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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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750억달러라는 거액에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하는 카드를 뽑아들면서 게임이 메타버스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분 중 하나로 꼽았다.

게임판 넷플릭스를 꿈꾸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데 액티비전 블리자드 간판 게임들이 즉시 전력감이 될 수 있다는 것 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를 부쩍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보면 빅딜 발표 후 열린 15분여 간 컨퍼런스 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경영진이 메타버스를 언급한 횟수가 10번을 넘었다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와 메타버스를 연결짓는 것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메타버스 판에 뛰어드는 진입로로 게임을 전진배치하는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유명 테크 기업들이 요즘 틈만 나면 외치는 메타버스는 몰입적인 가상세계에서 디지털 아바타를 캐릭터로 앞세워 사람들이 디지털 형태로 일하고, 여가를 즐기고, 쇼핑하고, 사회적인 활동도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타버스가 뭔지는 갑론을박이 여전한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통해 비디오 게임이 메타버스가 갖는 디테일을 많이 보여주는 장르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WSJ도 "많은 플레이들이 몇시간 동안 가상 세계에 모여 디지털 상품에 돈을 쓰고, 아바타로 서로 상호 작용하는 비디오 게임은 메타버스가 어떤 모습일지, 어떤 기능을 제공할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고 전했다.

 물론 게임이 메타버스판에서 지배적인 분야가 될지는 미지수다. 비디오 게임 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기 전 이미 1000억달러 이상 규모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SNS나 이메일 만큼 주류 서비스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이머들은 여전히 소수파고, 여가 중 일부를 게임 플레이에 쓴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메타버스 관점에서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할 이유가 나름  있어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통해 메타버스 속성을 가진 대형 온라인 게임들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수백명이 액티비전 블리자드 간판 게임 중 하나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게임을 하고 서로 어울리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 WSJ은 "사람들은 환상적인 가상 전경에서 아바타로 등장하고 반려동물과 가상 상품을 구입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전체 게임들은 거의 4억명에 달하는 월간 사용자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체 인터넷 및 모바일 기기 사용자들 사이에서 게이머가 갖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없지만 메타버스가 초반에 힘을 받으려면 게이머들 지원이 필요하다는 앵글도 있다. 게임 애호가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제공하는 인수지애스트게이밍홀딩스(Enthusiast Gaming Holdings)의 아드리안 몽고메리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및 다른 기업들이 메타버스에서 충격을 일으키려면 게임들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게임은 앞으로 게임을 넘어 메타버스판을 구성할 다른 많은 세계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WSJ은 기술 예측가들을 인용해 "게임 외에도 가상 오피스, 학교, 스포츠 경기장, 쇼핑몰 등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수많은 가상 세계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메타버스를 위한 기본적인 도구 및 기술들을 게임에서 먼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예를 들면 실제 세계에서 사람들 움직임을 추적해 게임 아바타와 일치시키는 기술은 가상 오피스 회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디오 게임들은 이미 그래픽, 클라우드 컴퓨팅, AI, 가상 마켓플레이스와 같은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보유한 도구와 지식을 다른 게임들을 넘어 기업용 제품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메타버스 관점에서 게임을 주목하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박스 및 게임 서비스를 총괄하는 필 스펜서 역시 게임이 메타버스 속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해왔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사진: 셔터스톡]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사진: 셔터스톡]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게임인 마인크래프트가 대표적이다. 필 스펜서에 따르면 마인크래프트는 메타버스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이미 포함하고 있다. 오픈 생태계가 바로 그것.  필 스펜서는 지난해말 프로토콜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정복하고 통제하는게 아니라 플레이어들과 크리에이터들에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마이크래프트는 특정 기기나 소프트웨어에 제한되지 않는 소셜 및 오픈 크리에이터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어들을 중심에 두고 게이머들과 크리에이터들 필요에 맞춰 돌아가는 생택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이런 플랫폼 역학이 비상할 것이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사업의 무게 중심을 X박스 콘솔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옮기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 사업의 무게 중심을 X박스 콘솔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로 옮기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도 최근들어 메타버스에 대한 발언을 늘려나가는 모습. 그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하며 "단 하나의 중앙화된 메타버스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많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타버스가 정확하게 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메타버스 하겠다고 뛰어드는 회사들은 계속 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이름이 바뀐 메타 등 정말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앞다퉈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도전장을 던진 회사들 출신 성분을 보면 크게 인터넷 서비스와 게임 기반 프로젝트들로 구분된다. 플랫폼 구조는 중앙화된 방식이냐, 암호화폐 프로젝트들이 강조하는 탈중앙화 진영으로 나눌 수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시대, 사업간 경계가 점점 파괴되는 상황에서, 특정 분야가 메타버스에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복잡한 서사와 나름 세계관 아래 움직이는 게임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메타버스와 궁합이 좋다고 보는 모습이다. 그리고 현재로선 NFT같은 암호화폐 기술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영상=디지털투데이 디퍼뉴스 데일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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