에서 퇴임하는 CEO들이 많았다. 신한금융사태, KB금융사태가 대표적이며 은행장이 비리 혐의로 중도에 사퇴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CEO가 좋은 실적을 거둘 경우 욕심을 부리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최고의 실적을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는 CEO들이 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